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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5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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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붕적으로는 1편 스토리에 약간 아쉬웠던 부분들이 있었는데 2편에서는 아쉬운 거 없고 연출도 스토리도 전부 좋았음... 여자아이들의 우정과 팀워크와 정신적 성장이라는 메세지를 너무 잘 담아냈음. 사춘기를 단순하게 짜증이 많아지는 시기로만 뭉뚱그려서 표현한 게 아니라 다양한 감정들이 찾아오는 변화의 시기로 본 것도 넘 좋았음.

감정은 나쁘거나 좋은 게 없음. 분노는 성급하지만 새로운 발상을 떠올리기도 하고, 까칠이는 예민하기에 다른 감정들을 섬세하게 챙겨줬고, 슬픔이는 소극적이지만 차분하게 할 일을 했고, 소심이는 불안이가 변하는 걸 민감하게 알아차리기도 하고, 기쁨이는 끝까지 할 수 있다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았음.

그리고 새로 등장한 감정들도 양면이 공존하는 캐릭터였음. 부럽이는 타인의 멋진 부분을 발견해서 따라하려 했고, 따분이는 라일리를 쿨하게 보이도록 만들었고, 당황이는 눈치껏 주변을 살피며 곤란에 처한 슬픔이를 조용히 도와주는 이타심이 있었고, 불안이는 닥치지 않은 미래의 일들까지 혼자 해결하려 하다가 공황까지 올 뻔하는데 기쁨이가 불안이를 빠져나오게 도와줬지. 불안은 사람을 몰입하게 만들어주는 힘이지만 오로지 내 생각에만 고립된 나머지 주변인을 고려하지 못하게 만드는 감정이기도 함. 인사이드아웃2에서 그걸 너무 잘 표현했더라고.

사람들은 항상 좋은 기억과 긍정적 감정만 남기고 싶어하지만 그게 마냥 좋은 건 아님. 살면서 실수나 실패를 한 번도 안 겪은 사람이, 예상치 못한 실패에 잘 대처할 수 있을까. 살다보면 실패에서도 배울 점이 있음. 그러나 오로지 좋은 기억과 긍정적 경험만을 바탕으로 자아를 구성한 사람은 실패를 받아들일 수 없을 뿐더러 대처 능력도 떨어짐. 심지어 '나는 좋은 사람이고,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는 편향적인 신념 때문에 상황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지나친 좌절과 무력감을 느낄 수 있음.

하지만 '나는 좋은 사람이다'라는 신념이 있어도 안 좋은 기억과 부정적 경험마저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되면 나쁜 상황에 대처하는 정신적 탄력성이 늘어나게 된다잖아. 신체의 근육이 찢어지고 회복하며 탄탄해지듯이 마음의 근육도 아픔을 겪고 회복해야 비로소 성장할 수 있음. 우리가 어찌하지 못했던 개인적인 상실과 좌절이 돌이켜보면 가장 보편적인 성장 과정의 일부라는 거임. 그래서 관객들이 반드시 라일리와 같은 경험을 하지 않더라도 공감하며 눈물을 흘리는 게 아닐까 싶더라. 누군가에게는 별 것 아닐 과정이라도 누군가에겐 기억에 남는 경험이 되고 좌절을 받아들이는 성장의 경험이 되기에... 그리고 나도 보고나서 울었음. 어흐흑 라일리야 잘했다 잘했어ㅠㅠ '지금도 앞으로도 예상 못한 상실과 좌절은 계속 올 테지만 헤쳐나갈 수 있을 거야. 완벽하지 않아도 돼. 삶은 이러한 과정의 연속이야' 라는 메세지가 느껴져서 너무 좋았음...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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