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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4 15:19

*그나마 백업해놨던 이삿짐 주섬주섬 해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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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차저차 무사히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 진학한 새내기 정대만~ 대입 기념으로 엄빠가 새로 사주셨던 밧슈가 한 학기 지났더니 고새 헤졌음. 대학이 자리한 도쿄가 당연히 상점도 많고 이것저것 구비된 물품 종류도 더 많기는 한데.... 그래도 신발을 산다면 어릴때부터 워낙 자주 들락거려서 대만이 발에 꼭 맞는 신발로 잘 큐레이팅 해주시는 카나가와에 있는 단골 상점에서 사고 싶었던 정대만. 겸사겸사 주말에 엄빠 얼굴도 볼 겸 해서 간만에 고향 내려옴~

 

그리곤 본가 제 방에 짐 내려놓자마자 호다닥 시내 나가서 단골 신발가게에 찾아갔는데, 딸랑- 하고 입장하자마자 들리는 어서오세요 하는 목소리가 뭔가 귀에 익숙한 음성인거임

 

"??? 양호열? 니가 왜 여깄냐??"

"오랜만이네요, 대만군"

 

주말 알바로 신발가게 점원으로 일하는 양호열과 딱 마주친 정대만ㅋㅋㅋㅋㅋ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더더욱 예상하지 않았던 사람과 만나게 되니 몽가 촘큼 뻘쭘함ㅎ; 답지 않게 머뭇머뭇 도통 편히 쇼룸을 둘러보질 못하는 슨배림 지그시 바라보던 호열잌ㅋㅋㅋ큐ㅠㅠㅠ 능숙하게 다가와서는 '대만군이 원래 자주 신던 모델은 이거였죠?' 하면서 대만이가 북산고 재학할 때 신던 제품을 꺼내옴. 심지어 사이즈도 딱 맞아.
 

 

"어..응. 맞아, 그거."

"한 번 신어보세요. 발이 더 자라거나 그러진 않았나요?"

딱 보기에도 안 자란 것 같기는 한데.
 

 

"괜, 괜찮은 것 같은데...!"
 

아씨 쪽팔리게 왜 말 더듬고 난리야 ㅠㅠ 아 불편하다... 불편해.......

 

 

호열이가 가져온 신발 신은 채 이리저리 발 통통 퉁겨보고 있는 대만인데, 잠깐 안 쪽으로 사라지더니 또 다른 신발을 두어개 더 들고오는 양호열.
 

 

"그건 뭐냐?"

"제가 여기서 일한지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그동안 농구화 사간 손님들 사이에서 요즘 가장 많이 팔렸던 제품들이에요."

익숙한 게 편하기야 하겠지만, 경험 안해 본 것들 중에서 또 맞는 게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이것도 한 번 신어볼래요?

 

 

하고는 어정쩡하게 서 있던 정대만 끌어다가 간이 의자에 앉힌 양호열. 이내 자기도 한 쪽 무릎 꿇은 채 정대만 발에 걸려 있던 기존 신발 벗기고 새걸로 다시 신겨줌.

 

 

"야..! 아니, 뭘 그렇게까ㅈ... 그냥 내가 알아서 신을게;;;"

"ㅎㅎ이게 응대 매뉴얼이라서요."

 

끄응....

 

뭔가 간질간질한 것 같기도 하고 불편한 것 같기도 하고ㅋㅋㅋ큐ㅠㅠㅠ 아무튼 맘이 편치는 않아서 계속 심장 쿵쾅거리는 정대만. 그러거나 말거나 호열이는 프로페셔널하게 새 밧슈 신겨다가 끈처리도 야무지게 해줌. 자, 일어나서 한 번 걸어봐요.

 

 

"어... 이거 진짜 괜찮은 것 같은데? 너무 푹신하지도 않고 너무 딱딱하지도 않고..."

아직 길도 들기 전인데 이정도 착화감이면 진짜 나쁘지 않은듯???
 

 

"다행이네요. 그럼 그걸로?"
 

"어어. 이거 맘에 든다 ㅎㅎ 이걸로 계산해주라!"

 

맘에 드는 신발 발견해서 불편했던 감정은 다 사라지고 한껏 신난 정대만ㅋㅋㅋㅋ 헤실헤실 웃고 있는데 호열이가 포장해 줄테니 이만 벗으라고 다시 신발 갈아신겨줌ㅋㅋㅋ큐ㅠㅠㅠㅠ 아니 내가 무슨 애도 아니고...;; 나 스무살인데... 거 참 기분 묘하구만  
 

 

알바하는 양호열은 이렇구나- 생각보다 더 에프엠적이고 엄청 모범직원이네. 아무리 손님 착화를 도와주는 게 매뉴얼이라고는 해도 아는 사인데 뭘 이렇게까지- 같은 생각 하면서 앉아서 서포트 받는 정대만. 근데 뒤이어 들려오는 괴상한 질문 때문에 상념에서 깨어남.

 

 

"손님. 고등학생이죠?"

"에??? 뭐??? 나? 지금 나한테 물은거냐 호열아?"

"ㅎㅎ 여기 대만군 말고 누가 또 있다고 그래요. 아무튼 고등학생, 맞죠?"

"아니... 야 혹시 너 뭐 잘못 먹었냐? 나 졸업했잖아;"

"그냥 오늘만 졸업 전인 걸로 해요."
 

다 됐다- 계산은 저쪽에서 도와드릴게요.

 

 

??????? 이게 무슨 소리야. 쟤 혹시.. 나 유급한 걸로 알고 있나??? 싶어서 띠용때용한 정대만ㅋㅋㅋㅋㅋ 근데 이미 신발은 호열이 손에 들려서 챡챡 예쁘게 포장중이고,,, 이 상황이 뭔가 싶지만 그냥 어... 묻지 말자. 하는 심정으로 얌전히 계산대 앞에 섬ㅋㅋㅋㅋㅋ

 

"영수증 드릴까요?"

"어...응..... 주면 좋지......."

"ㅎㅎ 또 오세요-"

"응...고맙다......."

 

 

여전히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받은 영수증 주머니에 구겨넣고 돌아서는 정대만을 데스크에 턱 괸 채 묘하게 웃으면서 바라보는 양호열. 빈 말 아니에요, 대만군. 언제든 또 와요. 나는 이곳에 있으니까.


 

그리고 그날 저녁. 옷 갈아입으려다 외투에 넣어둔 영수증이 툭 떨어져서 구깃구깃한 종이 펴 보는 정대만. 그리고 그 영수증에는 청소년 할인 금액이 적용되어 있겠지. 아... 이래서. 이래서 그랬구나. 갑자기 왠 고등학생이냐 묻길래 뭔 소린가 했었는데.

 

양호열이 직접 무릎 꿇고 신발 신겨주던 딱 그때만큼 얼굴 붉어진 정대만 ㅋㅋㅋㅋㅋㅋㅋ하도 심장 콩닥거려서 그 날 밤잠 좀 설쳤음. 고작 구겨진 영수증 종이 한 장인데 그거 하나 못 버리고 간직한 채 도쿄로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주말 지나자마자 동댐뿅 하우스(특: 셋이 함께 자취중)에 복귀한 정대만ㅋㅋㅋㅋㅋㅋㅋㅋ애들 불러다 놓고 상담 들어감.
 

 

"야 명헌아, 동오야. 이리 와서 내 말 좀 들어봐."

"벌써 노잼이다 뿅"

"무슨 일인데?"
 

"아씨 초치지 말고! 자 봐봐."
 

 

 

하고는 꼬깃꼬깃 구겨졌다 다시 핀 기색이 역력한 영수증 종이를 동뿅 눈 앞에다 들이미는 정대만인데, 애들 흥미 이미 떨어졌음. 이게 뭔데 씹덕아;
 

 

"대만이 농구화 새로 샀구나. 어.. 이거 자랑하려고 부른거야?"

"새 신발은 신고식을 해야한다 뿅"

"아니 그게 아니라!! 잘 들어보라고! 이거 사러 갔다가 내가 무슨 일이 있었냐 하면─"

 

 

하고 있었던 일 적당히 각색해서 ㅋㅋㅋㅋㅋ 늘어놓는데 설명하는 정대만 얼굴 불타는 고구마임ㅋㅋ큐ㅠㅠㅠ 장난기 발동한 동뿅. 애 가슴에 헛바람 잔뜩 불어넣음.

 

 

"야 이거 백퍼네. 너한테 마음 있는 거 백프로다 뿅."

"그래 대만아. 이 정도면 고백이야.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뭐가 사랑이겠어."

"그런.. 역시 그런가???? 나한테 마음 있는 거 맞는 것 같지?!"

 

 

 

응ㅋㅋㅋㅋㅋㅋㅋㅋ백프로야ㅋㅋㅋㅋ꼭 고백 공격으로 혼내주.. 아니아니. 고백해서 해피연애 해!! 우리가 응원할게!! 하는 얄궂은 동뿅ㅋㅋㅋ큐ㅠㅠㅠㅠ 친구의 흑역사 생성은 나의 즐거움이니깐...ㅋㅋㅋ 그러나 고백에 성공한 정대만이 자기 연하 애인 생겼다고 뿌듯하게 자랑질하는 날까지 고작 D-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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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열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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