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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7 07:47
"정대만. 나이 16세. 무석중학교 농구부 소속. 그리고 선더헤드의 손에서 자람. 맞지?"
수확자(scythe) 료타가 그 소년과 처음으로 만난 날은 코요테의 해 5월의 셋째 주 금요일. 이제 슬슬 더워지기 시작하는 초여름의 어귀에서 분주히 몸을 움직이는 소년들의 숨소리와 삐꾹삐꾹 부딪는 체육관 생활음은 온화한 날씨에 물리적 열기를 더해주는데, 검붉은 로브를 걸친 수확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소년의 시선은 차갑고 고요하기만 했다.
"맞기는 한데, 저 오늘 수확당하나요? 오늘 우리 지역 인터하이 결승인데.."
나 없이 우승하기는 쪼오끔 힘들..걸요? 우리 팀.
소년은 곤란하다는 듯 제 머리를 벅벅 긁었다. 무언가 오해가 있는 듯 하다. 나는 너를 죽이러 온 것이 아니야. 오히려─ 입을 떼려는 붉은 수확자보다 소년의 종알거림이 더 빨랐다.
"저야 잘은 모르지만 수확 시기 정도는 수확자님 임의로 결정할 수 있지 않아요? 오늘 경기만 마치고 거두시면 안될까요? 저 진짜 도망 안갈게요."
"정대만."
"네에..."
"오늘 나는 너를 수확하러 온 게 아니다. 되려 수확 면제권을 주기 위해 왔지."
그러니 감사히 무릎 꿇고 내 반지에 키스해.
"어..........."
태섭은, 아니 그러니까 수확자 료타는 내심 기대했으리라. 제가 오늘 죽기에는 할 일이 좀 많이 있다며 당황해하던 소년에게 1년간 전 세계 모든 수확자들로부터 무사할 수 있는 면제권을 하사하겠다고 한다면 소년이 기뻐서 길길이 날뛸 줄 알았으니까. 어쩌면 무례하게도 태섭의 손을 멋대로 끌어와 제 좋을대로 몇 번이고 반지에 입을 맞출 수도 있겠지.그런 상황이 오면 절대 싫은 티 같은 건 내지 않고 소년이 원할 때까지 키스하도록 내버려둬야지─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수확자의 수확 면제권 부여 제안을 들은 소년의 표정은 미묘했다. 대만은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제 신발코를 꿈질거렸다가, 이내 고개를 들더니 손으로 X자를 그렸다. 내가 지금 뭘 본거지?
"안 주셔도 됩니다. 면제권."
"...뭐?"
송태섭은 여태껏 단 한 번도 회춘 시술을 받지 않았다. 그러니까, 보이는 액면가 그대로 그는 스물 한 살의 청년이다. 수확자 료타로서 임명받은 지는 이제 막 2년이 조금 넘은 신참이기에 아직 수확 경험이 풍부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아마 그의 스승조차도 한 번도 겪지 못한 상황이리라고 확신한다. 면제권을 거절하다니?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수확령은 면제권을 거절하는 시민에 대해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하는지 가르친 바 없다. 그런 전례가 없었기에 관련 규정도 없기 때문이다.
"너.. 혹시 머리가 좀 모자란가? 면제권이 무슨 뜻인지 몰라?"
이곳에 직접 오기 전 선더헤드를 통해 정대만에 대해 조사한 바로는 지능에 문제가 있다는 정보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코트 위에서 펼치는 전략들을 봤을 땐 머리가 상당히 좋은 편에 속하는 아이일텐데. 학업 성적은 높지 않지만.
"알아요. 제가 수확자님이 오른손에 낀 그 반지에 입을 맞추면, 제 DNA가 전 세계 수확령으로 전송돼서 1년간은 다른 수확자님들이 선사하는 죽음으로부터 무사히 살 수 있는 거잖아요."
정확하게 알고 있군. 좋아, 그럼 이제 더 수상해졌다. 대체 왜 알면서도 거절하는거지? 살아서 하고 싶은 것도 많아 보이는 게.
이 상황이 이해가지 않는다는 양 마구 눈썹을 치켜세우는 젊은 수확자의 표정을 감지한 소년이 잠시 설풋 웃었다.
"수확자님이 제게 왔다는 건, 제 직계 가족이 최근에 수확당했다는 뜻이겠죠. 생물학적 어머니든 아버지든 아니면 둘 다든."
"그래."
"... 아시다시피 저는 선더헤드에 의해 길러졌어요. 저는 제 육신을 빚은 부모가 누구인지 모릅니다. 제 영혼을 키운 건 선더헤드니까요. 선더헤드가 유일한 내 가족이죠."
"...그래."
"그러니 그 면제권은 받을 수 없어요. 내 진짜 가족도 아닌 자들의 죽음으로 인해 파생된 무언가를, 왜 아무 상관도 없는 제가 받아가나요."
"그들이 네 '진짜 가족'인데도?"
사망 보험금 같은 거라 생각하고 그냥 네가 수령해.
분명 뒷 말은 삼켰었는데. 왠진 모르겠지만 제 생각을 모조리 뱉어냈다가는 눈 앞의 소년이 상처를 받을 것만 같았어서.
"저는 받을 자격이 없고 받고 싶지도 않아요. 한 사람이 수확될 때마다 다른 누군가에게 반드시 수확 면제권이 주어져야만 하는 거라면, 우리 팀 센터는 어때요? 걔 아주 근사하거든요."
만약 제가 없어진다면 그 다음으로 가장 믿을 만한 전력이 걔이긴 해요. 성격은 좀 싸가지 없지만.
"아니 난─"
"걔는 이따 경기 끝나고 제가 불러줄게요! 수확자님도 그동안 심심할테니 오신 김에 저희 경기 보고 가세요! 들어오셔서 오른쪽 관중석이 저희 팀 응원석이에요."
빙긋 웃던 소년은 태섭이 미처 붙잡을 새도 없이 몸을 돌려 체육관 안쪽으로 달려나갔다. 아니, 사실 잡으려면 얼마든지 잡을 수 있었다. 다만 실내에서 들려오는 휘슬 소리에 그냥 내버려 두었다. 농구... 농구라.
송태섭이 수확자로 임명될 때, 그는 그의 수호 성인으로 사망 시대의 유명한 농구 선수였던 미야기 료타를 골랐다. 이제는 인종이란 게 별 의미가 없는 세상이다만 한때는 아니었다. 아시안의 몸으로 거구들이 가득한 NBA 리그에서 별처럼 빛났던 작은 거인. 그의 이름이었던 료타가 이제 송태섭의 새로운 이름이 되었다.
고도로 발달한 자비로운 AI인 선더헤드의 비호 아래 인류는 이제 더는 경쟁할 필요가 없어졌다. 선더헤드는 지구의 자원을 정확히 파악하여 인류가 경쟁하지 않아도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경제 상태를 만들고 유지한다.
인류는 이제 죽지도 않는다. 모든 질병과 노화가 정복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지구라는 한정된 행성이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벗어나는 과잉 인구 상태가 되지 않기 위해서 인류는 '수확자'라는 새로운 집단을 창설했다. 수확. 거둚. 목숨을 거두는 자. 인간으로서 같은 인간을 죽여도 되는 라이센스를 부여받은 사신들. 시민들은 수확자의 수확에 저항하면 안됐다. 왜냐하면 그들은, 마치 선더헤드가 만들어지기 전 사망 시대때와 똑같은 자연처럼 아무런 편견도 악의도 없이 죽을 자를 선별하기 때문에. 나이가 많다고, 못된 짓을 했다고, 특정 인종이나 종교인이라고 죽이는 게 아니었다. 수확은 순전히 랜덤으로 다가왔다. 따라서 젊은이도 앞길이 창창한 유능인도 아주 선한 사람도 죽을 수 있었다. 인류가 인위적으로 죽음을 정복하기 전 원래 세상에서 죽음이란 그런 거였으니까.
태섭은 수확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수확자는, 오직 수확자가 되고 싶지 않은 자들만이 될 수 있었다. 생각해보라. 남을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의 손에 낫을 쥐어주면 세상이 얼마나 끔찍해질지. 따라서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은 자들만이 사신이 될 수 있었다. 수확자 료타가 되기 전, 평범했던 소년 송태섭이 바랐던 꿈이 바로 농구선수였다. 수확자로 임명받은 이후로는 의식적으로 스타디움 비슷한 공간엔 가지 않았는데, 저 정대만이라는 소년 때문에 다 망했다. 사실 그를 처음 봤을 때부터 소년의 단정하니 잘 생긴 얼굴.. 보다 그가 입은 하늘색 농구 유니폼때문에 더 심란했으니.
그래도 어쩌겠는가. 소년의 말마따나 태섭은 지금 소년의 경기가 다 끝날 때까지는 특별히 할 일이 없었고, 치렁치렁 붉은 로브를 걸친 채 언제까지고 길에 서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나가던 행인들은 감히 수확자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 저 멀리서부터 빙 돌아가느라 태섭이 서 있는 공간은 아주 한산했다. 그 정적과는 대조적으로 경기장 안 쪽에서의 소란스러움은 제법 흥미가 들었고.
그래서 태섭은 결정했다. 대만의 경기를 구경하기로. 그리고 경기가 다 끝나면, 다시 한 번 붙들고 그 아이에게 면제권을 줘야지. 또 거절한다면 이번에는 강제로라도 그 입술에 반지를 가져다 문댈 것이다. 한시라도 빨리 제 의무─수확 대상자의 가족에게 면제권을 부여하는 것─를 다 마치고 집에 가 쉬고 싶었다. 이 소년과 오래 엮이면 안된다, 라고 그의 본능이 경고하고 있었으므로. 피곤해질 거야 료타. 그렇게 속삭이는 내면의 소리를 억누른 채 붉은 수확자는 체육관 안으로 발길을 옮겼다.
슬램덩크
태섭대만
혹시 닐 셔스터먼의 수확자 시리즈 읽은 앤붕이 있냐... 이거 진짜 개쌉존잼 SF임 ㅠㅠㅠㅠㅠ 제발 읽어조라..... 선더헤드는 최고의 AI님이세요........
간단하게 세계관 설명하자면 수확자는 현대 지구에서 200년 정도 뒤에 고도로 발달한 인공지능(선더헤드)이 전 세계 행정부를 대신해서 인간들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세상임...! 그러다보니 모든 국방/의료/치안/교육/경제활동 같은 거는 다 선더헤드가 알아서 해주고 질병도 다 치료해주고 인간 신체가 늙으면 회춘 시술도 해줌 ㅋㅋ큐ㅠㅠㅠ 이런 세상이라 인간들은 그냥 자아 충족 행위...만 하면서 선더헤드가 주는 기본 소득으로 살아가는데(물론 직업을 원하면 누구나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음. 선더헤드가 다 안배해 줍니다) 다만 유일하게 선더헤드가 관여하지 않는 분야가 바로 인간의 죽음에 대한 파트임.
질병과 노화도 사라진 세상이라 아무도 인구 조절을 하지 않으면 인구가 끝도 없이 불어나서 지구 자원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날 테니까 누군가는 과잉 인구를 삭제(...)해야 하는데, 인공지능은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할 수는 있지만 삶을 끝내게 할 권한은 없음. 인간을 없애는 문제만큼은 인간들이 결정해야 함. 그래서 아무런 편견 없이 공정하게 인간을 죽여 줄 현명하고 정의롭고 도덕적인 인간들을 뽑아서 '수확자' 라는 이름을 붙이고 그들을 경배하는 세계관인데....
내가 이렇게 써서 노잼이지만 진짜 진짜 재밌는 소설임 ㅠㅠㅠㅠㅠㅠ본햎 열릴 때까지 읽어주라 얘들아 진짜 짱재밋어,, 곧 넷플에서 영상화도 됨...!
수확자(scythe) 료타가 그 소년과 처음으로 만난 날은 코요테의 해 5월의 셋째 주 금요일. 이제 슬슬 더워지기 시작하는 초여름의 어귀에서 분주히 몸을 움직이는 소년들의 숨소리와 삐꾹삐꾹 부딪는 체육관 생활음은 온화한 날씨에 물리적 열기를 더해주는데, 검붉은 로브를 걸친 수확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소년의 시선은 차갑고 고요하기만 했다.
"맞기는 한데, 저 오늘 수확당하나요? 오늘 우리 지역 인터하이 결승인데.."
나 없이 우승하기는 쪼오끔 힘들..걸요? 우리 팀.
소년은 곤란하다는 듯 제 머리를 벅벅 긁었다. 무언가 오해가 있는 듯 하다. 나는 너를 죽이러 온 것이 아니야. 오히려─ 입을 떼려는 붉은 수확자보다 소년의 종알거림이 더 빨랐다.
"저야 잘은 모르지만 수확 시기 정도는 수확자님 임의로 결정할 수 있지 않아요? 오늘 경기만 마치고 거두시면 안될까요? 저 진짜 도망 안갈게요."
"정대만."
"네에..."
"오늘 나는 너를 수확하러 온 게 아니다. 되려 수확 면제권을 주기 위해 왔지."
그러니 감사히 무릎 꿇고 내 반지에 키스해.
"어..........."
태섭은, 아니 그러니까 수확자 료타는 내심 기대했으리라. 제가 오늘 죽기에는 할 일이 좀 많이 있다며 당황해하던 소년에게 1년간 전 세계 모든 수확자들로부터 무사할 수 있는 면제권을 하사하겠다고 한다면 소년이 기뻐서 길길이 날뛸 줄 알았으니까. 어쩌면 무례하게도 태섭의 손을 멋대로 끌어와 제 좋을대로 몇 번이고 반지에 입을 맞출 수도 있겠지.그런 상황이 오면 절대 싫은 티 같은 건 내지 않고 소년이 원할 때까지 키스하도록 내버려둬야지─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수확자의 수확 면제권 부여 제안을 들은 소년의 표정은 미묘했다. 대만은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제 신발코를 꿈질거렸다가, 이내 고개를 들더니 손으로 X자를 그렸다. 내가 지금 뭘 본거지?
"안 주셔도 됩니다. 면제권."
"...뭐?"
송태섭은 여태껏 단 한 번도 회춘 시술을 받지 않았다. 그러니까, 보이는 액면가 그대로 그는 스물 한 살의 청년이다. 수확자 료타로서 임명받은 지는 이제 막 2년이 조금 넘은 신참이기에 아직 수확 경험이 풍부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아마 그의 스승조차도 한 번도 겪지 못한 상황이리라고 확신한다. 면제권을 거절하다니?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수확령은 면제권을 거절하는 시민에 대해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하는지 가르친 바 없다. 그런 전례가 없었기에 관련 규정도 없기 때문이다.
"너.. 혹시 머리가 좀 모자란가? 면제권이 무슨 뜻인지 몰라?"
이곳에 직접 오기 전 선더헤드를 통해 정대만에 대해 조사한 바로는 지능에 문제가 있다는 정보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코트 위에서 펼치는 전략들을 봤을 땐 머리가 상당히 좋은 편에 속하는 아이일텐데. 학업 성적은 높지 않지만.
"알아요. 제가 수확자님이 오른손에 낀 그 반지에 입을 맞추면, 제 DNA가 전 세계 수확령으로 전송돼서 1년간은 다른 수확자님들이 선사하는 죽음으로부터 무사히 살 수 있는 거잖아요."
정확하게 알고 있군. 좋아, 그럼 이제 더 수상해졌다. 대체 왜 알면서도 거절하는거지? 살아서 하고 싶은 것도 많아 보이는 게.
이 상황이 이해가지 않는다는 양 마구 눈썹을 치켜세우는 젊은 수확자의 표정을 감지한 소년이 잠시 설풋 웃었다.
"수확자님이 제게 왔다는 건, 제 직계 가족이 최근에 수확당했다는 뜻이겠죠. 생물학적 어머니든 아버지든 아니면 둘 다든."
"그래."
"... 아시다시피 저는 선더헤드에 의해 길러졌어요. 저는 제 육신을 빚은 부모가 누구인지 모릅니다. 제 영혼을 키운 건 선더헤드니까요. 선더헤드가 유일한 내 가족이죠."
"...그래."
"그러니 그 면제권은 받을 수 없어요. 내 진짜 가족도 아닌 자들의 죽음으로 인해 파생된 무언가를, 왜 아무 상관도 없는 제가 받아가나요."
"그들이 네 '진짜 가족'인데도?"
사망 보험금 같은 거라 생각하고 그냥 네가 수령해.
분명 뒷 말은 삼켰었는데. 왠진 모르겠지만 제 생각을 모조리 뱉어냈다가는 눈 앞의 소년이 상처를 받을 것만 같았어서.
"저는 받을 자격이 없고 받고 싶지도 않아요. 한 사람이 수확될 때마다 다른 누군가에게 반드시 수확 면제권이 주어져야만 하는 거라면, 우리 팀 센터는 어때요? 걔 아주 근사하거든요."
만약 제가 없어진다면 그 다음으로 가장 믿을 만한 전력이 걔이긴 해요. 성격은 좀 싸가지 없지만.
"아니 난─"
"걔는 이따 경기 끝나고 제가 불러줄게요! 수확자님도 그동안 심심할테니 오신 김에 저희 경기 보고 가세요! 들어오셔서 오른쪽 관중석이 저희 팀 응원석이에요."
빙긋 웃던 소년은 태섭이 미처 붙잡을 새도 없이 몸을 돌려 체육관 안쪽으로 달려나갔다. 아니, 사실 잡으려면 얼마든지 잡을 수 있었다. 다만 실내에서 들려오는 휘슬 소리에 그냥 내버려 두었다. 농구... 농구라.
송태섭이 수확자로 임명될 때, 그는 그의 수호 성인으로 사망 시대의 유명한 농구 선수였던 미야기 료타를 골랐다. 이제는 인종이란 게 별 의미가 없는 세상이다만 한때는 아니었다. 아시안의 몸으로 거구들이 가득한 NBA 리그에서 별처럼 빛났던 작은 거인. 그의 이름이었던 료타가 이제 송태섭의 새로운 이름이 되었다.
고도로 발달한 자비로운 AI인 선더헤드의 비호 아래 인류는 이제 더는 경쟁할 필요가 없어졌다. 선더헤드는 지구의 자원을 정확히 파악하여 인류가 경쟁하지 않아도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경제 상태를 만들고 유지한다.
인류는 이제 죽지도 않는다. 모든 질병과 노화가 정복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지구라는 한정된 행성이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벗어나는 과잉 인구 상태가 되지 않기 위해서 인류는 '수확자'라는 새로운 집단을 창설했다. 수확. 거둚. 목숨을 거두는 자. 인간으로서 같은 인간을 죽여도 되는 라이센스를 부여받은 사신들. 시민들은 수확자의 수확에 저항하면 안됐다. 왜냐하면 그들은, 마치 선더헤드가 만들어지기 전 사망 시대때와 똑같은 자연처럼 아무런 편견도 악의도 없이 죽을 자를 선별하기 때문에. 나이가 많다고, 못된 짓을 했다고, 특정 인종이나 종교인이라고 죽이는 게 아니었다. 수확은 순전히 랜덤으로 다가왔다. 따라서 젊은이도 앞길이 창창한 유능인도 아주 선한 사람도 죽을 수 있었다. 인류가 인위적으로 죽음을 정복하기 전 원래 세상에서 죽음이란 그런 거였으니까.
태섭은 수확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수확자는, 오직 수확자가 되고 싶지 않은 자들만이 될 수 있었다. 생각해보라. 남을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의 손에 낫을 쥐어주면 세상이 얼마나 끔찍해질지. 따라서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은 자들만이 사신이 될 수 있었다. 수확자 료타가 되기 전, 평범했던 소년 송태섭이 바랐던 꿈이 바로 농구선수였다. 수확자로 임명받은 이후로는 의식적으로 스타디움 비슷한 공간엔 가지 않았는데, 저 정대만이라는 소년 때문에 다 망했다. 사실 그를 처음 봤을 때부터 소년의 단정하니 잘 생긴 얼굴.. 보다 그가 입은 하늘색 농구 유니폼때문에 더 심란했으니.
그래도 어쩌겠는가. 소년의 말마따나 태섭은 지금 소년의 경기가 다 끝날 때까지는 특별히 할 일이 없었고, 치렁치렁 붉은 로브를 걸친 채 언제까지고 길에 서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나가던 행인들은 감히 수확자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 저 멀리서부터 빙 돌아가느라 태섭이 서 있는 공간은 아주 한산했다. 그 정적과는 대조적으로 경기장 안 쪽에서의 소란스러움은 제법 흥미가 들었고.
그래서 태섭은 결정했다. 대만의 경기를 구경하기로. 그리고 경기가 다 끝나면, 다시 한 번 붙들고 그 아이에게 면제권을 줘야지. 또 거절한다면 이번에는 강제로라도 그 입술에 반지를 가져다 문댈 것이다. 한시라도 빨리 제 의무─수확 대상자의 가족에게 면제권을 부여하는 것─를 다 마치고 집에 가 쉬고 싶었다. 이 소년과 오래 엮이면 안된다, 라고 그의 본능이 경고하고 있었으므로. 피곤해질 거야 료타. 그렇게 속삭이는 내면의 소리를 억누른 채 붉은 수확자는 체육관 안으로 발길을 옮겼다.
슬램덩크
태섭대만
혹시 닐 셔스터먼의 수확자 시리즈 읽은 앤붕이 있냐... 이거 진짜 개쌉존잼 SF임 ㅠㅠㅠㅠㅠ 제발 읽어조라..... 선더헤드는 최고의 AI님이세요........
간단하게 세계관 설명하자면 수확자는 현대 지구에서 200년 정도 뒤에 고도로 발달한 인공지능(선더헤드)이 전 세계 행정부를 대신해서 인간들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세상임...! 그러다보니 모든 국방/의료/치안/교육/경제활동 같은 거는 다 선더헤드가 알아서 해주고 질병도 다 치료해주고 인간 신체가 늙으면 회춘 시술도 해줌 ㅋㅋ큐ㅠㅠㅠ 이런 세상이라 인간들은 그냥 자아 충족 행위...만 하면서 선더헤드가 주는 기본 소득으로 살아가는데(물론 직업을 원하면 누구나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음. 선더헤드가 다 안배해 줍니다) 다만 유일하게 선더헤드가 관여하지 않는 분야가 바로 인간의 죽음에 대한 파트임.
질병과 노화도 사라진 세상이라 아무도 인구 조절을 하지 않으면 인구가 끝도 없이 불어나서 지구 자원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날 테니까 누군가는 과잉 인구를 삭제(...)해야 하는데, 인공지능은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할 수는 있지만 삶을 끝내게 할 권한은 없음. 인간을 없애는 문제만큼은 인간들이 결정해야 함. 그래서 아무런 편견 없이 공정하게 인간을 죽여 줄 현명하고 정의롭고 도덕적인 인간들을 뽑아서 '수확자' 라는 이름을 붙이고 그들을 경배하는 세계관인데....
내가 이렇게 써서 노잼이지만 진짜 진짜 재밌는 소설임 ㅠㅠㅠㅠㅠㅠ본햎 열릴 때까지 읽어주라 얘들아 진짜 짱재밋어,, 곧 넷플에서 영상화도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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