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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5 13:08
ㅅㅈㅈㅇㅁㅇ
이 선배 성격에 레스토랑 빌리고 커다란 꽃다발을 준비하면서 건넬 줄 알았는데 집에서 얘기하다말고 반지를 꺼낼 줄은 몰랐단 말이야? 물론 주제가 결혼 비슷한 얘기였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갑자기 케이스도 없이 바로 바지 주머니에서 반지가 나오더니 결혼하자고 하니까. 케이스 유무의 문제가 아니야. 성격 급한 사람이 제 나름 때를 노리면서 여태 계속 주머니에 반지를 넣어두고 기다렸다는 말이잖아. 그 말인 즉슨 대만이는 태섭이와 하는 결혼에 확신을 가졌다는 뜻인데 태섭인 반지를 본 순간 자신은 아직 확신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음. 대만이 때문이 아니라 태섭이 자신 때문이었지. 연애한 지 벌써 8년이 넘어가고 동거를 시작한지도 2년이 다 되어가지만 언제나 드는 의문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빛을 발했거든. 송태섭은 정대만에게 알맞는 사람인가? 태섭이의 대답은 ‘아니’었음. 그 대답에는 언제나 ‘네’가 나온 적이 없었고 지금 이 순간, 청혼을 받았을 때도 마찬가지였음. 그래서 태섭이는 반짝이는 반지를 보고 말했지.
미안해요, 나는-
선배한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렇게 말하고 싶었는데.
아니야. 내가 급했어. 넌 아직 준비가 안 됐을텐데.
대만이가 먼저 가로막았음. 마치 태섭이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아는 것처럼 다소 급하게 말이지. 그래서 태섭이가 다시 입을 열려고 하는데 대만이가 먼저 씻겠다며 일어나더니 욕실로 들어가버렸음. 거실 소파 위에 덩그러니 남은 태섭이는 무릎을 모으고 고개를 파묻었음. 청혼이 기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만큼 불안했고 자꾸만 의문이 들었지. 대만이의 마음은 알아. 그 사랑은 의심할 필요가 없어. 하지만 내가 감히 저 사람과 평생을 꿈꾸어도 되는지. 내게 그럴 자격이 있는지. 그리고 평생 사랑한다고 해도 저 사람도 평생 내 곁에 있을지. 먼저 떠나는 일은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어떤 형태로든 대만이가 떠나버리면 태섭이는 정말 못 견딜 것 같았거든.
....형,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미 떠나버린 사람에게 돌아오지 않을 물음을 던지며 태섭이는 더 깊게 고개를 묻었음.
그 날 밤 침대 위는 꽤 어색했음. 아무래도 청혼을 거절당한 대만이 입장에서는 뭐라고 말을 붙이기 어려웠고 청혼을 거절한 태섭이도 무슨 말을 꺼내야 할 지 모르겠어서 쭈뼛거리기만 하다가 대만이가 먼저 잘 자라는 인사를 건네자 태섭이도 작게 잘 자라는 말을 건네주었지. 대만이가 뻣뻣하게 굿나잇 키스를 해주긴 했지만 둘은 평소처럼 안고 안겨서 자는 대신 오랜만에 똑바로 누워서 자게 되었고 태섭이는 입술을 꾹 물었다가 눈도 꾹 감아버렸음.
오랜만에 오키나와의 바다가 꿈 속에 펼쳐졌음. 어린 시절 그대로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졌고, 마찬가지로 어릴 때의 모습으로 돌아간 태섭이는 백사장에 앉아있었지.
태섭아.
그리고 준섭이가 태섭이 옆에 앉아있었음. 귀여운 동생으로 돌아간 태섭이는 형의 부름에 왜-? 하고 웃었지. 준섭이도 웃으며 태섭이의 머리 위에 커다란 손을 올려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음.
넌 행복해도 돼.
응?
그럴 자격 있어, 너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그 사람 사랑하지?
그러자 불현듯 어제의 청혼이 기억났음. 어느새 현재의 모습으로 자란 태섭이의 얼굴에서 미소는 사라졌지만 준섭이는 여전히 어릴 때처럼 웃고있었음.
그럼 마음 가는대로 해.
....무서워.
뭐가?
내가 행복해도 돼?
당연하지.
그 사람이 떠나면 어떡해?
그건 모르는 일이지.
잔잔하게 웃고 있는 준섭이는 따뜻한 눈으로 태섭이를 보고있었음.
그치만 태섭아.
응?
넌 그 사람이 널 떠나지 않을 거라고 믿잖아. 그럼 그대로 믿어봐.
....정말 그럴까?
응. 네가 사랑하는 그 사람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면 돼.
형...
태섭아, 형은 네가 행복하길 바래. 넌 그럴 자격이 있으니까.
응...
그러니까 행복해야돼, 내 동생.
서서히 준섭이가 멀어지자 태섭이는 준섭이를 부르다가 잠에서 깼음. 눈 앞은 어두웠지만 온기가 느껴졌지. 대만이가 태섭이를 품에 안고 있었으니까. 깜짝 놀라 고개를 드니 올리브빛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도 반짝이고 있었음.
괜찮아?
아....
갑자기 형님 이름을 부르길래... 나는 걱정되서...
선배, 잠깐만 불 좀 켜줄래요?
그러자 대만이가 태섭일 안은 채로 팔을 뻗어 협탁등을 켰음. 은은한 조명이 대만이의 얼굴을 비추자 태섭이는 웃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었지. 걱정스러운 눈빛 속에서도 바탕처럼 깔려있는 저를 향한 애정. 내가 선배에게 맞는 사람이 아니어도 언제나 흔들림 없는 당신의 사랑을 믿으면 되겠구나. 드디어 확신이 드는 순간이었음. 그래서 대만이의 왼손을 잡고 말했지.
선배, 나는 선배한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에요.
뭐? 너 또 그런 소리를-
그치만 선배를 믿을게요.
어?
나를 사랑하는 선배를 믿을게요. 그러니까,
대만이의 손을 끌어와 네번째 손가락에 입을 맞춘 태섭이는
나랑 결혼해주세요, 선배.
조금 늦게 대만이의 프러포즈에 예스라고 대답하겠지.
이 선배 성격에 레스토랑 빌리고 커다란 꽃다발을 준비하면서 건넬 줄 알았는데 집에서 얘기하다말고 반지를 꺼낼 줄은 몰랐단 말이야? 물론 주제가 결혼 비슷한 얘기였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갑자기 케이스도 없이 바로 바지 주머니에서 반지가 나오더니 결혼하자고 하니까. 케이스 유무의 문제가 아니야. 성격 급한 사람이 제 나름 때를 노리면서 여태 계속 주머니에 반지를 넣어두고 기다렸다는 말이잖아. 그 말인 즉슨 대만이는 태섭이와 하는 결혼에 확신을 가졌다는 뜻인데 태섭인 반지를 본 순간 자신은 아직 확신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음. 대만이 때문이 아니라 태섭이 자신 때문이었지. 연애한 지 벌써 8년이 넘어가고 동거를 시작한지도 2년이 다 되어가지만 언제나 드는 의문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빛을 발했거든. 송태섭은 정대만에게 알맞는 사람인가? 태섭이의 대답은 ‘아니’었음. 그 대답에는 언제나 ‘네’가 나온 적이 없었고 지금 이 순간, 청혼을 받았을 때도 마찬가지였음. 그래서 태섭이는 반짝이는 반지를 보고 말했지.
미안해요, 나는-
선배한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렇게 말하고 싶었는데.
아니야. 내가 급했어. 넌 아직 준비가 안 됐을텐데.
대만이가 먼저 가로막았음. 마치 태섭이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아는 것처럼 다소 급하게 말이지. 그래서 태섭이가 다시 입을 열려고 하는데 대만이가 먼저 씻겠다며 일어나더니 욕실로 들어가버렸음. 거실 소파 위에 덩그러니 남은 태섭이는 무릎을 모으고 고개를 파묻었음. 청혼이 기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만큼 불안했고 자꾸만 의문이 들었지. 대만이의 마음은 알아. 그 사랑은 의심할 필요가 없어. 하지만 내가 감히 저 사람과 평생을 꿈꾸어도 되는지. 내게 그럴 자격이 있는지. 그리고 평생 사랑한다고 해도 저 사람도 평생 내 곁에 있을지. 먼저 떠나는 일은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어떤 형태로든 대만이가 떠나버리면 태섭이는 정말 못 견딜 것 같았거든.
....형,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미 떠나버린 사람에게 돌아오지 않을 물음을 던지며 태섭이는 더 깊게 고개를 묻었음.
그 날 밤 침대 위는 꽤 어색했음. 아무래도 청혼을 거절당한 대만이 입장에서는 뭐라고 말을 붙이기 어려웠고 청혼을 거절한 태섭이도 무슨 말을 꺼내야 할 지 모르겠어서 쭈뼛거리기만 하다가 대만이가 먼저 잘 자라는 인사를 건네자 태섭이도 작게 잘 자라는 말을 건네주었지. 대만이가 뻣뻣하게 굿나잇 키스를 해주긴 했지만 둘은 평소처럼 안고 안겨서 자는 대신 오랜만에 똑바로 누워서 자게 되었고 태섭이는 입술을 꾹 물었다가 눈도 꾹 감아버렸음.
오랜만에 오키나와의 바다가 꿈 속에 펼쳐졌음. 어린 시절 그대로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졌고, 마찬가지로 어릴 때의 모습으로 돌아간 태섭이는 백사장에 앉아있었지.
태섭아.
그리고 준섭이가 태섭이 옆에 앉아있었음. 귀여운 동생으로 돌아간 태섭이는 형의 부름에 왜-? 하고 웃었지. 준섭이도 웃으며 태섭이의 머리 위에 커다란 손을 올려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음.
넌 행복해도 돼.
응?
그럴 자격 있어, 너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그 사람 사랑하지?
그러자 불현듯 어제의 청혼이 기억났음. 어느새 현재의 모습으로 자란 태섭이의 얼굴에서 미소는 사라졌지만 준섭이는 여전히 어릴 때처럼 웃고있었음.
그럼 마음 가는대로 해.
....무서워.
뭐가?
내가 행복해도 돼?
당연하지.
그 사람이 떠나면 어떡해?
그건 모르는 일이지.
잔잔하게 웃고 있는 준섭이는 따뜻한 눈으로 태섭이를 보고있었음.
그치만 태섭아.
응?
넌 그 사람이 널 떠나지 않을 거라고 믿잖아. 그럼 그대로 믿어봐.
....정말 그럴까?
응. 네가 사랑하는 그 사람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면 돼.
형...
태섭아, 형은 네가 행복하길 바래. 넌 그럴 자격이 있으니까.
응...
그러니까 행복해야돼, 내 동생.
서서히 준섭이가 멀어지자 태섭이는 준섭이를 부르다가 잠에서 깼음. 눈 앞은 어두웠지만 온기가 느껴졌지. 대만이가 태섭이를 품에 안고 있었으니까. 깜짝 놀라 고개를 드니 올리브빛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도 반짝이고 있었음.
괜찮아?
아....
갑자기 형님 이름을 부르길래... 나는 걱정되서...
선배, 잠깐만 불 좀 켜줄래요?
그러자 대만이가 태섭일 안은 채로 팔을 뻗어 협탁등을 켰음. 은은한 조명이 대만이의 얼굴을 비추자 태섭이는 웃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었지. 걱정스러운 눈빛 속에서도 바탕처럼 깔려있는 저를 향한 애정. 내가 선배에게 맞는 사람이 아니어도 언제나 흔들림 없는 당신의 사랑을 믿으면 되겠구나. 드디어 확신이 드는 순간이었음. 그래서 대만이의 왼손을 잡고 말했지.
선배, 나는 선배한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에요.
뭐? 너 또 그런 소리를-
그치만 선배를 믿을게요.
어?
나를 사랑하는 선배를 믿을게요. 그러니까,
대만이의 손을 끌어와 네번째 손가락에 입을 맞춘 태섭이는
나랑 결혼해주세요, 선배.
조금 늦게 대만이의 프러포즈에 예스라고 대답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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