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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3 01:11
보고싶다 1 ㅈㅇ
아이스도 만만치 않은 나라의 대귀족으로 그 젊은 나이에도 최후의 전투에 선봉으로 설 정도였는데 무참히 패하고 포로 신세가 되어 개처럼 질질 끌려가는 거.... 불명예스럽게 포로가 되어 수모를 당하느니 자결하려던 것도 매버릭에 의해 저지당하고 죽는 것만 못한 삶을 이어가게 되는 거지.
끌려오는 동안에도 수차례의 자결을 시도하고 황자궁에 도착해서도 도무지 복종하려 들지 않고 날뛰는 아이스를 제압하느라 여간 애를 먹는 게 아닌데 그 모습을 지켜보는 매버릭은 아주 흥미롭고 즐겁다는 얼굴이겠지. 마치 큰 부상을 입고 승산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끝까지 발톱을 세우고 죽을 힘을 다해 으르렁거리는 잿빛늑대 같았어. 늑대는 고고한 짐승이지. 그럴수록 길들이는 맛이 있는 법이고.
킥, 야차같은 저 얼굴이 완전히 무너져서 저한테 애원하며 매달리게 될 걸 생각하면 벌써부터 웃음이 나왔어. 매버릭은 날마다 패악을 부리는 아이스를 밖으로 도망나가지 못하는 선에서 크게 벌 주지 않고 내버려뒀어. 얼마 후면 저 짓도 못하게 될 테니까. 아- 왜 자꾸 웃음이 나오지.
그리고 얼마 후, 아이스는 정말 자진해서 무릎을 꿇게 되겠지. 처음에는 제 눈을 의심했어. 아니, 그 입에서 흘러나온 이름조차 믿을 수 없었지.
"니콜라스 카잔스키, 크리스토퍼 카잔스키."
매버릭의 입에서 그 이름들이 나온 순간 아이스는 흠칫 몸을 떨었어.
"참 그리운 이름들이지?"
"너...네가 그 이름을 어떻게...아니, 왜..."
"왜일 것 같아?"
네가 그 이름들을 어떻게 알고 있냐고 묻기엔 카잔스키 가의 이름이 드높았었기에 더 묻지 않았어. 굳이 알고자 했다면 얼마든지 알 수 있었을 테니. 그보다 정말 의문인 것은 새삼 그가 제 앞에서 왜 그 이름들을 꺼내느냐 하는 것이었지. 이미 죽었을 제 동생들을...대체 왜....
"쯧, 혈육에 대한 일이 되니 판단이 흐려지는 모양이네."
매버릭은 얼른 대답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는 아이스를 보고 혀를 찼어. 매버릭의 그런 태도는 아이스의 설마하는 생각에 더욱 힘을 실어 주었지. 그는 영악하고 목적한 바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아. 이제와서 고작 제 슬픔 따위를 자극하려고 그 이름들을 언급했을 리가 없어. 그런 영양가 없는 짓을 할 인간이 아니란 소리야. 그가 제 동생들을 입에 담았을 땐 그게 확실한 제 약점이 될 거란 확신이 있기 때문일거고 그러려면- ...닉과 크리스가 살아있어야 하는데.
결론이 나온 모양인데 여전히 혼란스러워 하고만 있는 아이스를 보고 매버릭은 쿡, 웃었어. 저렇게 정신을 못 차리는 꼴은 처음 보는데 그것도 꽤 귀여웠지.
"똑똑한 줄 알았는데."
놀리는 듯한 그 말투에 아이스는 역시 그가 뭔가 쥐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지. 멸망한 조국, 그 자리에서 즉결처분을 받거나 가축처럼 포로로 끌려가 노예로 팔려나가는 와중에 열 살 밖에 안 된 어린 동생들이 살아있을 가능성은 모래속에서 바늘을 찾는 것만큼이나 희박했지만- 지금 매버릭이 제 눈 앞에서 보란듯이 흔들어대는 게 바로 그 실낱같은 희망이었으니까. 설마...설마...
"...살아있어?"
"글쎄?"
매버릭은 고개를 갸웃하며 아리송하게 말했지만 아이스는 알 수 있었어. 살아있구나. 살아있어. 저도 모르게 꽉 움켜쥔 두 주먹이 부르르 떨렸어. 카잔스키란 것을 들키기만 해도 목이 잘렸을 그 생지옥 속에서- 살아줬구나....
"...원하는 게 뭐야."
그러자 매버릭은 기다렸다는 듯 씨익 웃었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네가 더 잘 알 거라 믿어."
"......"
복종을 원하겠지. 절대로 외면할 수 없는 치명적인 약점을 잡고 나를 가지고 놀 생각이겠지. 이제까지 적당히 풀어놓고 봐줬던 것도 지금을 염두에 두고 내버려뒀던 거구나. 얼마나 우스웠을까. 얼마나 가소로웠을까. 내가 죽을 힘을 다해 몸부림치는 걸 보고 속으로 비웃고 있었겠지. 찢어죽일 놈, 그럼에도 나는 이제 이 자를 거역할 수 없겠구나.
"...시키는 대로 할 테니 애들을 보여줘."
"음?"
"얼굴 보기 전까진 못 믿어. 둘 다 무사한 지 내 눈으로 직접 봐야겠어."
"의심은."
톡 쏘아붙이면서도 매버릭은 합당한 요구라는 듯 옆에 있던 시종한테 까딱 고갯짓했어. 이윽고 시종 둘과 기사 둘이 금발의 아이 둘을 에워싸고 방 안으로 들어왔지.
"......!!!"
"형...!"
"형아, 정말 형아야?"
오밀조밀한 입술로 자신을 부르는 어린 동생들의 부름에 응답해주고 싶었지만 목이 콱 매여서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어. 닉과 크리스는 아이스에게 달려가려고 했지만 기사 둘이 굳건히 앞을 가로막고 있어서 그럴 수 없었지. 매버릭은 그걸 보더니 다소 과장스럽게 말했어.
"이런, 감격스러운 장면이군. 눈물 없인 볼 수가 없는데."
자신의 비극을 희화화하는 매버릭에 이가 뿌득 갈렸지만 아이스는 참아냈지. 그리고 한 번도 쓴 적 없던 존댓말로 간청했어.
"...한 번만...한 번만 안아보게 해 주십시오...제발......"
"흐음, 태세전환이 빠르네. 역시 상황 파악을 잘 한다니까. 그런데 아직 주제 파악은 안 됐나 봐?"
그에 아이스가 망연히 매버릭을 올려다보자 매버릭이 높은 단상 위의 의자에서 아이스를 내려다보며 비죽이 웃었어.
"무릎부터 꿇어야지. 부탁하는 자세가 영 안 됐네. 그렇게 생각 안 해?"
아... 동생들을 본 순간부터 전부 버리기로 했던 자존심이 아직 남아있었나 봐. 수치심 또한. 손끝이 파르르 떨렸어. 하지만 이제 아이스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지. 그는 천천히 한 쪽 한 쪽 무릎을 꿇었어. 그리고 나서 바닥에 이마를 박았지.
"전하, 제발 황은을 베푸시어......"
아이스는 딱 혀를 깨물고 죽고만 싶은 것을 꾹 참고 거듭 머리를 조아렸어. 하지만 매버릭은 생각보다 더 잔인한 사람이었지.
"싫은데?"
아이스의 온 몸이 얼어붙은 듯 굳어졌지.
"다음에. 네가 내 말 잘 들으면 다음에 안아볼 수 있게 해 줄게."
매버릭은 웃으면서 잠자리의 날개를 뜯는 어린아이처럼 천진하게 말했어. 이만 데리고 나가란 손짓에 쌍둥이들이 저마다 형을 찾았지만 어린아이 둘이 성인 네 명의 힘을 당해낼 수 있을 리 없었지.
"닉! 크리스!!"
아이스는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그들을 쫓아가려다 매버릭의 그만, 이라는 말 한 마디에 덜컥 멈춰섰어.
"앞으로 넌 무슨 일을 하든 내 옆에 있게 될 거야."
"......"
"때려치거나 도망치고 싶으면 언제든 그래도 돼. 저 애들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면."
"...그럴 일...없을 것입니다."
"모쪼록 그러길 바라. 나도 너무 어린애들한테까지 죄를 묻는 건 별로 안 좋아하거든."
거짓말. 제 사욕을 채우기 위해 어린아이들을 인질로 쓰는 주제에. 원하는 걸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야비한 인간.
"앞으로 네가 하기 나름일 거야. 저 애들이 먹고 입는 것, 잠자리, 하다못해 장난감 하나하나까지. 고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넓은 정원에서 뛰놀며 맛있는 간식 먹고 낮잠 잘 수 있을지 차가운 지하감옥에서 추위와 굶주림에 견디다 못해 쥐를 잡아먹게 될 지 다 너한테 달렸다고."
"......"
악마. 악마새끼. 너를 증오한다. 죽는 그 순간까지도 너를 저주할거야.
"너만 잘 하면 가끔 얼굴 보게 해 줄게. 잘 지내는지 확인도 시켜줄 겸. 어때?"
"...황은이...망극......"
"푸핫, 그딴 입에 발린 소린 필요없어."
그렇게 말하면서도 매버릭은 지금 이 상황이 퍽 유쾌해보였지. 아이스는 진심으로 할 수만 있다면 그를 칼로 수십 수백 번 난자해 죽이고 싶었어. 어떻게 해도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 통탄할 노릇이었지. 그런 아이스의 눈에 순간 광기가 스친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매버릭은 느긋하게 다리를 꼬며 말했어.
"자, 그럼 우선 이리 와서 내 발등에 키스해."
비로소 길고 긴 애증의 역사가 시작되는 운명적인 순간이었지.
매브아이스
아이스도 만만치 않은 나라의 대귀족으로 그 젊은 나이에도 최후의 전투에 선봉으로 설 정도였는데 무참히 패하고 포로 신세가 되어 개처럼 질질 끌려가는 거.... 불명예스럽게 포로가 되어 수모를 당하느니 자결하려던 것도 매버릭에 의해 저지당하고 죽는 것만 못한 삶을 이어가게 되는 거지.
끌려오는 동안에도 수차례의 자결을 시도하고 황자궁에 도착해서도 도무지 복종하려 들지 않고 날뛰는 아이스를 제압하느라 여간 애를 먹는 게 아닌데 그 모습을 지켜보는 매버릭은 아주 흥미롭고 즐겁다는 얼굴이겠지. 마치 큰 부상을 입고 승산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끝까지 발톱을 세우고 죽을 힘을 다해 으르렁거리는 잿빛늑대 같았어. 늑대는 고고한 짐승이지. 그럴수록 길들이는 맛이 있는 법이고.
킥, 야차같은 저 얼굴이 완전히 무너져서 저한테 애원하며 매달리게 될 걸 생각하면 벌써부터 웃음이 나왔어. 매버릭은 날마다 패악을 부리는 아이스를 밖으로 도망나가지 못하는 선에서 크게 벌 주지 않고 내버려뒀어. 얼마 후면 저 짓도 못하게 될 테니까. 아- 왜 자꾸 웃음이 나오지.
그리고 얼마 후, 아이스는 정말 자진해서 무릎을 꿇게 되겠지. 처음에는 제 눈을 의심했어. 아니, 그 입에서 흘러나온 이름조차 믿을 수 없었지.
"니콜라스 카잔스키, 크리스토퍼 카잔스키."
매버릭의 입에서 그 이름들이 나온 순간 아이스는 흠칫 몸을 떨었어.
"참 그리운 이름들이지?"
"너...네가 그 이름을 어떻게...아니, 왜..."
"왜일 것 같아?"
네가 그 이름들을 어떻게 알고 있냐고 묻기엔 카잔스키 가의 이름이 드높았었기에 더 묻지 않았어. 굳이 알고자 했다면 얼마든지 알 수 있었을 테니. 그보다 정말 의문인 것은 새삼 그가 제 앞에서 왜 그 이름들을 꺼내느냐 하는 것이었지. 이미 죽었을 제 동생들을...대체 왜....
"쯧, 혈육에 대한 일이 되니 판단이 흐려지는 모양이네."
매버릭은 얼른 대답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는 아이스를 보고 혀를 찼어. 매버릭의 그런 태도는 아이스의 설마하는 생각에 더욱 힘을 실어 주었지. 그는 영악하고 목적한 바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아. 이제와서 고작 제 슬픔 따위를 자극하려고 그 이름들을 언급했을 리가 없어. 그런 영양가 없는 짓을 할 인간이 아니란 소리야. 그가 제 동생들을 입에 담았을 땐 그게 확실한 제 약점이 될 거란 확신이 있기 때문일거고 그러려면- ...닉과 크리스가 살아있어야 하는데.
결론이 나온 모양인데 여전히 혼란스러워 하고만 있는 아이스를 보고 매버릭은 쿡, 웃었어. 저렇게 정신을 못 차리는 꼴은 처음 보는데 그것도 꽤 귀여웠지.
"똑똑한 줄 알았는데."
놀리는 듯한 그 말투에 아이스는 역시 그가 뭔가 쥐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지. 멸망한 조국, 그 자리에서 즉결처분을 받거나 가축처럼 포로로 끌려가 노예로 팔려나가는 와중에 열 살 밖에 안 된 어린 동생들이 살아있을 가능성은 모래속에서 바늘을 찾는 것만큼이나 희박했지만- 지금 매버릭이 제 눈 앞에서 보란듯이 흔들어대는 게 바로 그 실낱같은 희망이었으니까. 설마...설마...
"...살아있어?"
"글쎄?"
매버릭은 고개를 갸웃하며 아리송하게 말했지만 아이스는 알 수 있었어. 살아있구나. 살아있어. 저도 모르게 꽉 움켜쥔 두 주먹이 부르르 떨렸어. 카잔스키란 것을 들키기만 해도 목이 잘렸을 그 생지옥 속에서- 살아줬구나....
"...원하는 게 뭐야."
그러자 매버릭은 기다렸다는 듯 씨익 웃었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네가 더 잘 알 거라 믿어."
"......"
복종을 원하겠지. 절대로 외면할 수 없는 치명적인 약점을 잡고 나를 가지고 놀 생각이겠지. 이제까지 적당히 풀어놓고 봐줬던 것도 지금을 염두에 두고 내버려뒀던 거구나. 얼마나 우스웠을까. 얼마나 가소로웠을까. 내가 죽을 힘을 다해 몸부림치는 걸 보고 속으로 비웃고 있었겠지. 찢어죽일 놈, 그럼에도 나는 이제 이 자를 거역할 수 없겠구나.
"...시키는 대로 할 테니 애들을 보여줘."
"음?"
"얼굴 보기 전까진 못 믿어. 둘 다 무사한 지 내 눈으로 직접 봐야겠어."
"의심은."
톡 쏘아붙이면서도 매버릭은 합당한 요구라는 듯 옆에 있던 시종한테 까딱 고갯짓했어. 이윽고 시종 둘과 기사 둘이 금발의 아이 둘을 에워싸고 방 안으로 들어왔지.
"......!!!"
"형...!"
"형아, 정말 형아야?"
오밀조밀한 입술로 자신을 부르는 어린 동생들의 부름에 응답해주고 싶었지만 목이 콱 매여서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어. 닉과 크리스는 아이스에게 달려가려고 했지만 기사 둘이 굳건히 앞을 가로막고 있어서 그럴 수 없었지. 매버릭은 그걸 보더니 다소 과장스럽게 말했어.
"이런, 감격스러운 장면이군. 눈물 없인 볼 수가 없는데."
자신의 비극을 희화화하는 매버릭에 이가 뿌득 갈렸지만 아이스는 참아냈지. 그리고 한 번도 쓴 적 없던 존댓말로 간청했어.
"...한 번만...한 번만 안아보게 해 주십시오...제발......"
"흐음, 태세전환이 빠르네. 역시 상황 파악을 잘 한다니까. 그런데 아직 주제 파악은 안 됐나 봐?"
그에 아이스가 망연히 매버릭을 올려다보자 매버릭이 높은 단상 위의 의자에서 아이스를 내려다보며 비죽이 웃었어.
"무릎부터 꿇어야지. 부탁하는 자세가 영 안 됐네. 그렇게 생각 안 해?"
아... 동생들을 본 순간부터 전부 버리기로 했던 자존심이 아직 남아있었나 봐. 수치심 또한. 손끝이 파르르 떨렸어. 하지만 이제 아이스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지. 그는 천천히 한 쪽 한 쪽 무릎을 꿇었어. 그리고 나서 바닥에 이마를 박았지.
"전하, 제발 황은을 베푸시어......"
아이스는 딱 혀를 깨물고 죽고만 싶은 것을 꾹 참고 거듭 머리를 조아렸어. 하지만 매버릭은 생각보다 더 잔인한 사람이었지.
"싫은데?"
아이스의 온 몸이 얼어붙은 듯 굳어졌지.
"다음에. 네가 내 말 잘 들으면 다음에 안아볼 수 있게 해 줄게."
매버릭은 웃으면서 잠자리의 날개를 뜯는 어린아이처럼 천진하게 말했어. 이만 데리고 나가란 손짓에 쌍둥이들이 저마다 형을 찾았지만 어린아이 둘이 성인 네 명의 힘을 당해낼 수 있을 리 없었지.
"닉! 크리스!!"
아이스는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그들을 쫓아가려다 매버릭의 그만, 이라는 말 한 마디에 덜컥 멈춰섰어.
"앞으로 넌 무슨 일을 하든 내 옆에 있게 될 거야."
"......"
"때려치거나 도망치고 싶으면 언제든 그래도 돼. 저 애들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면."
"...그럴 일...없을 것입니다."
"모쪼록 그러길 바라. 나도 너무 어린애들한테까지 죄를 묻는 건 별로 안 좋아하거든."
거짓말. 제 사욕을 채우기 위해 어린아이들을 인질로 쓰는 주제에. 원하는 걸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야비한 인간.
"앞으로 네가 하기 나름일 거야. 저 애들이 먹고 입는 것, 잠자리, 하다못해 장난감 하나하나까지. 고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넓은 정원에서 뛰놀며 맛있는 간식 먹고 낮잠 잘 수 있을지 차가운 지하감옥에서 추위와 굶주림에 견디다 못해 쥐를 잡아먹게 될 지 다 너한테 달렸다고."
"......"
악마. 악마새끼. 너를 증오한다. 죽는 그 순간까지도 너를 저주할거야.
"너만 잘 하면 가끔 얼굴 보게 해 줄게. 잘 지내는지 확인도 시켜줄 겸. 어때?"
"...황은이...망극......"
"푸핫, 그딴 입에 발린 소린 필요없어."
그렇게 말하면서도 매버릭은 지금 이 상황이 퍽 유쾌해보였지. 아이스는 진심으로 할 수만 있다면 그를 칼로 수십 수백 번 난자해 죽이고 싶었어. 어떻게 해도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 통탄할 노릇이었지. 그런 아이스의 눈에 순간 광기가 스친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매버릭은 느긋하게 다리를 꼬며 말했어.
"자, 그럼 우선 이리 와서 내 발등에 키스해."
비로소 길고 긴 애증의 역사가 시작되는 운명적인 순간이었지.
매브아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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