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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4 20:16
 여기 뭐라도 올려야겠다 싶어서 ㅈㅇ이라도 한다
제목이 저게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알오물임

 

 

 

  필의 말을 댄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었다. 댄이 고등학생일 때도 일 년에 한두 명씩 꼭 약을 하다 걸리거나 부모님에 담당 교사까지 경찰서에 출석하게 만드는 학생이 있었으니까. 이해하는 것과는 별개로 댄이 학생일 때 본 필의 모습과는 너무 달라서 괴리감이 느껴졌다.

  이렇게 단 일 주 일 만에 댄의 추억과 환상은 모두 와르르 무너졌지만, 그럼에 불구하고 계속 필에게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사람이 다 외모를 보고 산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자기가 다 지난 첫사랑과 재회했다고 이렇게까지 자제력 없이 쳐다보는 사람이었을 줄은 몰라서 댄은 자괴감을 느꼈다. 필이 자길 못 알아봐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알아볼 만큼 인상 깊은 제자는 아니었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일주일간 지켜본 필은 가슴 타령을 하는 언행과는 반대로 다행히 동료 교사들과 두루두루 친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같은 수학 담당인 저스틴이랑 친해 보였다. 시험 출제라던가 진도 속도라던가 같은 과목 담당이라 상의해야 할 일이 많아 다른 교사들보다 친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지만 둘이 이형이라 친한 게 거슬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교무실 자리도 끝과 끝이면서 거의 매 쉬는 시간마다 필 자리로 찾아와 말을 거는 모양새가 누가 봐도 이형으로서 관심이 있어 보였다. 처음에 댄은 저게 거슬릴 필요가 없다는 걸 스스로 상기했지만, 나중엔 그냥 인정했다. 이 정도면 12년 전 고등학생 때랑 똑같은 상태라고 말이다. 그리고 자기가 진짜 그렇게까지 외모만 보는 사람이었나 싶어 자괴감에 빠졌다. 어디다 말하면 좀 나을까 싶어서 이 일을 고등학생 때부터 친구였던 피터에게 말하니 ‘별로 놀랍진 않은데? 너 그 이후로 만난 사람들 전부 성별 불문하고 흑발에 파란 눈이었잖아. 뭘 새삼스럽게 자괴감에 빠지고 그래.’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해 오히려 댄의 자괴감만 더 깊어졌다.

  그리고 오늘, 교내 행사로 인한 갑작스러운 시간표 변경 덕분에 댄은 한 달 만에 처음으로 필과 단둘이 교무실에 남아있게 되었다. 그냥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 되는데 괜히 민망해진 댄이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커피를 타오면서 부산스럽게 굴어도 필은 계속 정면에만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필의 집중력에 약간 안심이 된 댄이 필이 앉아있는 옆자리로 슬쩍 고개를 돌렸는데, 방금까지 교내 행사 안내문을 만드느라 모니터만 보던 필이 댄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대로 굳어버린 댄이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자 필이 먼저 말했다.

 

 

 

 

“힐끔힐끔 쳐다보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네.”

“…네?”

“일하다가 모르는 거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봐~”

“그…”

“또 나한테 대답 들어놓고 다른 사람한테 다시 물어보진 말고.”

“아…….”

 

 

 

 

  댄은 부끄러움에 두 손에 얼굴을 묻고 신음했다. 옆에서 필이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유죄 교사 필 웨넥 ( ͡° ͜ʖ ͡°)




프랫뿌꾸 댄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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