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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7 16:15
너붕붕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모든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딸이었어. 하지만 항상 기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꿨지. 틈날 때마다 나뭇가지를 칼 삼아 휘두르며 검술을 연습했어.

하루는 부모 몰래 들판에서 연습하는 걸 들켜 따귀를 맞으려는데 누군가 너붕붕의 아버지를 말렸어.

"그만."

"아니, 어찌 이런 곳까지.."


귀족 부인은 말에서 내려 너붕붕에게 손을 내밀었어.

"네 이름이 뭐지?"

"....허니입니다."




그 날 귀족 부인은 너붕붕의 부모에게 돈을 주고 너붕붕을 사왔어. 타지에서 와 자기 편이 없었던 부인은 너붕붕을 남장시키고 자신의 호위무사로 길렀어. 부인의 지원 덕분에 너붕붕은 누구에게도 실력이 밀리지 않는 기사가 되었어. 처음에 너붕붕은 부인에게 감사한 마음뿐이었지만 점차 그 마음은 사랑으로 변했어.









그러던 어느 날 왕실에서 기사들의 검술 대회가 열렸어. 각 가문의 기사들은 자신의 실력을 뽐내기 위해 저마다 갑옷을 입고 대회에 참여했지. 싸움에서 이긴 기사와 다음 지원자가 겨루는 방식이었는데 평범한 갑옷을 입은 기사가 모든 지원자를 이겨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었어. 너붕붕은 무슨 생각이었는지 손을 들어 자신이 다음 지원자가 되겠다고 나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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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위에서 싸움을 시작한 둘은 한참동안 칼싸움을 벌였어. 결투가 지루해지려던 찰나 너붕붕이 기사의 옆구리를 칼로 찔렀어. 기사는 놀라 말에서 떨어졌고, 너붕붕은 잽싸게 말에서 뛰어내렸어. 몸싸움 끝에 기사를 쓰러뜨린 너붕붕은 그의 몸에 올라타 목에 칼을 겨누는 것으로 승부를 끝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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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붕붕 밑에 깔려있던 기사가 투구를 벗자 지켜보고 있던 모든 사람이 숨을 들이켰어. 무술 실력이 뛰어나 모든 전투를 승리로 이끈 프레드릭 왕자였거든.

곧이어 너붕붕이 땀에 젖은 투구를 벗었을 때 사람들은 환호성을 내지르면서도 수군거렸어. 곱상하게 생겨서 칼도 못 들 것 같은 놈이 왕자를 이겼다고? 떠들썩한 와중에도 왕자는 말 없이 너붕붕의 얼굴을 바라보았어. 그토록 받고 싶던 왕의 검이 너붕붕에게 하사되는 순간에도 프레드릭의 눈은 너붕붕만을 좇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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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뒤 프레드릭 왕자의 혼인 상대가 정해졌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의외의 이름에 모두가 놀랐어. 프레드릭 왕자는 한낱 기사인 너붕붕을 왕세자비로 맞겠다 한 거야. 신분은 그렇다치고 남자를 왕세자비로 삼겠다니? 왕자가 드디어 미친 게 아닌가?

너붕붕도 심란하긴 마찬가지였어. 대체 왕자가 나를 선택한 이유가 뭐지? 자신을 이겼다는 것에 앙심을 품고 해코지하려는 건가? 그렇다면 자신의 평판을 깎아먹을 필요 없이 내 목만 날리면 될 텐데 굳이 나와 혼인하겠다는 이유는 뭐지? 너붕붕이 침대에 누우려는데 부인이 방문을 열고 들어왔어. 너붕붕이 서둘러 무릎을 꿇자 부인이 너붕붕을 일으켜세웠어. 가까이에서 보니 부인의 얼굴에 눈물이 번져있었지.


"부인..."

"널 떠나보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는데 마음은 그렇지 않구나. 너만큼은 항상 내 곁에 있을 줄 알았는데."

"울지 마십시오."

"네 앞길을 늘 축복하마. 궁에 가서도 나를 잊지 말아주렴."

너붕붕이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부인은 눈물을 훔치며 서둘러 방을 나갔어. 부인의 약한 모습을 본 너붕붕은 지체 없이 채비를 하고 궁으로 향했어.









너붕붕이 말을 타고 성문에 이르자 문지기들은 너붕붕의 얼굴을 알아본 듯 문을 열어주었어. 너붕붕이 프레드릭 왕자를 만나러 왔다고 하자 하인 하나가 친절히 왕자의 거처까지 길을 안내했어. 하인이 한 방의 문을 두드리자 낮은 목소리가 대답했어.

"들어오거라."

왕자는 무거운 갑옷을 막 갈아입으려던 차인 것 같았어. 하인이 너붕붕과 함께 방에 들어서자 프레드릭이 하인에게 나가보라고 손짓했어.

"무슨 일이오?"

너붕붕은 왕자의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채로 말했어.

"황송하나 저는 저하의 배필이 될 수 없습니다. 어찌 남자의 몸으로 왕세자비에 오른단 말입니까. 그리고 저는 어렸을 때 저를 거둬주신 부인을 평생 지키기로 맹세했습니다. 그러니 부디,"

프레디는 너붕붕의 말을 잠자코 듣다가 너붕붕과 마주보고 무릎을 꿇었어. 너붕붕이 놀라 고개를 숙이며 몸을 웅크리자 턱을 쥐고 눈을 마주치게 했어.

"내가 택한 이상 거절은 없소. 그대가 앞으로 지켜야 할 사람은 나요. 그리고 그대가 남자인 것은 나에게 아무 문제가 되지 않소. 나는 그대의 존재 자체를 흠모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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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는 너붕붕의 손을 끌어당겨 입 맞추고 돌아서 갑옷을 차례대로 벗었어. 놀란 너붕붕이 뒤를 돌아 나가려 하자 프레디가 너붕붕을 불러세웠어.

"밤이 늦었으니 오늘은 이곳에서 자고 가시오. 때마침 내 옆 자리가 비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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