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aep.club/549028951
Code 01d0
view 146
2024.07.04 22:25
원문: https://archiveofourown.org/works/39772797
허락맡음
오의역주의


휴이가 깨어났을 때 침대 시트는 흠뻑 젖어 그의 몸에 들러붙어 있었다.

죽기 전의 고통이 이런 건가 싶었다. 온몸의 근육이 못 견디게 아팠고 입 안이 건조했다. 어쩐지 너무 덥고 너무 추워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떨었다. 겪어본 모든 숙취라던가 아픔이 힘을 합쳐 결국 그를 죽이기로 결심한 것 같았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워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다리를 움직이려고 최선을 다해보았지만 방이 빙글빙글 도는 걸 보면 위가 뒤틀리는 메스꺼움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가 겨우 두 발로 서자 종아리 근육이 경련하며 다리가 떨려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바닥에 토해내어 버리면 MM의 표정이 어떨지 상상하며 그는 천천히 발을 끌며 화장실로 갔다. 그의 어깨에 둘러져 있던 담요가 미끄러져 한쪽 귀퉁이가 바닥에서 질질 끌리자 휴이는 담요를 다시 주워야 하나 고민했다. 만약 바닥에 떨어진 뭔가를 줍기 위해 허리를 굽힌다면 다시 멀쩡히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제로였다. 거기다 만약 부처가 뒤집어진 딱정벌레처럼 바닥을 뒹굴고 있는 휴이를 발견하면 분명히 화낼 것이었다.

정말 멍청했다. 이런 일이 일어날 걸 알았어야 했지만 힘과 팔의 치료되는 것에 사로잡혀 분별 있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휴이가 해야 할 일은 화장실 구석에 편하게 앉아 아침까지 견디는 것뿐이었다. 괜찮았다. V를 전부 토해내고 나면 기분이 훨씬 나을 거였다. 그리고 러시아에서 벗어나 집으로 돌아가 자신의 침대에 눕고...

화장실 바닥으로 천천히 몸을 낮추려는 시도는 실패하고 무릎이 먼저 차가운 타일에 부딪쳐 욕이 튀어나왔다. 그 충격에 휴이는 자신이 곧 토해낼 걸 알았고 입안의 쓴 금속 맛에 차라리 고마워졌다. 메스꺼움은 조금 나아질 것이었다.

휴이는 속이 뒤집힐 때마다 얼굴을 찡그리며 변기로 몸을 숙였다. 곧 토해낼 걸 알면서 몸을 숙여 정말로 토하기를 기다리는 시간은 정말 최악이었다.

마침내 다시 한번 토해냈을 때 그의 몸이 경련을 일으켰고 곧 변기 왼쪽으로 6인치 떨어진 곳에서 산성 녹색 액체 웅덩이 앞에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의 티셔츠와 사각팬티가 담요와 엉켜 아까 무릎 꿇고 있던 자리에 구겨진채 쌓여 있었다


"아, 제발."

"좀 괜, 젠장, 휴이."

어떻게 된 건지, 분명 휴이는 문을 잠갔다고 생각했는데 부처가 문간에 서 있었다. 그는 하품했다. 어쩌다가 잠든건지, 부처는 전날 입은 옷을 그대로 입고 있었다.

휴이가 앓는 소리를 냈다. 이건 원하지 않았다.

부처의 눈썹이 올라갔다. "멋지네, 조금만 더 오른쪽으로 겨냥했으면 좋았을 텐데."

"젠장."

속이 다시 메스꺼웠고 휴이는 움직임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지난번처럼 휘청이며 순간 이동하자 고맙게도 원래 위치로 제대로 돌아왔고, 다시 난장판을 만드는 일은 피할 수 있었다.

휴이는 부처가 뭐라 말하기를 기다렸다. 몇 초가 지난 후 그가 고개를 들자 부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리는 것을 발견했다.

"일부러 그랬어?"

"당연히 아니죠." 휴이는 목덜미를 문지르다가 뒤늦게 부처가 한 말의 의미를 깨닫고는 주춤거렸다. "이게- 하고 나면 원래 이러는 거 아니에요?"

"가끔 의지와 상관없이 눈이 빛나긴 하지만, 그거 빼면 없어. 너처럼 난폭하게 보이지는 않으니 다행이군."

젠장. 너무 많이 한 걸까? 잘못했나? 휴이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V에 알러지라도 있나? 눈물 때문에 눈꼬리가 화끈거렸다. 순간 이동이 레이저 눈 보다 더 몸에 안 좋은건가? 현기증이 엄습했고 방은 점점 더 빠르게 돌았다. 내가 죽어가고 있나?

"휴이, 진정해."

휴이가 공포에 질려 숨을 헐떡이자 부처는 휴이가 진정할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

"휴이,"

이명이 시끄러워 꼭 물속에서처럼 부처의 말이 귓가에서 웅웅거렸다. 검은 그림자가 천천히 시야를 가렸다. 휴이는 눈을 한번 깜박이고, 필사적으로 눈을 뜬 채 초점을 맞추려 애썼다. 의식을 잃으면 다시는 깨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

부처는 휴이의 옆에 주저앉아 그의 어깨를 잡으려고 손을 뻗었다. 타는 듯이 뜨거운 피부에 부처의 시원한 손이 닿자 한결 나아졌다. 휴이는 그를 옮기려 하는 부처에게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설마 그러고 싶었더라도 그럴 힘이 없었다- 그가 자신을 부드럽게 감싸 안아 끌어당기는 걸 허락했다. 휴이는 부처의 가슴에 몸을 기댄 채 셔츠 단추가 풀려 드러난 그의 맨살에 이마를 대었다.

부처는 휴이의 머리 위에 턱을 얹은 채 그를 단단히 감싸 안았다. 한 손은 휴이의 머리에, 다른 한 손은 휴이의 어깨뼈 사이에 밀착되어 있었다. 그 손은 휴이가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부드러웠다. 부처가 자신을 완전히 감싸 안아 다른 세상을 차단하고 절대 그를 놓지 않겠다는 다짐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쉬. 괜찮아. 괜찮을 거야."

한 세기처럼 느껴지는 시간 동안 그들은 계속 그렇게 있었다. 휴이의 떨림이 멎어 들자 그제야 부처가 손을 뗐다. 휴이의 가슴에 튀었던 토사물이 부처의 셔츠에 묻어있었다. 휴이는 코를 찡그렸다.

"윽, 역겹네요. 죄송해요." 그가 중얼거렸다.

"신경 쓰지 마." 부처는 셔츠를 머리 위에 잡아당겨 벗고는 옆으로 던졌다. "요전엔 내가 그랬으니 비긴 거라고 해."

휴이는 이게 누군가의 얼굴에 토하는 것만큼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굳이 토론하고 싶지 않았다.

"넌 좀 진정해야 해. 침착하게 계속 컨트롤하고. 안 그러면 공포에 질려 공황 발작이나 일으키다가 또 멋대로 순간 이동할 테니까." 부처가 이어 말했다. "네가 더 멀리 가지 않아서 다행이군. 밖은 쌀쌀하니까." 그가 화장실 창문 쪽으로 고개를 까닥였다.

잘됐네. 휴이는 화장실보다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건 걱정스러운 생각이었고, 걱정은 그런 것조차 가능하게 할 것이었다.

"이게 절 이렇게 망칠 줄은 몰랐어요. 당신은 괜찮아 보이는데."

"좀 더 익숙한 것뿐이지. 그냥 마약에도. 기침약 한 숟가락 정도 먹으면 괜찮아질 거야." 부처가 몸을 일으키자 휴이의 심장이 다시 쿵쿵거렸다.

휴이가 다급히 손을 들고 고개를 저었으니 부처는 그의 표정 변화를 본 게 틀림없었다. "널 떠나는 게 아니야. 우리가 여기에 계속 있을 순 없잖아. 심지어 넌 엉망진창이고 더 추워질 테니."

휴이는 부처가 자신을 떠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얼마나 안도했는지 생각하고는 당황해 뺨이 화끈거렸다. 부처는 담요나 다른 옷가지들을 모으기 시작했지만 휴이가 다시 토하자 전부 다시 떨어트려 버렸다.

"윽, 젠장. 죄송해요. 이젠 경고도 안 해주네요." 휴이는 잠시 자신이 순간 이동을 하지 않고 그대로라는 것에 약간 기뻐했지만 토사물이 전부 몸에 쏟아지자 그 작은 기쁨은 사라졌다.

"계획 변경이군. 내 침대에서 시끄럽게 굴지는 마. 그래도 가만히 있던 건 꽤 잘한 일이야." 부처가 샤워기를 켜고 온도를 맞추는 동안 윙윙거리는 소리가 났다.

아마 최선이었다. 휴이는 자신과 부처가 함께 침대에 누워있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부처는 휴이가 몸을 일으킬 수 있도록 손을 뻗었고 휴이의 몸을 지탱하며 욕실 반대편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휴이가 샤워실 벽에 기대어 앉을 수 있게 부처가 조심스럽게 그를 앉혀주었다. 물이 휴이의 어깨 너머로 튀면서 긴장된 근육을 조금 이완시켜주는 것 같았다. 얼마나 고통스러운지에 대해서는 주의를 돌리게 되었다.

비누가 없어서 휴이는 거의 비어있던 코코넛 향 샴푸로 묻어있던 토사물과 피를 씻어내야 했다.

뉴먼이 그런 능력을 가졌단 걸 알기 전의 행복한 과거가 떠올랐다. 그때 휴이는 늘 자신이 깨끗하다고 생각했다. 그때 그 시간을 좀 더 고마워했어야 했다. MM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는지 알고 싶었다.

휴이는 눈을 감고 얼굴을 문지르다가 다시 눈을 떴는데, 부처가 청바지를 벗어 옷더미 위로 던지고 다가오는 걸 보고 약간 얼빠진 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알아, 넌 세례받은 사람이지. 빌어먹을,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마." 부처가 중얼거렸다. "난 그냥 친구니까."

맞아, 두 친구. 어쩐지 오한이 들었다. 2인용이 못 되는 욕조 안에서 둘은 겨우 3인치 떨어져 있었다.

"안아줄까?" 부처가 제안했다. "도움되는 것 같았는데."

이미 열기로 인해 분홍빛을 띠고 있던 탓에 휴이가 얼굴에서 가슴까지 붉게 달아오르는 걸 부처는 볼 수 없었다. 휴이는 그것에 감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처는 휴이가 자신의 다리 사이에 앉아 가슴에 등을 기대앉도록 했다. 물이 따뜻했다. 욕조가 비좁은 걸 생각하면 의외로 편했다. 휴이는 부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눈을 감았다. 억센 팔이 허리를 쓸어내리자 작게 허밍 하기도 했다. 그는 허리를 끌어당기는 걸 느끼자 최대한 가만히 있으려고 집중하며 미소를 참았다. 이렇게 모른 척하는 게, 모두에게 더 나았다.

차에 몇 번은 치인 것 같은 느낌에도 그는 이대로 영원히 있을 수 있었다.

이제 정말 토해버리는 일은 없길 바랐다.



+



부처는 화장실로 다가오는 발소리에 잠에서 깼다. 그는 잠에 드려던 의도는 아니었지만 최근에 제대로 자본 적이 없었다. 물은 여전히 기분 좋게 따뜻했으니 오래 잠들진 않은 듯했다.

발소리가 점점 커졌다. 부처는 속으로 욕을 뱉었다. 그대로 걸어 지나가.

괜찮을 거야. 그는 분명히 문을 잠갔었다.

문손잡이가 덜컹거렸다. 문이 열리면서 경첩이 삐걱거렸다.

프렌치는 화장실로 들어가려다 걸음을 멈추고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본다. 옷더미. 녹색 토사물 웅덩이. 부처는 속옷만 입고서 나체로 코코넛 향을 품기며 잠들어 있는 휴이를 팔에 안고 욕조에 앉아있었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고, 프렌치가 웃음을 참지 못하자 부처의 눈이 돌아온 이후 처음으로 다시 번쩍거렸다. "Mon dieu, 미안, 그냥 오줌싸러 왔는데-"

"참아." 부처가 단호하게 말한다. "그리고 닥치고 아무 말도 하지 마. 아무것도 못 본 거니까."

"물론, 비밀이고 말고." 프렌치는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거의 뛰쳐나가듯 사라졌고, 문이 닫히며 다시 삐걱거렸다

부처는 이를 악물었다. 비밀은 무슨, 웃기고 있네. 내일 아침이면 온 세상이 알게 될 거였다.

물이 식기 전에 휴이를 깨워야 했다. 휴이는 아까보다 덜 떨었고, 뺨에 혈색이 돌고 있었다. 훨씬 나아 보였다. 최악의 상황은 넘겼길 바랐다. 이제 둘은 각자 침대로 돌아가야 했다.

휴이는 여전히 잠에 든 채로 부처의 품에서 웅크리며 그의 가슴에 더 가까이 붙었다. 젠장. 그는 이미 두 번이나 토했다. 키스하고 싶은 충동은 참아야 했다.

5분 정도 더 있다고 나쁠 건 없었다.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
등록된 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