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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9 22:36
ㅈㅇ 매브 20살 아이스 23살 정도로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오늘 무지 덥다며 볼이 빵빵해지도록 오렌지에이드 쭉쭉 빨아마시기 바쁜 매브 보고 아... 내가 어린애랑 무슨 짓을... 하고 현타 제대로 오는 아이스 (특: 자기도 어림)


그런데 아이스는 매브가 막 질색하고 싫어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은 거지. 애가 해맑고 구김살 없고 잘 먹고 귀여워. 그래서 혹시나 전달 과정에서 뭔가 누락된 건 아닌가 싶어서 오늘 이 자리가 무슨 자리인지 알고 나온 거 맞냐고 다시 한 번 확실하게 물어보니 오물오물 씹던 거 꿀꺽 삼키고 "선자리잖아!" 하는 거지.


그 말에 아이스는 살짝 띠용할 거야. 그래, 자기가 뭘 하러 나온 건지 제대로 인지는 하고 있는 모양인데... 이런 반응이라니? 솔직히 아이스는 오늘 최소 바람 맞거나 어디 나보다 나이도 많고 덩치도 큰 오메가가 뻔뻔하게 낯짝 들고 나오냐며 너도 너희 집안도 정말 수치를 모른다는 모욕 정도는 들을 각오를 하고 나왔거든. 매브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런 생각 들고도 남을 만한 상황이었으니까.


그리고 매브가 그렇게 나온다면 아이스는 조용히 당해줄 생각이었어. 물론 그게 아이스 잘못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어린애한테는 적당한 화풀이 대상이 필요할테니까. 아이스는 매브에게 물었지. 내가 밉거나 원망스럽지 않냐고. 그러자 매브는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어.


"내가 널 왜 미워해?"

"아직 스무살밖에 안 됐는데...앞으로 나랑 살아야 하잖아."

"아하하! 난 또 뭐라고."

"...뭐가 웃겨?"

"그렇게 따지면 너도 마찬가지지. 넌 내가 미워? 원망스러워?"

"뭐...? 아니, 그게..."


한 번도 그렇게는 생각해 본 적 없어서 아이스가 당황하자 매브가 찡긋 윙크를 하며 말하겠지.


"원망을 하려면 갓 스무살 되자마자 날 팔아먹은 우리 집 노친네한테 해야겠지?"

"......"


맞는 말이야. 하지만......


"그리고 난 너 싫지 않은데."

"...뭐?"

"너 맘에 든다고. 내가 이래뵈도 감이 꽤 좋아서 말야. 넌 분명 괜찮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온단 말이지."


아이스는 멍해지겠지. 이제껏 아무리 노력하고 성과를 증명해도 돌아오는 건 꾸지람과 질책, 본처 자식들과의 차별 뿐이었는데 오늘 처음 만난 뺨에 솜털이 보송한 정략결혼 상대가 자길 맘에 든다고 해 주다니.




"다음엔 식장에서 만나겠네. 그동안 잘 지내고, 잘 가!"

활짝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보이던 그 모습이 오래도록 눈앞에 잔상으로 남았어. 기분이 이상했지.




결혼식은 별 거 없었어. 고를 것도 없이 다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예행연습 한 번 했던대로 그대로 따라하기만 하면 되었지. 다만 더없이 형식적인 결혼식이라 아무생각 안 들 줄 알았는데 슬쩍 한 번 훔쳐본 매브의 옆얼굴이 너무 어려보여서 아이스는 예정에 없던 양심의 가책을 느낄 거야.


신혼여행지는 식상하기 짝이 없게도 하와이였지만 전용기를 타고 오는 내내 커어- 소리를 내며 침까지 흘리고 자던 매브는 시원스레 펼쳐진 아름다운 해변을 보고는 눈을 반짝이며 환호성을 질렀지.


"우리 스노클링 하자!! 스노클링!!!"


호텔 체크인도 하기 전부터 스노클링 하자고 방방 뛰는 어린 신랑이라니... 역시 아무래도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만만치 않은 결혼생활이 될 것 같았어. 거의 비행기 타자마자 잠들었던 매브와는 달리 예민해서 조금도 수면을 취하지 못한 아이스는 사실 피곤해서 스노클링이고 뭐고 당장 씻고서 눕고 싶었지. 하지만 이 넘치는 에너지에 그냥 잠자코 어울려주는 것이 현명한 선택임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어. 저 기대에 가득찬 얼굴이 시무룩하게 풀죽는 것도 보고 싶지 않았고.


대충 객실에 짐을 풀고 각종 스노클링 장비에 구명조끼까지 바리바리 챙겨 엘리베이터를 탄 매브는 큼지막한 타원형의 둥근 물안경 하나에 오리발만 챙겨든 아이스를 보고 물음표를 띄웠어.


"너 수영 잘 해? 구명조끼 필요없어?"

"아...어, 잠수할 때 방해돼서 안 입어."


어쩐지 잘난 척 하는 것 같아서 약간 떨떠름하게 대답하고 말았는데 매브는 그런 건 안중에도 없고 그 커다란 녹색 눈망울이 쏟아질 것처럼 반짝이더니 이내 탄성을 내지르겠지.


"쩐다!!!! 잠수라니!!!! 난 완전 맥주병인데!!!!"


별로 대단한 건 아닌데... 그러거나 말거나 매브는 완전 난리가 났어. 아이스는 엘리베이터 안에 둘뿐이라 정말 다행이라 생각했지.



그리고 잠시 후....



"우웩...짜...코 매워......"

"코로 숨 쉬지 말라니까. 이거 제대로 꽉 물고. 아니, 그렇게 말고 이렇게. 옳지."


짠물을 왕창 먹은 매브는 수 차례의 시도 끝에야 제대로 스노클링을 할 수 있게 됐겠지. 맑은 바닷물, 알록달록한 물고기 떼와 산호초, 별세계같은 바닷속을 신기하게 들여다보고 있는데 긴 오리발을 낀 아이스가 산호 가까이 가서 귀여운 물고기랑 손끝으로 콕 인사를 나누는 게 보이겠지. 미끈하게 드러난 늘씬한 상체, 바닷속에서도 아주 자유롭게 유영하는 그 모습은 마치 인어 같았어.


...아름다워.


매브는 저도 모르게 그를 보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야.















애샛기탑연상텀 선결혼 후연애 보고싶다고...

매브아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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