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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8 10:24

근데 태섭이 한정인 ㅇㅇ

태섭이 미국 가기 전에 그냥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얼굴 보고 싶어서 대뜸 대학 간 대만이한테 연락했겠지. 졸업 뒤로 소식도 변변찮던 후배가 갑자기 대만이네 지역까지 와 있다니까 좀 의외긴 했지만, 대만인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반가워서 태섭이랑 만나자마자 캠퍼스 구경도 시켜주고 밥도 사먹이고 자취방에도 데려갔을 듯
왠지 뚱한 표정의 태섭이 대만이가 하자는 대로 다 따라하다가 늦은 김에 잠도 자고 가래서 하나 밖에 없는 더블베드에 눕기까지 했는데, 꼼지락거리다가 그냥 고백 박아버리면 좋겠다. 말로는 아니고 입술박치기로ㅎㅎㅎ 대만이는 갑작스러워서 놀라긴 했지만 왠지 태섭이 기세에 눌려서 그거 받아주고, 받아주고 있다 보니 기분도 썩 나쁘지 않은 거 같고? 먼 땅 떠나는 애가 하루종일 의기소침해보여서 뭐라도 가기 전에 도와주고 싶었는데 어쩐지 어리광 부리는 거 받아주는 거 같아서 의외로 거부감이 없는 거야

근데 태섭이 머리는 터질 거 같겠지 
그냥 얼굴 한 번 보고 가면 힘 날 거 같았는데 막상 보니까 너무 좋고.. 하지만 같이 있을 수 없는 건 물론이고 애초에 사귄다던가 고백한다든가 그런 대상으로 이야기조차 해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계속 실연당한 기분으로 하루 종일 같이 보냈거든 그러다가 불 꺼진 천장 바라보며 나란히 누워있으려니 금방이라도 폭발할 거 같았는데, 대만이가 속도 모르고 자기 원래 끌어안고 자는 여분 베개 태섭이 줘버려서 너라도 안아야겠다고 팔 감아오니까 확 저질러 버린거였던 거

저지른 순간 망했다 싶고 미쳤다 송태섭 속으로 스스로 욕하면서도 입술 감촉 더듬으며 정신없이 달려들었는데 왠지 대만이가 피하지를 않음 ㅋㅋㅋㅋㅋㅋ 내치지도 않구... 같이 조금 입을 움직이는 거 같기도 하고 막..

한동안 그렇게 본능대로 움직이다가 간신히 몸 떼어내고 무슨 말 해야할지도 모르는 상태로 굳어있는데 대만이 그냥 담담하게 "너 나 좋아하냐?" 하고 물어볼 거 같다 ㅋㅋ 태섭인 괜히 성질부리면서 도로 누워서 "그런가 보네요" 하고 기묘한 고백을 해버리겠지 그리고 옆에서 별다른 대답없이 어느 순간 잠들어 버린 대만이 숨소리 들으면서 밤새 잠못이루고 날 밝기만 기다리는 거지

그럼 이제 다음날, 얼굴 어떻게 봐야할지도 모르겠는데 대만이는 "저녁에 돌아갈 거지?" 이러면서 착착 다음에 뭐할까 일정 짬.. "너 어디 가보고 싶은데 없어?" 이래서 태섭이 혼란스러운데 일단 바다 보고 싶다고 바다도 보러가고 ... 풍경좋은 카페에서 아샷추도 마시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놀러다니는 거야

그리고 헤어질 시간 다가와서 역 앞 벤치에 앉아서야, 어젯밤 일 제대로 말해두지 않으면 후회할 거 같은 태섭이가 먼저 말 꺼냈겠지

"어제 그거, 농담 한 거 아니에요."
"농담이라고 생각 안 했는데."

태섭이 입장에선 지금 미국 가면 최대한 거기서 버티고 싶은 마음으로 가는 거니까 언제 돌아올지 알 수도 없는데 고백했다는 게 무책임한 거 같아서, 그거 사과하려고 한숨 푹 쉬고 말 이어가겠지?

"...미안하게 됐네요."
"뭐가 미안해. 내가 좋다면서, 그게 미안할 일인가?"
"아니, 그게 아니라..."

내 멋대로 고백 갈기고 떠나서? 막상 뭐라고 말을 정리하면 좋을지 문장이 떠오르지 않는 긴장한 고3의 송태섭

"사과할 필요 없잖아. 뭘 어떻게 하고 싶은데?"

근데 눈치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눈치가 없을 땐 진짜 너무 유해할 정도로 없는 거 같은데 중요한 순간엔 속마음 꿰뚫어보는 거 같은 눈으로 대만이는 시선도 피하지 않고 물어오는 거야. 그럼 태섭이도 자기가 생각해도 낯설게 느껴질 만큼 무방비해져서 욕심조차 낼 생각 없었던 거 그냥 입밖으로 뱉어버리는 거지

"좋아해요. 기다려주면 좋겠어요."

그리고 말로 꺼내고서야 그게 정말 자기가 바라고 있는 거란 거 비로소 깨달을 듯ㅋㅋㅋ 상대는 받아줄 생각도 없을 거고 하물며 뭔 배짱으로 언제 올지 모르는데 기다리래.. 말도 안되는 소리란 거 아는데 하고 싶은 게 뭔지 말해보라잖아. 역시나 대만이도 어이없어하면서 버럭 소리지르겠지?

"야, 인마! 기다리긴 뭘 기다려!"

태섭이 심장 바닥에 다 굴러떨어져서 너덜너덜해졌고~ 근데..

"편지는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한 번, 전화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그 정도는 해라?"

이런 말을 해가지고 태섭이 약간 물음표 300개쯤 띄우고 숙이던 고개 확 치켜올려서 대만이 바라보는데, 정대만 팔짱 끼고 성질내면서 이러겠지

"뭐야, 그것도 싫어? 너 인마 연애가 장난인 줄 아냐? 무슨 몇 년이 될 줄 알고 그냥 기다려. 가서 연락하면 되잖아. 그리고 이런 건 성실하게 해야 서로 오해가 없는 거라구."

받을 사람 생각도 안했는데 마구 주는 대만이.. 이미 고백 들은 순간부터 잠들기까지 한 10분? 생각하고 송태섭이면 남자여도 사귈 수 있을 거 같은데, 결론까지 내리고 롱디할 작정이었던 거면 좋겠다. 그리고 숙면했을 듯 ㅠ

태섭이는 어제 키스도 사실 기대하지도 않았던 행운 같은 거라고 생각했어서, 지금 대만이 반응 약간 믿겨지지가 않고, 무슨 장난이나 그런건가? 하면서도 기분 순식간에 대기권 뚫었겠지 그래서 얼굴 표정 관리 하나도 안되는 상태로 "그... 그래도 되요?" 이래가지고 어벙벙하게 대만이가 불러주는 주소 받아적고 있음 ㅋㅋㅋ

이렇게? 그냥 사귄다고? 하는.. 뭔가 홀린 기분으로 롱디 시작하는 태섭이, 사실 나중엔 대만이가 너무 쉽게 넘어왔어서 남들한테도 그럴까 봐 연애 초기 꽤 전전긍긍하는데, 알고보면 대만이 대학 가서 무수한 고백 공격 받으면서 그냥 상큼하게 "아, 난 지금 연애 생각 없었어서"였던 멘트가 "아, 나 지금 사귀는 사람 있어"로 바뀌었을 뿐 한결같이 송태섭 빼고 철벽인 .. 그런 남자였으면 너무 너무 좋겠다


태섭대만 료미츠 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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