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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시너붕남으로 너붕남의 임신튀가 어나더
티모시너붕남으로 너붕남의 임신튀가 삼나더
티모시너붕남으로 너붕남의 임신튀가 사나더
티모시너붕남으로 너붕남의 임신튀가 오나더
6.
크라흐타는 절망을 잘 알았다. 스러져간 미나샤에서 아이라만이란 이름을 달고 살다보면 자연히 익히게되는 것이었다. 가장 첫 절망은 탄생과 함께 찾아왔다. 나의 아버지 크라흐타 탈랍 닌아가타 아이라만, 나의 어머니는 그의 정당한 아내 오난샤 켈로나 케보나못 오펜쟈, 일명 오펜잔 카놈. 그 첫 번째 아들인 나는 미나샤의 정당한 후계자였다. 그러나 정작 나의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나에게는 미나샤의 피보다도 더 짙은 리오넬의 피가 흘렀다. 우리는 리오넬에게 점령당한, 속방국 미나샤의 왕족이었으니까.
두 번째 절망은 나이 불과 열 살때 찾아왔다. 정식으로 왕태자로 책봉받은 후에, 과거의 영광에 가려진 허상이 아닌 진짜 이 나라의 역사를 알았으니까. 나의 나라가 어떻게 스러져갔는지, 나라와 백성을 지키기 위해 전장을 누비시던 나의 증조부가 백성을 살리기 위해 백기를 든 후에 야만의 땅으로 끌려가서 어떤 수모를 당했는지, 아버지와 어머니를 거쳐 내 몸에 대대로 흐르는 리오넬의 피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하지만 그렇다해도 무너지지 않았다. 그때의 나는 앞으로 나아갈 일에만 의지를 두었으니까. 치욕스러운 과거는 영광스러운 미래로 갚을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한 미래를, 반드시 나의 손으로 이루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세 번째 절망은 비교적 빠르게 찾아왔다. 내 나이 열다섯, 미나샤의 오랜 역사에서도 유래없을 정도로 강력한 치유의 힘을 발현했다. 리오넬의 피가 섞여 탁해질대로 탁해진 피에서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미나샤인과 리오넬인을 가리지않고 조정의 모든 신하들에게서 찬사가 쏟아져나왔다. 왕태자로 책봉되었을 때보다 더 많은 축하를 받았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이것이 기적일 지언정 축복은 아니노라고. 그 해를 넘기기도 전에 리오넬의 황제 크라스노 3세의 사절단이 미나샤에 들이닥쳤다. 나는 그 자리에서 폐위되었고, 리오넬의 황태자비가 되었다. 더 이상의 절망은 없었다. 그저 하루하루 스러져갈 뿐. 십육년간의 전쟁 끝에 나라를 헌납하고, 강제로 폐위되어 황후로 끌려앉혀졌을 때 증조부의 심정도 이랬을까. 말라갔다. 하루하루, 점점 내가 줄어갔다. 이억만리 타국에서, 내편이라곤 없는 적지에서, 모두가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가운데, 나는 그저 찬란한 제국을 빛낼 장기말로 점
점
잠
겨 갔
다 .
“회임하셨습니다.”
태의의 말이 건조하게 침실을 메웠다. 내 나이 스무살, 이곳 크리시아스 궁으로 끌려온지 오년만의 일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 사람이 만일 납으로 빚어졌다면 저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싶었던 크라스노 3세가 그리 환히 웃는 것을 나는 처음 보았다. 나의 고모, 티하타라 황후는 나의 심정과 같은지 다른지 그저 속을 감춘 미소로 내 어깨를 감쌌다. 모두가 축복했다. 아이라만의 피를 대대로 타고난 크라스노 황제와 아이라만의 직계인 티하타라 황후 사이에서 태어난 황태자는 역대의 리오넬 황족 중에서도 가장 강한 치유력을 타고났다. 그런 그와 나 사이의 아이였으니 모두가 마누셰흐르의 축복을 받고 태어날 황태손을 기다렸다. 축복 속에서 천천히 가라앉고 있던 나는 무심코 고개를 돌려 나의 남편, 황태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웃고있었다. 아주 만족스럽게. 익숙한 얼굴이었다. 내가 아주 잘아는. 찬란한 미나샤의 삶 속에서 왕태자의 숭고한 의무를 짊어지고 한걸음 나아갔을 때의 그 만족감. 그래 성취감.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아아, 나의 아이는, 이 찬란한 제국을 번영시킬 또 하나의 장기말이구나.
“여행을 가고 싶다고?”
“…예. 아이가 들어서 마음이 몹시 부침합니다. 가까운 세브랑에라도 가서 마음을 비우고 싶습니다.”
세브랑은 수도 할로에서 마차를 타고 닷새 정도를 가면 도착하는 곳이었다. 호수가 있는 아름다운 휴양지. 할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크라스노 황제는 처음엔 못마땅한 듯 했으나 세브랑으로 가겠다는 말에 쉽게 수긍했다. 그때의 나는 정말로 마르고 수척해서 마냥 가둬두기도 어려웠던데다 세브랑은 할로에서 멀지도 않고 바다가 있는 곳도 아니라 그정도는 괜찮았겠거니 생각했을 터다.
황제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시녀들과 짐을 챙겨 궁을 떠났다. 휴양지에 함께갈 짐을 잔뜩 챙겼지만 그 중 대부분은 중간에 버려졌다. 이제는 나대신 왕태자가 된 동생 카르남이 보내준 사람들과 합류하여 리오넬을 떠났다. 리오넬의 국경을 넘어 미나샤에 도착한 뒤엔 나를 따라온 시녀들을 카르남에게로 보냈다. 미나샤에서부터는 홀로 떠났다. 내가 어디로 향하는지는 카르남도 몰라야했다. 그래야 리오넬이 수색을 해도 카르남은 무사할테니까.
고국의 공기를 마시며 정처없이 떠돌았다. 작고 소박한 도시, 사람이 적은 곳, 왕래가 없는 곳을 찾아 헤메다보니 은게제까지 흘러들어왔다. 그때는 이미 배가 부를대로 불러있는 상태였고 더 이상 걸음을 옮기기도 힘든 상태였다. 결국 은게제에서 아이를 낳았고 그대로 그곳에 머물렀다. 산이 높고 강이 좁은 은게제. 작은 왕국 미나샤에서 작은 도시 이비에 속한 작고작은 마을. 그곳이라면 나와 이 아이 쯤은 숨겨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들이면 루카스, 딸이면 루나가 좋겠군.”
“…….”
“알파로 태어났으면 좋겠네. 그래야 후계자가 될 테니까.”
다정한 듯 손을 쓰다듬던 황태자가 웃으며 말했다. 품에 안긴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어미의 피가 없는 듯 아이는 새하얗고 눈부셨다. 황태자가 남기고 간 말이 떠올랐다. 찬란한 빛과 찬란한 달빛이라. 나는 속으로 웃었다. 축복과 광영 속에서 태어난 자라 그런가 속을 감추지 않았다. 아이를 품에 안았다. 갓 태어난 아이는 너무나 따뜻해서 자그마한 심장고동이 가슴을 울렸다. 내 아이는 그렇게 루에제가 됐다. 새벽녘 고개를 내민 햇빛의 이름. 찬란한 빛이 되지 말거라 아가. 그저 너를 비출 정도면되.
“몸은 좀 어떠시오.”
“…당신은.”
“이 마을의 촌장 로후타 조게고 에레제 이즈라말이요. 경황이 없었던지라 손님의 이름조차 묻지 않았구려. 이름이 어떻게 되시나.”
마른 입술이 달싹였다. 잠깐의 어색한 침묵 끝에 대답했다.
“…크라흐타입니다.”
“크라흐타라.”
“선조는 없습니다. 가족도 없으며, 허니 항렬도 없습니다.”
“…….”
“그저 크라흐타라 불러주십시오.”
찬란한 나의 아버지, 부디 나를 가려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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