https://haep.club/549229670
Code 1984
view 612
2024.07.09 22:05
ㅈㅇㅈㅇ

시니어는 아이스를 지금까지 혼자 키웠어. 아이스가 해사 수석도 모자라 대위로 탑건 1등할 때까지 혼자 키웠지. 아이스를 낳은 전부인과는 아주 어렸을 때 헤어졌어. 그렇게 혼자 아이스를 키운 시니어니 아이스에 대한 관심과 통제?는 높았고 아이스의 교제관계도 신경쓰고 있었어.

그러다 슈슈가 아이스를 노리고 있다는 혹은 슈슈와 아이스가 서로 사귄다는 오해를 하게 된 시니어가 슈슈를 경계하다 못해 극혐하는 거지. 시니어의 마음은 하나였어. 내가 금이야 옥이야 키운 내 아들은 이런 늙은이가 탐내다니. 상상만 해도 머리끝까지 화가 나는 일이었어.

오해의 시작은 간단했어. 아이스 부서에 슈슈가 일시적인 자문으로 합류했고 둘은 업무로만 아는 사이야. 그러다가 일이 잘 해결돼서 두 사람은 성공을 축하하는 해군 파티에서 다시 만나게 됐지.

그런데 갑자기 다 끝난 줄 알았던 일에 뭔가 걸리는 점이 있는 거야. 그렇다고 다들 성공적으로 끝났다며 안심하고 있는데 슈슈는 살짝 걸린다는 이유로 모든 파티를 중단 할 수는 없으니 아이스에게 말을 걸었지. 슈슈가 아이스 쪽으로 몸을 숙여서 말하다가 균형을 잘 못 잡았어. 어쨌든 기밀 업무다 보니 신중을 가하려고 했건데 오히려 몸을 너무 숙여서 한쪽 팔이 없는 슈슈가 살짝 아이스 쪽으로 넘어졌어.

그걸 아이스가 잡아주려고 했는데 의외로 슈슈가 넘어지지 않으려고 아이스를 꽉 잡다보니 살짝 둘이 엄청 가까워 진 거야. 그리고 슈슈가 한쪽 팔이 없다보니 남은 팔 힘이 강해서 아이스도 자기도 모르게 슈슈에게 가까워졌어.

그 모습을 당연히 모든 해군 파티에 참석하는 중장 시니어가 보고 말았어. 아이스에게 음료를 가져다주려고 다가가다가 그 모습을 보고 시니어는 그날 밤에 잠을 못 이뤘어. 이미 아이스의 나이가 꽤 많았으니 더욱 심정이 복잡했지. 만약 아이스가 해사만 다니고 있더라도 시니어는 당장 아이스에게 슈슈와 헤어지라고 말했을 거야. 근데 지금 아이스는 이미 너무 어른이었지.

주니어도 성인인데 내가 주니어가 만나는 사람에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이런 생각이 들면서 자기가 정략결혼을 했던 그 마음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어. 시니어는 주니어의 모든 것에 사사건건 간섭했지만, 적어도 성인이 된 후에도 강제로 누굴 만나라 누구랑 헤어져라 하고 싶지는 않았어.

그런 마음으로 참아보려고 했지만, 곧 화가 났지. 아니! 그새끼랑 나이차이가 도대체... 그놈은 제정신이 아니야. 못해도 주니어보다 15살 아니 25살은 많을 것 같았어. 둘의 나이차이를 생각하니 너무 화가나고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지. 결국 나중에 슈슈 나이를 찾아보고 나서 심지어 슈슈가 돌싱이라는 사실을 알아냈지. 다른 가족은 잘 사는 거 같고 그냥 이혼만 한 거 같았어. 그래서 더 화가났지. 자기 아들 뻘인 주니어에게 눈독을 들이다니 도둑놈이 따로 없었지.

시니어는 진심으로 한참을 고민했어. 슈슈를 좌천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거든. 그래, 내가 헤어지라고 하지 않아도 몸이 멀어지면 자연스럽게 마음도 멀어지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든 주니어를 이 개저의 손에서 빼내야겠다고 생각했어. 물론 진짜 좌천까지 하진 않았어. 만약 진짜로 좌천을 했다가 주니어가 더 절절해지면 걷잡을 수 없으니까.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지.

그러던 중 슈슈와 시니어가 만나게 되는 거야. 슈슈가 외부 일정으로 밖에 나가서 일을 하고 있을 때 시니어가 오게 된 거지. 중장님 오신다는 소식에 해군은 전날부터 난리가 나서 긴장했고 슈슈는 눈만 굴렸지.

마침내 눈 내리는 곳으로 시니어가 도착했을 때 해군은 그야말로 긴장 상태였지. 평소보다 중장이 엄청 기분이 안 좋아보였거든. 여차하면 어떤 불호령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모두 눈치를 보며 시니어를 어서 안으로 모시려고 했어. 그날따라 눈이 많이 내려서 시니어의 코트 위에 눈이 가득했지, 해군은 안절부절못하며 코트를 달라고 했어. 슈슈는 그때 시니어를 보며 첫눈에 반했지.

솔직히 지금까지 아이스 얼굴을 보면서 생각하긴 했어. 내 취향이긴 하네. 어떻게 할 생각은 전혀 없었으니까 뭘 하진 않았지만 그냥 얼굴을 본능적으로 빤히 보긴 했어. 근데 그건 어쩔 수 없잖아. 그래서 만약에 중장이라던 아이스 아버지를 보면 좀 눈치보이겠다고 생각했던 슈슈였어. 아무것도 하진 않았지만 그냥 지레 찔릴 것 같았지.

근데 막상 시니어를 보고 깨달았어. 지금까지 무의식적으로 아이스를 쳐다봤던 이유가 여기 있었지. 여기가 원본이었어. 시니어는 정말... 슈슈의 취향이었던 거야.

이미 시니어는 이곳에 슈슈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등장했을 때부터 화가 난 상태였지만, 슈슈는 혼자 로맨스코미디의 첫 만남을 찍고 있었지.... 정말로 누가 꽃이라도 뿌린 것처럼 내리는 눈이 예쁘게 보였고 그런 경험은 슈슈도 생전 처음이었어.

시니어는 아이스와 슈슈의 사이를 오해할 후부터 계속 혼자 부들부들해 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슈슈의 낯짝이라도 보려고 온 거야. 처음 봤을 때 멀어서 제대로 못봤기도 했고 대체 어떤 작자인지 궁금했어. 그리고 다른 군인들과 서 있는 걸 보면서 속이 부글부글했어. 아무리 못해도 역시 주니어보다 25살은 많을 것 같았어.

시니어는 슈슈를 보면서 화 주체를 못 참을까 봐 그냥 얼굴 한번 보고 바로 돌리는데, 슈슈는 그 모습마저 도도하고 귀엽군. 이렇게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지.

나중에 우연히 공적인 자리에서 시니어와 슈슈가 만나게 됐어. 슈슈는 계속 바랐지만, 중장과 대령이 만날 수 있는 일은 사실 잘 없어서 첫만남 이후로 굉장히 오랜만이었지. 시니어를 본 순간 슈슈는 바로 시니어게게 다가갔어.

시니어는 슈슈가 근처에 온 순간 개빡쳤지만 나름대로 어떻게든 티를 안 내려고 노력했어. 다른 사람도 다 있는 자리니 개인적인 감정으로 화내지 않기 위해 완전 억누르고 있었지.

슈슈는 시니어의 생각과는 달리 아이스에게는 일절 관심이 없었고 시니에게만 관심 있는데 시니어는 냉랭했지. 슈슈는 시니어를 보자마자 일부러 친근하게 굴고 싶어서 일단 둘다 서로 아는 사람 얘기를 꺼냈어. 바로 아이스였지.

-중장님의 아드님을 얼마전에 만났습니다. 지금 뵈니 아드님과 이름이 아예 같으시군요? 그럼 아드님이 주니어인가요?

이렇게 슈슈는 나름 노력해서 아이스 얘기로 시작해서 대화를 시작하려고 했어. 그런데 시니어는 자기를 보자마자 서로 통성명 하고 바로 주니어 얘기를 시작하는 슈슈 때문에 더 열받았지. 그냥 서로 인사하고 그냥 꺼져주길 바랐는데, 주니어 얘기까지 하다니! 도발처럼 느껴졌어.

-...예. 제 가족사에 관심이 많으신가 봅니다. 대령님.

그래도 대답을 안 할 수는 없으니 대충 대답을 했어. 냉랭하다 못해 서늘한 말투였지. 당장이라도 ‘꺼져.’ 라고 말하는 게 보였어. 그러나 슈슈는 음? 하면서 주춤했지만 물러나지 않았지. 그냥 원래 시니어는 좀 까칠한 성격인가보다 했어 첫만남도 그랬으니 시니어가 지금 자기에게 화난 줄은 전혀 눈치 못챘어.

그리고 이야기를 더 하고 싶어서 어떤 말을 하다가 곧 시니어와 주니어가 같은 이름이라는 걸 생각해냈어. 그래, 이름 얘기를 하면 될 것 같았어. 슈슈는 시니어를 칭찬하고 싶은데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갑자기 자기를 칭찬하면 아부한다고 느낄 수 있으니까 그게 적당해 보였지.

-아들과 아버지가 같은 이름을 가지는 건 너무 멋진 일인 것 같습니다.
-...네. 그렇죠.
-더군다나 중장님 같은 분의 이름이니 분명 카잔스키 대위도 자랑스럽게 여길 것 같군요.

슈슈는 시니어를 칭찬하고 있었어. 시니어의 얼굴을 보며 다시 한번 취향이라고 생각했고 좀처럼 대화를 이어가지 않고 단답만 하는 시니어를 보고도 포기하지 않았어. 솔직히 이정도로 할말 없게 대답하면 자리를 뜰만도 한데, 슈슈는 그렇지 않았지. 슈슈는 시니어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어.

-저도 나중에 가능하다면 주니어라는 아들을 얻고 싶네요. 제 이름을 따르든, 배우자의 이름을 따르든 해서 말이죠. 제 이름은 너무 멋이 없으니 아마 배우자 이름을 따르지 않을까요?

그래서 다음 말을 한 거지. 어쨌든 이 대화가 이어지려면 둘의 공통점이라고는 아이스밖에 없으니 그 얘기를 해야했어. 슈슈와 시니어는 한번도 업무를 같이 해본 적도 없고 그렇다고 계급이 비슷한 것도 아니니까.

만약, 아이스와 슈슈 사이를 오해하고 있지 않다면 시니어는 부드럽게 같이 대화했을 거야. 슈슈가 자기한테 관심을 보이는 것도 파악했겠고 흠, 나쁘지 않군.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몰랐어. 다만, 지금 시니어에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는 게 문제였어.

그래서 슈슈는 그게 시니어를 자극하다 못해 버튼을 눌러버릴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 시니어는 분노를 참지 못해서 슈슈가 한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어. 그런데 슈슈는 시니어가 단답을 하지 않자 오히려 ‘아, 대답을 생각하시는군.’ 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으로 받아들여서 더 말을 이었어.

-톰이라는 이름은 흔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중장님 성과 함께 있으니 정말 멋집니다. 더욱 아드님과 같은 이름을 가지신 게 훌륭해 보여요

슈슈는 시니어에게 플러팅 한 거였지만, 시니어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어. 오직 네 이름과 성을 가진 내 아들에게 개수작부리는군. 이렇게 받아들였어.

그래서 평소라면 그냥 저는 이만 가봐야하겠습니다. 이러면서 자리를 떴을 텐데, 머리끝까지 화가 나니 입에서 말이 터져나왔어. 아주 비꼬는 식으로.

-대령의 가족은 어떠신가요. 대령님이라면 제 아들보다는 훨씬 성숙한 분과 잘 어울릴 만큼 연륜있는 분이니. 가족분들의 이름도 궁금하네요.

의미는 하나였지. ‘너 나이 많은 거 알지?’ 그거였어. 슈슈는 이 상황을 몰랐던 거지 절대 눈치 없는 사람이 아니니까 순간 멈칫했어. 아이스가 언급될 게 뭔가 이상해. 대체 뭔진 모르겠지만 뭔가 이상했지.

그러나 슈슈가 잠시 상황을 파악하려고 하는데 시니어는 틈도 주지 않고 계속 날카로운 말투로 슈슈를 공격했지. 여전히 얼음 같은 얼굴에 비꼬다 못해 다른 사람이 들었다면 당장이라도 쩔쩔 맬 것 같은 차가운 태도였어.

-멋지다니요. 과찬이십니다. 제 아들은 아직 어리고 더 배울 것이 많은데요. 앞으로 미래에 할 일을 생각하면 배움이 턱없이 모자르지요. 무엇보다 아직 철 없는 청년입니다.

슈슈는 고개를 갸웃했지. 아마, 톰 카잔스키 대위가 어리다는 걸 말하고 싶은 것 같은데 대체 왜 이렇게 시니어가 날 섰는지는 알 수 없었어. 그래서 슈슈는 한참 말을 골라 대답했지.

-그...래요 톰 아이스맨 카잔스키 주니어 대위는 정말 능력있고 훌륭하죠. 배움이 부족하다 하더라도 뭐든지 쉽게, 완벽하게 배울 능력있는 파일럿입니다.
-좋게 봐주신다면 감사합니다만, 아직 제 곁에서 배울 점이 특히나 많죠. 남들은 아이스맨 이라는 철없는 콜사인을 붙여줬다지만 아직 혈기왕성 하여 사리분별이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단 시니어의 아들인 아이스를 칭찬했지만, 시니어는 요지부동이었어. 계속 슈슈에게 날카롭게 반응했지. 내용자체는 아이스가 부족하다는 뉘앙스였지만, 말하는 본인이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걸 누구라도 알 수 있었지.

그래서 혹시나... 정말 아니겠지만, 슈슈는 시니어가 뭔지 잘못 오해를 하고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 그래서 다시 최선을 다해 부드럽게 말했지.

-...그래서 그런지 주변에 주니어와 혼인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정말 많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동료 중 또.래.대.위. 누군가와 만나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 역시 꽤 훌륭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또래’ 라는 말을 정말 강조해 말했더니 그제야 시니어의 얼굴이 탁 풀어졌어. 아까까지 당장이라도 누구한명 족칠 것 같았던 냉랭한 표정도 사라졌어. 말투도 부드러워졌는데, 아마 이 말투가 본래 말투일지도 몰랐어.

-그렇군요. 주니어가 철이 없지만 사람은 잘 보는 편이니 저는 그 대위는 잘 모르겠지만, 주니어가 말해줄 때까지 기다려야겠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대령.

슈슈는 계속 진땀을 흘리다 드디어 안심했지. 그리고 이후에는 좀 더 부드러운 대화를 나눴어. 얘기를 하다가 슈슈는 아이스와 좀 몸이 가까워졌던 그 해군파티에 시니어도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 그제야 감이 왔지. 왜 이런 오해를 했지? 했더니 아마 그때를 본 거 같아. 그래서 이야기를 그때로 끌고갔지. 카잔스키 대위에게 미안한 일이 있었다면서 말이야.

-주니어에게? 미안한 일이 무엇이죠 대령.
-제가 몸이 이래서 균형을 못 잡아 주니어에게 큰 폐를 끼쳤죠.

그러면서 팔 한쪽이 불편한 걸 보여줬더니 시니어의 얼굴이 당황하더니 곧 돌아왔지. 시니어는 그제야 본인이 둘 사이를 오해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 슈슈에게는 무척 좋은 일이었으나, 다른 문제도 있었어.

오해는 풀렸지만, 슈슈의 첫 인상이 안 좋았던 탓인지 이상하게 시니어에게 슈슈는 어린 애 좋아할 것 같은 도둑놈 이미지가 생겨버렸지. 그 뒤, 시니어는 한쪽 팔이 없는 슈슈를 은근히 배려해 줬어. 그런데도 늘 슈슈를 도독눔 취향이라고 생각하면서 다짐했어. 어린 애를 좋아하든 말든 상관 없고 주니어만 아니면 된다. 라고 말이야.

나중에 슈슈가 시니어랑 데이트를 하고 싶어서 ‘요즘 저녁 식사를 한 지 오래됐군요.’ 이런 식으로 연애하고 싶다고 말해도 시니어는 칼 같이 반응했어.

-그렇군요 대령. 주니어는 미첼 대위랑 결혼을 전제로 교제중이니 주니어 주변 동료들을 한번 만나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주니어가 매버릭이랑 사귄다는 걸 시니어한테 말한 이후에도 결혼 얘기까지 꺼낸 적은 없었으나 시니어는 거듭 강조했어. 주니어는 이미 매버릭이랑 결혼할 예정이다. 결혼 전제로 교제 중이라며 슈슈를 차단했지. 혹시나 싶은 마음 때문이었지.

그래서 그 말은 슈슈가 웃으며 말했어.

-네? 하하 주니어 또래 애들을 제가 만날 수는 없지요. 나이 차이가 얼마입니까? 제 전처 사이에 낳은 첫째가 그 애들보다 나이가 많을 겁니다.

꽤 정상적인 말에 시니어는 너무 놀랐어. 자기도 모르게 ‘네? 대령 그게 무슨,’ 이렇게 반응하는데 슈슈가 덧붙였어.

-중장은 저를 그런 파렴치한으로 보고 계셨단 말입니까?

그렇게 말하는데 시니어는 따로 대답하진 않았어. 그런 파렴치한으로 보고 있던 게 맞았으니까. 심지어 시니어는 주니어를 지키기 위해 주니어의 친구들까지 팔아먹으려 했었으니까. 자리까지 주선해야 하나? 생각할 정도로.

시니어가 이렇게 오해를 풀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어. 시니어는 지금까지 살면서 가문 어른들 말고는 눈치보고 살아온 경험이 없고, 평생을 고집불통으로 살아왔어. 아이스를 키우면서 많이 유해지긴 했지만, 사람 어디 가지 않았지.

자기 가족과 바운더리에 굉장히 민감한 사람이었고 선을 넘으려고 하는 사람에게 엄청 경계하는 사람이었어. 그리고 심지어 오해긴 했지만, 슈슈가 선을 넘으려고 했다는 것 때문에 기본적으로 반감이 컸어. 오해가 풀렸다고 해도 그게 쉽게 풀리진 않았어 어쨌든 그때 가족이 위협받는 다는 감정이 남아있어서 좀 석연치 않은 느낌이었지.

아이스가 아니라고 말해도 일단 알았다고 하면서 주의를 줬지. ‘무슨 일 있으면 말해라.’ 아이스는 아무 일도 없다고 계속 말했고.

그러다 두 사람이 완전 얽히게 된 일이 있었어. 한참을 시니어에게 플러팅을 하던 슈슈는 생각했어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그래서 어느정도 사적인 얘기도 하게 된 시니어한테 그러는 거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서 중장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제 도움이요? 대령에게 제 도움이 왜 필요한가요.
-중장의 또래기도 하고... 무엇보다 계급이 높은 분이라 다가가기 어렵군요.

혹시 주니어를? 하는 마음에 순간 날이 선 시니어에게 빠르게 대답을 해주니 시니어가 곧 얼굴이 풀어지며 음, 고민이시겠군요. 하는 거야. 그래서 두 사람은 저녁을 먹게 됐지. 저녁을 먹으면서 적당히 즐거운 대화를 하며 결국에는 시니어 저택에서 술을 더 마시기로 했어.

그리고 제대로 된 연애도 안 해본 시니어는 그대로 호로록 잡혀먹고 눈 뜨니 옆자리에 슈슈를 보고 충격을 먹지. 내가, 무슨 짓을..? 그리고 그땐 이미 늦었고.

시니어는 지금까지 딱 한번의 연애결혼을 했는데, 바로 전부인이자 아이스의 어머니였어. 연애결혼은 당연히 아니었고 부인이 22살 시니어가 18살이 되자마자 한 정략결혼이었어. 시니어는 성인이 되자마자 바로 정략결혼을 했고 아이스를 바로 가졌어. 전부인과 시니어는 아이스를 임신한 1년간 나름 연애를 즐겼고 아이스가 출산하자마자 끝이 났어.

전부인이 아이스를 출산하고 나서 시니어는 기대했어. 전부인과 정략결혼으로 만난 사이이긴 했지만 1년 동안 부인을 내심 사랑하게 됐고 이제 아이스도 출산했으니 선임신 후연애로 갈 줄 알았어. 그런데 부인은 바로 헤어지길 원했어.

강경한 부인의 태도에 시니어는 헤어져 주겠다고 했고 부인은 처음에 시니어에게 아이스도 자기가 데려가겠다고 말했지. 시니어는 그 말에 처음에는 매달렸어. 아이스는 두고 가라고 앞으로 종종 보여주겠다면서.

-내가 키우면 안됩니까, 얘 없으면 난 정말 혼자야. 당신한테도 자주 보여주겠어. 대신에 데려가지만 마요.

그러나 부인이 망설이면서 아이스를 데려가고 싶다고 하자 시니어는 점점 부인을 협박하게 됐어. 분명 말은 협박인데 절절함이 가득했지.

-어른들이 주니어를 다시 찾아오면 그 땐 애를 가만두지 않을거야. 그럼 당신도 아예 못보게 될텐데 그걸 원해?

마지막으로 부인에게 시니어가 억눌린 음성으로 말했어.

-....그리고 주니어를 찾아오지 못하면 나는 이번엔 정말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랑 결혼해야 하는데...

그 말에 부인은 아이스를 놓고 가기로 했지. 애초에 카잔스키가 싫어서 부인은 시니어와 헤어지길 원했어. 만약 이대로 이곳에 묶여 있다가는 자기 삶은 없고 시니어의 부인으로서만 살아야 한다는 걸 알았거든.

그러니 부인은 더 이상 아이스를 데려가겠다고 말할 수 없었던 거야. 누구보다 카잔스키에 매여 있는 건 시니어였고, 시니어의 말 대로 만약 자기가 아이스를 데려갔다가는 시니어는 또다시 결혼해야 했었거든. 부인과 결혼했던 것도 시니어가 18살 때였으니 뻔했어.

알파/오메가 보다 우성/열성이 중요한 이 세계에서 우성알파는 특히 잘 태어나지 않는 조합이었고 운 좋게도 카잔스키에서는 우성알파가 자주 나왔어. 시니어도 그랬고 아이스도 태어나자마자 선검사를 했는데 아마 우성알파로 발현할 거라고 했지. 가문 어른들은 절대 주니어를 포기 하지 않을 거라는 걸 두 사람 모두 알았지.

그렇게 시니어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연애/결혼이 끝났고 슈슈와는 그 하룻밤을 기점으로 애정 관계가 됐지. 슈슈는 능숙한 사람이었고 시니어를 행복하게 해주는 어른스러운 사람이었어.

그러다 문제가 시작됐어. 주니어가 열성알파로 발견하고 만 거야.

분명 우성알파로 발현할 거라고 다들 철썩같이 믿던 주니어가 우성알파로 발현하게 되자 집안 어른들은 패닉했어. 그리고 시니어에게 다시 우성 오메가와 정략결혼을 하라고 했지. 나이로 따지면 아이스가 결혼을 하는 게 맞겠지만, 아이스는 열성이거든. 열성알파가 우성알파를 낳는 건 더욱 희박한 확률이라 어른들은 시니어에게 종용했지.

시니어는 이미 슈슈를 사랑하고 두 사람 다 행복하게 살고 있었기 때문에 큰 충격을 받았어. 하지만 어쨌든 어른들 말씀을 거부하더라도 결국에는 갑자기 결혼이 성사될 거야. 첫 결혼도 그랬으니까.

그날부터 시니어는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걸 눈치챈 슈슈가 시니어에게 무엇이 문제냐고 물었지. 시니어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사실 대로 다 말했어. 그랬더니 슈슈가 그러는거야.

-어쨌든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으란 거죠? 그럼 제가 오메가라고 말씀드리세요.
-네?

시니어는 어리둥절 했어. 슈슈가 오메가가 아닌 건 누구보다 자기가 아는데... 그랬더니 슈슈가 그러는거야. 제 서류에는 오메가로 돼 있으니까 걱정할 건 없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시니어가 의문을 품고 당장 부하에게 전화해 서류를 다시 자세히 확인하는데 정말 그렇다는 거야. 그때 처음에 서류를 볼 때는 나이만 봐서 그렇게 돼 있는 줄도 몰랐어.

알고 보니 슈슈 망명신청하면서 미국으로 넘어올 때 분명히 건강검진 하고 서류 넘어갔지. 그런데 그 과정이 너무 길고 복잡하고 심지어 슈슈가 머무는 보호지역(?) 이 정치적 이슈로 되게 많이 바뀌어 그 건강검진 자료들이 다 섞였던 거였어. 나중에 받아보니까 누구꺼랑 섞인건지 우성오메가로 되어 있었지만 슈슈는 귀찮기도 하고 딱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정정하지 않았지.

솔직히 슈슈 그거 처음 보고 얼척이 없었지만 그땐 자기도 워낙 정신없었고 이거 수정하려고 신청하면 또 천년만년 기다려야 하니까 걍 여태 안하고 뻐긴건데 이게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하겠지

그렇게 두 사람은 결혼하게 되고 나중에 친척 모임에서 슈슈를 소개했지. 심지어 아이스에게 친척 어른이 대놓고 말하는 거지.

-네가 우성이 아니라서 실망스럽지만 네 새어머니(!) 가 우성 오메가라니 얼마나 다행이니.
-네? 그게 지금 무슨,

아이스가 당황해 물었지만 시니어가 바로 주니어에게 함부로 말하지 말라면서 데리고 갔지. 그런데 아이스는 진짜 태어나서 첨듣는 얘기였어. 아무리 세상 사람들이 서로 형질 공개를 안 하고 페로몬도 잘 안 뿌려서 잘 모른다고 하지만... 그건 아닌거 같은데.

무엇보다 아이스는 어쩌다가 저택에 들렸다가 슈슈시니어의 포지션까지 알고 싶지 않지만, 알게 됐단 말이야. 그래서 당황스러웠다가 나중에 사실을 알게 됐지.

만약 여기서 아이스가 열성오메가로 발현해도 비슷하게 흘러갈거야. 열성이고 오메가이기까지 하니 아이스가 결혼을 한다 해도 우성알파는 낳지 못할 거라면서 시니어를 종용하게 되고 결국 시니어는 또 가짜 우성오메가 슈슈랑 결혼하게 되지.

그런데 우성알파-우성오메가 조합이라고 어른들은 철썩 같이 믿고 있지만, 사실 우성알파-우성알파 조합인 슈슈시니어는 애가 안 생기는 반면에 매브아이스는 혼전 임신하겠지... 다들 경악하는데 일단 낳고보니 우성알파인 캐피가 태어나서 어른들 만족할 거 같다.

어쨌든 누가 됐던 우성알파가 생겼으니 가문 후계 구도에는 문제가 없다고 다들 안심했지. 가문 어른들이 시니어에게 그랬어. ‘주니어가 우성알파를 낳아서 다행이다. 다만, 주니어 때처럼 어른이 돼서 열성으로 늦발현 할 수 있으니 너도 노력하거라.’ 슈슈시니어를 만날 때마다 그렇게 말했어. 더 늦기 전에 노력하라고.

그러면 그럴 때마다 슈슈가 말했지.

-장군과 제가 부던히 노력 중입니다.

어른들은 슈슈의 말에 아주 좋아했지. 그리고 근시일 내에 좋은 소식이 들렸으면 좋겠다며 몇 번이나 좋은 선물을 보냈지. 근데 그만큼 어려운 일이었거든 우성알파를 가지는 건 사실 같은 우성끼리도 쉽지 않은 일이었으니 어른들은 조급해하지 말고 노력하라고 했지.

-장군 어른들 말씀 들었죠? 저보고 노력하라네요.

슈슈는 열심히 노력했어. 정말... 시니어가 그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다들 여기 있는거지..???
ㅠㅠㅠㅠㅠㅠㅠ


슈슈시니어
매브아이스 크오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
등록된 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