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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2 04:29
ㅈㅇ







피트는 황위 계승과는 거리가 먼 일곱번째 막내황자였고 톰은 대장군의 아들로서 피트의 벗이 되어 둘은 죽마고우로 자람. 근데 피트는 일찍이 알파로 발현했고 톰은 성년이 될 때까지 아무 소식이 없어 그냥 베타인가보다 하고 살았는데...... 갑자기 톰이 오메가로 발현한 거지. 아버지를 닮아 무예가 출중했던 톰은 이미 뛰어난 무관이었는데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거임. 왜냐면 오메가는 문무과를 통틀어서 모든 관직에 진출할 수 없었거든. 관직을 박탈당하고 충격과 실의에 빠져 낙담하는 톰을 피트는 진심을 다해 위로해줬고 톰은 깊은 절망 속에서도 정말 자기 일처럼 마음을 써주는 피트에게 고마움을 느끼겠지. 아무리 친구라도 자긴 그냥 일개 귀족이고 피트는 황족이니까. 어릴 때야 뭘 잘 몰랐지만 엄연히 신분의 차이가 지엄한걸.


그런데 피트가 워낙 속내를 잘 감춰서 그렇지 피트는 사실 속으로 톰이 오메가가 된 걸 누구보다 기뻐하고 있겠지. 피아를 식별할 수 있을 때부터 내 사람이라고 여겼던 톰을 떳떳하게 제 옆에 세울 수 있게 되었으니까. 물론 지금까지도 충직하게 제 곁을 지켜왔지만 그런 거 말고. 친우로서, 신하로서가 아닌 하나뿐인 제 반려로서. 피트는 오메가가 아닌 톰도 그 자체로서 사랑했지만 세간의 법도는 그게 아니니까. 오랫동안 애타게 마음에 품어왔던 톰이 오메가로 발현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피트는 정말 뛸듯이 기뻐했겠지. 톰이 느낄 충격과 상실감을 이해해. 하지만 그보다는 이제 톰을 진짜 제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희열이 더 컸어. 톰도 지금은 저렇게 슬퍼하지만 곧 자신의 숙명을 받아들이리라 생각했지. 시간이 좀 필요할 거라고. 그리고 피트는 그 정도는 기다려 줄 의향이 있었어.


그런데 대장군 댁에서 늦깎이 오메가인 톰이 벌써 혼기가 꽉 찼다고 더 늦기 전에 빨리 시집보내야 한다며 적당한 혼처를 구해 홀랑 정혼을 시켜버린 거야. 피트는 그 얘기를 듣고 진짜 눈이 뒤집히는 줄 알았어. 심지어 그 혼처라는 게 피트도 잘 알고 있는 커너 집안의 론 커너야. 피트랑도 잘 알 뿐더러 톰하고도 어릴 때부터 절친이지. 피트는 이를 바득 갈았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앉은 자리에서 톰을 뺏기게 생긴 거니까.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혼사를 막고 톰을 빼내 올 방도가 없는 거야. 그저 운 좋게 황가에 태어나서 하릴없이 놀고 먹기만 하는, 권력과는 거리가 먼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어.


그렇게 지금 자기 힘으로는 톰을 뺏어올 수 없다는 걸 깨달은 피트는 그 날부터 완전히 사람이 바뀌어 버리겠지. 자기 세력을 확장하고 제 형들을 제거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거야. 외숙인 리처까지 끌어들여 황궁엔 연일 피바람이 불었지. 마침 리처도 정실로 들이고픈 오메가가 있는데 신분이 천한지라 이해관계가 딱 맞았어. 노예를 면천시킬 수 있는 건 황제만이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마침내 피트는 제 손윗형제들의 목을 모두 베고 황제였던 아버지마저 유폐시켜 황위를 찬탈했지. 반대파는 전부 숙청했고 남은 일은 정국을 안정시키는 것 뿐. 그렇게 하기까지 불과 얼마 걸리지 않았어. 독을 품은만큼 철저히 일을 도모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톰이 혼례를 치르기 전에 거사를 끝내는 것이었으니까. 톰이 이미 다른 남자의 것이 된 뒤에 황위에 올라봤자 아무 소용이 없잖아. 하긴 피트라면 한 발짝 늦었더라도, 론 커너를 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톰을 빼앗아왔겠지만.


어쨌든 피트는 황위에 오르자마자 금혼령과 동시에 간택령을 내리고 대장군 댁에도 삼간택에 응하라고 종용하겠지. 대장군이 당황하여 불초 소신의 자식은 이미 정혼하여 곧 혼례를 앞두고 있으니 통촉하여 달라 읍소하여도 그대와 그대의 가문 모두 멸문지화를 당하고 싶지 않으면 황명에 따르라는 협박이 담긴 칙서가 내려올 거야. 말로는 삼간택이지만 내정자가 정해져 있는 거나 다름없는 간택은 어이없을 만큼 빠르게 끝나버리고 톰은 멘붕에 빠지겠지. 정혼자인 론을 두고 간택에 응하라는 것도 충격적이었는데 피트랑...피트랑 뭐? 톰은 단 한 번도 피트에게 그런 마음을 품어본 적 없었어. 자신이 막내황자님께 바쳐야 할 것은 오로지 충심이라고 생각해왔지. 물론 변치않는 벗으로서의 우정도 중히 여겨야겠지만 그것도 어릴 때의 얘기지 이제는 다 컸으니 군신간의 예의를 최우선으로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어. 설마 피트를 지아비로 모셔야 될 날이 올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지 못했지.


그런데 다시 마주친 피트가 저를 보는 눈은 완벽히 제 암컷을 바라보는 눈인 거야. 톰은 피트가 변한 것에 큰 충격을 받았고 더불어 배신감을 느꼈어. 그래서 행복해야 할 초야에 제 몸 위에 올라타 얼굴 곳곳에 입맞춤을 내리는 피트에게 이러지 마시라고...제발 부탁이라고...황자였을 때 부르던 칭호인 '전하'라고 부르면서 눈물로 애원하며 흐느꼈으면 좋겠다. 호칭을 제대로 부르지 않는 것만으로도 크게 경을 칠 일인데 피트는 그런 것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행동하겠지. 감히 옥체에 손은 못 대고 연약한 거절밖에 하지 못하는 톰이 못내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을 거야. 하지만 그 어떤 말을 해도 아랑곳 않고 차례차례 혼례복을 벗기며 다정하게 입맞춰주던 피트가 톰 입에서 기어이 전하, 전하, 저는 정혼자가 있습니다- 그러니 제발-...하는 소리 나오는 거 듣고는 눈 돌아갔으면 좋겠다.


피트는 질투와 소유욕으로 번들거리는 눈으로 그대 정혼자는 이미 다른 이와 혼례를 치뤘다. 내가 주선한 재상가의 여식과 함께. 라고 냉기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말할 거야. 그러더니 이내 다시 뜨겁고 애끓는 음성으로 톰, 너는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나한테는 줄곧 너밖에 없었어. 우리가 그 벚나무 아래서 같이 낮잠을 청하고 함께 뛰어놀 때부터. 라고 속삭이겠지. 그 말을 들은 톰의 눈이 서서히 커지며 몹시 흔들릴거야. 그 때라면 일곱 살...? 여덟 살...? 아니, 그것보다 더 어렸을지도 몰라. 그 때부터 나를...그렇게 봤다고...? 톰의 눈에서 왈칵 눈물이 쏟아지겠지. 어린 시절의 순수한 우정이 모두 배반당한 느낌이라서.


피트는 그런 톰의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주지만 그 몸을 탐하는 걸 멈춰주지는 않을 거야. 은은한 호롱불 아래 비치는 톰의 눈부신 나신 위에 소중하다는 듯이 연신 입맞춰주면서 혼잣말하듯 낮게 말하겠지. 톰...너를 얻기 위해 흘린 피가 강을 이뤄도 난 후회 안 해. 또 앞으로 너를 내 곁에 두기 위해 흘릴 피가 바다를 이룬대도 난 너를 놓아주지 않을 거야. 사랑해, 톰. 쭉 사랑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영원히. 언뜻 들으면 애절하게까지 들릴 수 있는 그 고백이 너무 소름끼쳐서 톰은 오한으로 몸이 부르르 떨리겠지. 자꾸만 옆으로 흘러서 귓속으로 들어가는 눈물도 멈추지 않을 거야. 바뀌어버린 제 몸이 원망스럽고, 그런 저를 만지는 손길은 낯설고 두렵고, 그 상대가 바로 얼마 전까지 너는 내 둘도 없는 벗이라고 말해주던 피트라는 게 믿기지가 않겠지. 톰은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은 제 신세가 한탄스러워서 설움에 젖은 소리가 새어나오는 걸 어쩌지 못하고 끅끅거리면서 숨죽여 우는 수 밖에 없을 거야. 안타깝게도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반항이란 고작 두 눈을 내리감고 믿을 수 없는 이 현실을 외면하는 것 뿐이겠지.












매브아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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