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aep.club/550078379
Code d24b
view 620
2024.07.28 22:13
ㅈㅇㅁㅇ
 
 

루스터가 처음 비행학교 들어가서 비행 수업 받고 겨우 자격증? 뭐 그런거 따고 나면 되게 심란했을것 같다. 이거 하나 따려고 그 고생(해사 4수)했나 싶고...이게 뭐라고...좀 허탈하겠지. 물론 그거 따는 과정이 녹록지는 않았을거야 수병 생활 거치고 OCS 과정 거치고 비행학교 거치고....비행 자체도 쉬운 일은 아니었겠지. 사실 루스터의 진짜 본성에는 오히려 반대됐을것 같음. 원래 루스터는 타고나길 안정지향성이고 땅에서 안전하게 걍 자기 좋아하는 일...하면서 살았어야 할 운명인데 매버릭의 4수 반려가 루스터의 인생을 통째로 뒤틀어놨던거면 좋겠다. 그래서 걍 냅뒀으면 해사에 들어갔어도 군대로 안 빠지고 그냥 평범하게 직장생활 하거나 정계로 빠졌을건데 원래 사람이 하지 말라고 하면 괜히 더 하고 싶고 오기가 나잖아. 루스터가 그런 케이스였음.

 

 

 

주말에 막 어제 받아서 따끈따끈한 파일럿 자격증(이런게 있는지 모르겠음 아무튼 있다고 치고) 들여다보면서 병맥주 한 병 들고 멍때리고 있는데 그 때 다가온게 아직 물만두~찐만두 시절의 중위 행맨이었음 좋겠다. 대충 나이가 행맨은 22~23살 루스터는 27~28살 정도였음 좋겠어 몰라 미해군 계급 연령따위 알게 뭐야 암튼 그런 상태인데 주말이라 놀러나온 루스터랑 마주치는거지. 식사도 같이 하면서 술도 같이 겸할 수 있는 펍 같은 그런데였겠지.

 

 

"헤이, 파일럿이에요? 나돈데."

 

 

군복은 입고 있지 않았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머리나 옷태 같은게 그래보였지. 이 때는 루스터가 소위라 오히려 계급이 낮고 행맨이 더 위였을텐데 딱 봐도 자기보다 어려보이는게 '나돈데' 하는 부분에서 좀 빡치는거지. 자기가 많이 돌아온거 알고 비행 자체에 엄청나게 큰 매력을 (아직은) 못 느끼겠고 비행실력 자체도 막 타고난 것 같지 않고 나는 어제 막 갓 따끈따끈한 자격증 발급받았는데 얜 자기보다 훨씬 어려보이는데도 나돈데 이러고 있잖아. 거기다 자기처럼 군기 빡 든 것 같지도 않고 적당히 풀려보이는게 왠지 자기보다 군생활 오래 했을것 같은 느낌이고. 혹시 나보다 상관 아닐까? 생각 드는거지. 말 잘못하면 안 되겠네 여기 주변에 해군기지 있는데. 그래서 대충 상대하고 나가려고 들고 있던 맥주병 탈탈 털어 마시는데 뭔가 동지를 만나서 기쁜건지 말동무 할 상대를 발견해서 좋은건지 이 금발 예쁜이는 볼 발그레 해진채 취해서 자꾸 헛손질 하면서 자기 자격증을 가져가려고 하는거야.

 

 

"어어...? 어제 받았네? 와, 따끈따끈하다."


 

신경 안 쓰려고 했던 부분을 비수로 확 하고 찌르는게 짜증나서 홱 빼앗아 들었음. 안 그래도 신경쓰여 죽겠는데. 아버지도 한 번에 철커덕 붙은 해사를 자기는 (비록 자기 잘못은 아니라고 하지만) 4수나 하고 씨발 쪽팔려 죽겠는데 웬 어린놈이 비행 자격증 가져가더니 따끈따끈하다면서 웃고 있잖아. 예쁘면 다야? 너 예뻐서 봐준줄 알아.

 

마음 같아서는 예쁘고 반질반질 윤까지 나는 이 동그란 이마 그냥 손가락으로 휙 밀어서 떨어뜨리고 싶은데 그러면 정말로 휘청거리다가 다칠까봐. 파일럿이라잖아. 그냥 딱 봐도 좋은 집안에서 사랑 받으면서 시련이라고는 군대에서 받은 기합이 인생 최초의 시련일 것 같은 이 반짝반짝 빛나는 도련님이 좀 짜증났지. 세간에선 이걸 열등감이라고 부른다는걸 알아. 하지만 성인도 아니고 자기는 여기까지 너무 어렵고 힘들게 왔는데. 이거 처음 받았을 때 되게 설레고 기뻤다는듯이 말하는거 보니까 받은지 꽤 된 모양이지? 순간 심술궂어져서 홱 하고 자격증을 빼앗아왔어. 분명 자기것인데도 남의걸 빼앗아온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하는 불어터진 표정이 가관이었지.

 

 

"그쯤 봤으면 돌려줘야죠."

"왜 파일럿이 되려고 했어요? 보통 파일럿 생각하면....공군 가던데."

 

 

글쎄. 자기도 모르겠어. 파일럿이 어릴 때부터 꿈이었는데, 정말 그러고보니 공사를 간다는 방법도 있었는데. 그걸 생각해보지 않은건 아니지만 아버지의 길을 따라서 밟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으니까. 차라리 공사를 갔다면 매버릭이 손을 쓸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긴 했었어. 아무래도 해군과 공군은 사이가 안 좋으니까 손 쓰기도 더 어려웠을거고.


 

"아버지가 해군 항공대 파일럿이셨어요. 그래서 그 영향으로 파일럿이 된거에요"

"와! 대박! 그럼 응원도 많이 해줬겠죠? 좋겠다."

"...뭐가 좋은데요?"

"우리집은 나 해사 간다고 했을 때 결사반대하고 엄마는 드러눕고 아버지는 카드 자른다 차 폐차 시켜버린다 난리를 쳐서....거의 가출하다시피 하고 나왔는데."

 


 

취해선 묻지도 않은걸 쫑알쫑알 뱉어내더니 결국엔 푸푸 한숨을 내뱉으면서 뭐라고 하는지조차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불평을 늘어놓더니, 결국엔 테이블에 얼굴을 처박고 잠이 들어버림. 이걸 어쩌나 싶은데 마침 문이 열리고, 일행인듯한 사람이 다가와 죄송하다고, 얘가 실수를 하지는 않았냐고 묻겠지. 군복을 입고 있었고 계급장이 자기보다 높아서 루스터는 아니라고, 얘기를 하다가 그냥 잠이 들었을 뿐이라고 했음.

 



 

이게 루스터랑 행맨의 첫만남이었음 좋겠다. 행맨은 취해서 루스터를 전혀 기억하지 못 했고, 루스터는 파병지에서 만나자마자 그 때 술에 꼴아서 푸푸 거리던 금발 예쁜이인걸 기억하겠지. 만나자마자 성향도 안 맞고 비행 스타일도 달라서 아웅다웅 하는 사이로 변했지만.

나중에 사귀었을 때 둘이 첫만남 느낌?? 같은거 어땠냐 영건들이 물으면 행맨은 '존나 답답한 꼰대' 이렇게 말하는데 루스터는 좀 고민하더니 내놓은 대답이 '술에 꼴아서 남의 것 훔쳐간 놈'이었음. 뭐야 행맨 너 물건도 훔쳐? 영건들이 야유하는데 행맨은 어이 없겠지. 나 그런 술버릇 없어 그런거 없단 말이야 하비 너 알지 내 술버릇? 하는데 이쯤되면 사실 영건들도 행맨 술버릇 알고 있음. 걍 얌전히 혼자 떠들다가 곱게 잠드는거. 그거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랬겠지.

 

 

나중에 집에 돌아오면서 야 수탉 내가 네 꺼 뭐 훔쳐갔는데? 어? 말해봐 말해보라고오! 약간 취해서 비틀거리면서 걷는거 루스터가 어어~ 넘어진다 조심해 자기야. 하고 부축해줌. 이씨 말하라고오 내가 갚아준다니까아....이 행맨이! 어! 남의 물건이나 훔치다니 말이 되냔 말이야아 네가 잃어버리고 괜히 나한테 뒤집어씌우는거지 너? 하다가 또 푸푸 하고 잠드는데 루스터는 끝까지 말 안 해줄것 같다. 행맨이 훔쳐간게 자기 마음이란거ㅋㅋㅋ

 

 

서로의 첫만남이 달라서 첫인상도 다를 수 밖에 없는데, 루스터에게 행맨과의 첫만남은 어딘가의 펍에서 할로겐 조명 받은채 푸푸 거리며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꺼내는 금발 예쁜이였고, 행맨에게 루스터와의 첫만남은 파병지 꼰대겠지. 행맨은 당연히 서로가 파병지에서 서로 처음 만났다고 생각하는데 루스터는 그걸 굳이 지적해서 고쳐주지는 않을거야. 그냥 혼자 간직하고 있어도 좋으니까.

사실대로 말해주면 또 기억 안 난다고, 내가 너 처음 본거 파병지 맞다고, 사람 헷갈리는거 아니냐고 빼애액 거릴것도 아는데....어쩌면 기억해내고 흑역사라 부끄러워할지도 모르지만, 왠지 그냥 혼자만의 추억으로 남겨두고 싶음. 늘 행맨에게 모자라고 뒤따라가기 바쁘다고 생각했는데(현재도 계급 또 역전되서 행맨은 소령이고 루스터는 아직 대위임) 뭐 하나라도 더 앞서나가는게 있고 싶은 치졸한 마음 때문임ㅋㅋㅋ

 

 

 

 

 

 

 

 
루스터행맨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
등록된 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