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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2 02:20
아슬아슬하게 두자릿수 차이 안나는 9살차이인데, 대협녀가 성인이 되기도 전에 정략결혼 해버리게 된거면 좋겠다. 고등학생신부 윤대협같은 빻은 생각 해도 되는걸까...




대협은 어릴때부터 정혼상대가 있으니 몸가짐을 단정히 해야된다, 조신하게 행동해라 집안 어른께 이런소리 들으면서 자랐음.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결혼상대가 이미 있다는건 인식하고 있었음. 얼굴 한번 본 적 없었지만, 대협은 어렸고 머나멀게만 느껴지는 미래의 정혼자에게 큰 관심이 없었음. 이미 농구가 있었으니까. 대협의 가족은 한번도 대협의 경기를 보러 온적이 없었음. 그러니까, 대협이 농구하는걸 별로 반기지 않는거 같은데 못마땅한듯 보면서도 딱히 하지말라고도 안한단말이지. 눈치가 빠른편이라 그런 기색에 의아해하면서도 딱히 파고들진 않았음. 뭐, 좋은게 좋은거지.


사실 대협은 정략결혼에대해서 거의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고있었는데 말이지,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 결혼식날짜가 정해졌다는 통보를 들었음. 내년 봄에 결혼식을 하게 될거라는 말에 대협은 고개를 끄덕였음. 미성년자인데 결혼이 가능하구나, 들었을 당시엔 그정도 생각밖에 안했지. 한 일주일즈음 지나자 정말 결혼하는건가 싶어지고 명확하게 주어진 날짜에, 그제서야 현실인게 와닿는달까. 뭔가 아득하고 막연하게만 느꼈었는데... 조금 머릿속이 복잡해졌지만 그런 대협을 아무도 생각해주지 않을걸 알고있기에 심란할때면 낚시를 하러 갔음.


어느새 겨울방학이 왔음. 집이 뭔가 부산스럽다고 생각한 아침, 그러거나 말거나 대협은 부스스한 상태로 마당에 앉아 하품하고 있었음. 그런 대협에게 낯선 누군가가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고, 살포시 온기가 어깨에 내려앉았음.


"추워보이셔서요."


대협은 자신에게 코트를 벗어준 남자를 멍하니 올려다봤음.


"이정환입니다."


이 남자가 이름만 듣던 대협의 정혼자였음.
대협은 잠깐 넋을 놨다가 정신을 차렸음.


"아... 윤대협입니다. 이건 감사해요..."


뭐랄까, 대협은 얼떨떨한 기분이었음. 상상속의, 혹은 전설로만 전해지던 용이나 유니콘같은걸 마주한 기분이랄까. 얼떨떨했음. 정횐은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고 매우 정중한 태도로 대협에게 시간을 내어줄 수 있는지 물어봤음. 대협은 홀린듯 고개를 끄덕였음.


대협은 조수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만지작거리기도 하고 머리카락을 괜히 꼬기도 하고 아무튼 가만히 있지 못하고 계속 꼼지락거렸음. 짧은 시간에 이렇게 꾸며진것도 처음이고, 남자랑 단 둘이 있는 상황도 처음이고, 그러고보니 어디 가는지도 모르고, 그저 모든게 어색하게 느껴졌음. 정환은 운전하면서 그런 대협을 눈치채고 어떨게 하면 불편해하지 않을까, 고민했음.


"어디가는지는 안궁금해요?"


"예!?"


기볍게 던진 질문에 대협이 놀라 대답했음. 많이 긴장하고 있었는지 목소리가 살짝 삑사리까지 났음. 대협은 그런 자신이 창피해서 얼굴이 빨개졌음. 정환은 민망함이 오래가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음.


"분가하게 될테니까, 봐둔 집이 있거든요. 대협씨 마음에 들어야 하니까 같이 보러 가고 싶었습니다."


"아, 그러니까, 네. 이해했어요."


신혼집을 보러 가는거였군요... 분가라니 생각도 못했었음. 나가살게 되는거구나. 아무래도 정략결혼이다보니 당연하게도 대협의 의지는 관여된게 없었음. 정환도 마찬가지일지 어떨지 모르지만, 그런거 혼자 정한다고 해도 아무도 뭐라 안할텐데 그래도 대협의 의사를 물어봐주는게, 조금 많이 고맙다고 생각이 들었음.


"여기, 저희 학교 근처네요."


"네. 근처인게 편하실테니까요."


대협은 꽤 놀랐음. 정환이 대협의 학교를 알고있다는것도, 그걸 고려해준것도. 집은 마음에 들었고, 가볍게 점심식사를 한 이후에는 가구도 구경하러 갔음. 원하는걸 직접 선택하고 고르는게 의외로 꽤나 재밌었음. 그리고나서 정환은 대협을 농구화매장에 데리고 갔는데, 대협은 이때 정말 놀랐음.


"제가 농구하는거 알아요?"


정환은 고개를 끄덕였고 대협은 어쩐지 두근거렸음. 오랜만에 농구화를 새로 사러 와서 그런가? 정환이 사주는거지만... 농구화를 고르다보니 대협은 자연스럽게 농구얘기를 정환에게 하기 시작했음. 연습은 어떤식으로 하는지, 이번 리그 성적이 어땠는지, 내년엔 어디를 목표로 하고있는지 신나서 줄줄 이야기했음.


"리그 시작하면 보러 와요."


대협은 내뱉고나서 아차 싶었음. 혼자 너무 흥분해서 얘기했나, 오늘 처음본사람한테, 농구를 좋아하는지도 모르는데 오라고 하면 부담스러워할텐데, 실수한거 같아...


"네, 꼭 가겠습니다."


대협의 걱정은 오래 안갔음. 정환의 대답에 그저 기뻤음. 꼭 오라며 다짐을 받고, 슬슬 날이 어두워지자 정환은 대협을 집에 데려다주었음. 헤어지기 직전, 정환이 대협에게 명함을 한장 건냈음.


"제 연락첩니다."


"전화 해도 돼요?"


대협은 그렇게 물어봐놓고 바보같은 질문이라 생각했음. 연락처를 주는 이유가 뭐겠냐고. 하지만 그동안 한번도 못봤던 사람이라 엄청 바쁜거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었단 말이지.


"언제든지요."


"네에, 안녕히가세요."


"다음에 뵙겠습니다."


대협은 그 말에 다음을 기대하게 되었음. 씻고, 침대에 누워서도 어쩐지 계속 두근거리는 기분이 들었음. 결혼, 나쁘지 않을지도...








아니 왜 아직 결혼 안함.... 아무튼 정환대협 결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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