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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2 19:07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영 솔직하지 못한 매버릭이랑 그런 쪽으로는 둔한 아이스의 환장콜라보 재업











아이스는 언젠가부터 거의 모든 걸 매버릭과 함께하게 됐는데 이게 어쩌다가 그렇게 된 건지 모르겠지. 자긴 그냥 가만히 있었던 거 같은데...자연스럽게 슬라이더의 자리를 매버릭이 꿰찬 느낌...? 그 사실을 깨닫는 데만 해도 한참 오래 걸렸겠지. 누가 들었으면 너 그걸 이제 알았어???? 라고 할 정도로.


그래서 매버릭과 파트너가 된 소감이 어떠냐고 묻는다면 음...일단 사소한 불평이 많고...허세가 심해......그러면서 또 안 어울리게 은근 섬세한 부분도 있는 것 같았다가...무작정 떼 쓰고 고집부릴 때면 진짜 어린애가 따로 없지. 그럴 때면 아이스는 그냥 멍때리고 있는데 그래야 따발총같은 매버릭의 말들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수 있거든. 아니, 아예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고 해야 하나? 듣고 있어봤자 왜 성질내는지 모를 말만 하니까. 너 어디 갔었어? 누구랑 같이 있었는데? 그 새끼랑은 또 왜!! 이런 말들.


그런 매버릭에 대한 아이스의 평은 일견 맞는 부분도 또 약간 왜곡된 부분도 있겠지. 특히 불평이 많다는 부분. 매버릭은 한 번도 아이스 앞에서 진심으로 불만을 말해 본 적 없어. 아이스가 그렇게 알고 있는 순간들은 대개 그가 무심하게 매버릭을 챙겨주거나 했을 때였어. 아이스는 그저 습관처럼 했던 행동인데 매버릭 혼자 심쿵해서 홱 고개 돌리고 괜히 툴툴거리기 바빴던 거지. 그거 보고 아이스는 얜 챙겨줘도 난리네...아직도 내가 싫은가보다, 생각함.


싫은데 왜 같이 다니는 거지? 그렇지만 고민은 별로 길지 않았어. 뭐 정 싫으면 자기가 알아서 떨어져나가겠지.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해버리고 마는 아이스인데 그럴리가 있나. 매버릭이 어떻게 슬라이더를 밀어내고 차지한 자리인데. 오히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매버릭은 더 아이스한테 찰싹 달라붙었고 아이스는 이상하다? 고개 갸웃하면서도 쫓아내진 않고 가만 놔두겠지. 그리고 아이스의 본투비 유죄인간 성향 탓인지 물가에 내놓은 어린애 같은 매버릭을 보면 어느새 하나 둘 주섬주섬 챙겨주고 있는 상황이 반복될거야.


매버릭도 사실은 좋은데 자꾸만 떽떽거리기나 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자괴감에 몸을 떤 적이 있어. 근데 요새는 아이스가 정말 자기한테 사심 1도 없이 잘해주는 거라는 거 느끼고 울컥해서 더 뭐라하는 거겠지. 얘는 남의 속도 모르고 진짜. 진짜 모르는 건지 모르는 척 하는 건지 모르겠어. 투명한 눈동자를 보면 일부러 이러는 것 같진 않은데. 가끔은 그게 더 원망스러워. 알만한 애가 왜 이러냐고. 이만하면 티 낼 만큼 낸 것 같은데. 그것도 있는 쪽 없는 쪽 다 팔아가면서 가오죽게. 딴 일에는 똑똑하기만 한 놈이 이런 데는 눈치 다 팔아먹었냐고 진짜!!!!


그런데 사랑을 하면 병신이 된다더니 그렇게 빡쳐해놓고도 씨발 밸도 없나 봐. 내일 점심 같이 먹을래? 한 마디에 녹아서 쪼르르 아이스 관사에 와 있는 거 보면. 매버릭은 거실 소파에 쪼그리고 앉아서 불퉁하게 볼 부풀리고 투덜대면서 의미없이 TV채널 계속 돌리고 아이스는 부엌에서 미트볼 토마토 스파게티 만들고 있겠지. 이거 매버릭이 좋아하는 음식이라 레시피 익히게 된 건데 자각 없음. 다 됐다고 부르면 금방 매버릭이 식탁에 와서 앉는데 가만보니 또 입이 댓발 나와있어. 도대체 뭐 이리 삐질 일이 많은 건지. 자기 때문이라는 것도 모르고 아이스는 피식 웃을 거야. 본의 아니게 약간 비웃는 것처럼 돼버려서 매버릭은 왜뭐왜! 하고 버럭하겠지.



"아니야, 먹기나 해. 식겠다."



그 말을 듣는 매버릭은 드디어 제 귀가 어디 잘못된 건 아닌지 의심될거야. (닥치고) 먹기나 하라는데 왜 마지막에 덧붙이는 말 한 마디가 그리도 따스하고 자상하고 다정하게 느껴지는지. 살짝 미소를 머금고 맞은편에 앉는 아이스의 낮게 울리는 웃음소리에 매버릭은 미묘하게 인상을 찌푸리겠지. 너 그거 유죄라고. 왜 그렇게 웃는 거야, 사람 설레게. 내 마음 받아줄 것도 아니면서.


짜증나. 아이스한테 악의가 없다는 걸 알겠어서 더 짜증나. 차마 뭐라 말은 못하고 스파게티나 팍팍 퍼먹는데 그럼 뭐해 얼굴에 다 티나는데. 얘가 또 뭔가 심기 불편한 게 있구나 싶은 아이스는 그 원인이 저라는 건 생각도 못하고 스파게티가 맛이 없나? 따위의 헛다리나 짚겠지.



"먹을 만 해?"

"...뭐, 맛은 있네."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매버릭의 양 볼이 빵빵한 게 꼭 볼주머니를 양껏 채운 다람쥐 같아. 물론 이런 말 하면 저 성격에 또 길길이 날뛸테니 속으로만 생각하는 거지만 정말 먹이는 보람이 있달까. 성질은 더러운데 생긴 건 귀여워. 그건 인정해. 사실 아이스는 순수하게 매버릭의 외모에 대해 경탄할 때가 있었어. 본인의 심미안에 자부심이 있는 아이스가 객관적으로 (아님) 볼 때 매버릭의 얼굴은 단순히 잘생겼다는 표현을 넘어서 아름답다는 찬사를 들어 마땅한 얼굴이었거든. 성별도 나이도 아득히 초월하는 미의 경지. 금발에 회안이 넘쳐나는 카잔스키 가에서 나고 자란 아이스가 보기에도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했지. 그 왜 그런 거 있잖아, 나랑 상관은 없지만 보고 있으면 흐뭇한 그런 거. 아, 이런 걸 공공의 이익이라 하던가?


매버릭은 아이스가 저런 표정을 하고 있을 때면 은근히 기분이 나빠졌어. 굳이 표현하자면 늦둥이 동생 밥 먹는 거 기특하게 바라보는 듯한? 하여간 세 살 밖에 차이 안 나는데 더럽게 어른스러운 척 해. 어느 모로 봐도 자길 남자로 안 본다는 것만은 확실해서 더 인상이 구겨져. 누가 FM 아니랄까봐 고백도 돌직구로 하기 전엔 평생 가도 눈치 못 챌 각인 카잔스키 도련님 때문에 매버릭도 정면 돌파를 생각 안 해 본 건 아니야. 하지만 이건 아니잖아. 고백도 어느 정도 희망이 보여야 하는 거지. 천하의 매버릭도 때에 따라서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는다고. 섣불리 고백했다가 지금 있는 것들까지 잃어버리면 어떡해. 친구도 연인도 아닌 애매하고 어딘가 붕 뜬 관계지만 지금처럼 밥도 같이 먹을 수 있고 아이스가 이모저모 챙겨주며 함께 있을 수 있는 매일매일이 소중하단 말야. 설령 그게 내가 아닌 누가 됐든 공평하게 베풀어질 보편적인 친절이라도.



그렇게 생각하며 침묵을 지켰던 매버릭이 마침내 폭발하는 날이 오는데 그건 바로 아이스의 약혼소식을 듣게 된 날이겠지. 거의 껌딱지처럼 옆에 붙어 있었는데 다른 사람 통해 얘기를 듣게 된 것도 어이가 없는데 심지어 그냥 애인이 생긴 것도 아니고 약혼이라니. 매버릭 눈에 뵈는 거 없는 상태로 씩씩대면서 아이스 찾아가는데 그날따라 유독 눈에 안 띄어서 더 분노MAX 찍었겠지. 겨우 찾아낸 아이스 보자마자 대뜸 멱살부터 잡고 벽에다 밀칠 거야.



"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밀쳐질 때 벽에다 머리 박은 아이스가 그 충격 때문에 바로 대답 못하는데 매버릭은 자기가 밑도 끝도 없는 질문 했다는 것도 깨닫지 못하고 눈 뒤집힌 채로 계속 다그치겠지.



"대답해!! 약혼한다는 거 사실이냐고!!!"

"으......"



매버릭...또라이인 줄은 알았지만...갑자기 무슨 소리야...어지러워......꽤나 세게 부딪쳐서 머리가 울리고 눈앞이 도는데 사람 멱살을 틀어쥐고 쥐잡듯이 흔들어대. 미친놈아 어지럽다고...말할 틈은 줘야 할 것 아냐...... 그러나 맘처럼 쉽게 말이 나오지 않았어. 통증에 절로 얼굴이 일그러지고 고통스러운 신음이 나왔지. 그제서야 매버릭은 깜짝 놀라 아이스의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어.



"야, 야 너 왜 그래? 아이스!"

"흔들지 마...골 울려......"

"뭐야 왜 이러는데!!"

"너 때문이잖...일단 놔 봐."



매버릭은 그 상황에서도 아직 아이스의 멱살을 쥔 손을 다 놓지 않고 있었어. 아이스의 지적에 파드득 놀라 그제서야 황급히 손을 뗐지. 비로소 완전히 자유로워진 아이스는 긴 한숨을 내쉬며 등 뒤의 벽에 기대어 주르륵 주저앉았어. 그리고 그 상태 그대로 머릿속을 징징 울리는 충격의 여파와 통증이 가실 때까지 기다려야 했겠지. 좀 살만해지자 눈을 뜬 아이스는 전에 없이 눈을 세모꼴로 뜨고 매버릭을 흘겨보며 말했어.



"그래서 아까 그건 대체 무슨 소리야?"

"그게......"



정점을 찍고 천장을 뚫었던 분노는 목전의 죄책감 앞에서 힘없이 사그러든 지 오래였어. 자기 화난다고 다짜고짜 애 뒤통수를 깨먹을 뻔 했는데 그럼 어떡해. 매버릭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겠지. 그러자 아이스의 눈빛이 더욱 매서워졌어.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분명 약혼 어쩌고 했는데 맞지?"



그 서릿발같은 추궁에 매버릭은 딸꾹질을 했어. Ice-cold 맞네. 존나 무서워.



"하...보아하니 어디서 헛소문 듣고 온 모양인데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는 건데."



헛소문이라는 말에 기뻐해야 할까 그래서 네가 뭔 상관이냐는 듯한 말에 실망해야 할까. 하지만 매버릭은 제 마음의 갈피를 잡기도 전에 이미 상처받은 표정을 하고 있었어. 아이스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고 덕분에 매서운 기세는 한결 누그러졌지. 통증 때문에 잠시 예민해졌어. 굳이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는 건데 너무 짜증스럽게 말한 것 같아 약간 미안해지겠지. 그렇지만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었어. 내가 약혼한다는데 네가 왜 화를 내? 이해가 안 되지만 일단 아이스는 매버릭에게 사과의 말을 건넸어.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러려고 했지.



"매버릭, 방금은 내가 말이 좀 심했...매버릭?"



푹 수그린 고개가 잘게 떨리는 게 보였어. 한 손으론 괴롭게 가슴을 쥐어뜯고 있는 것도. 뭔가 이상한 기색을 눈치채고 그를 부르기가 무섭게 바닥에 투명한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지. 그것이 눈물이라는 것을 아이스는 조금 늦게 인지했어. 직접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고 하는 게 더 맞으려나. 그 매버릭이 울다니...? 도저히 이 상황의 흐름을 따라갈 수 없었어. 아까부터 마치 급류에 휩쓸린 것 같아. 정신을 차릴 만 하면 또다시 전방위로 흔들어제끼는 게 아주 매버릭의 비행스타일과 똑같아. 그래도 이 정도에 당황하면 아이스맨이 아니지. 아이스는 최대한 침착하게 말을 꺼냈어. 하지만 왠지 이상하게 몸이 긴장되는 것만은 막지 못했을 거야.



"매버릭, 너...왜 울어...?"



그건 정말 조심스러운 물음이었지만 매버릭은 그 말에 더 울컥했어. 속에서 뜨거운 것이 치솟아 내리누르기 위해 피가 나도록 아랫입술을 짓씹었지.



"정말 모르겠어?"



아이스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하게 앉아있을 뿐이었어. 이번에도 거짓이나 꾸며냄 따위는 없는 맑은 얼굴이었지. 하, 그래. 알아주길 바라는 내가 멍청한 거지. 허탈하다는 듯 헛웃음을 뱉은 매버릭은 이내 다시 아이스의 멱살을 움켜쥐었어. 그리고 아이스가 뭐라 할 새도 없이 그토록 갈망해왔던 입술에 입맞추었지.



"...이래도 모르겠어?"



입을 뗀 매버릭의 녹색 눈동자는 촉촉하게 물기 어린 채 시리게 빛나고 있었어. ​아이스가 멍하니 입을 벌린 채 굳어져 있자 매버릭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고는 멱살을 틀어쥔 손에 더 단단히 힘을 주어 끌어당겼어. 웃을 때 잠깐 씁쓸함 같은 게 스쳐지나간 것도 같은데 잘 모르겠어. 그냥 지금 얼굴이 너무 가깝다는 것 밖에는. 이상하게 가슴이 쿵쾅거려. 2만 피트 상공에서 비상탈출했을 때도 떨리지 않았던 가슴이. 저 입에서 나올 말이 뭔지 알고 있는 걸까, 나는?



"...내가 너 좋아한다고. 이 둔탱아."



아, 역시.

...그런데 내가 둔하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키스까지 당해놓고서야 알았으면서 지가 지독한 둔새인 거 모르는 아이스
아이스 자각 없이 유죄짓 존나 많이 할 것 같고 그렇다.....


매브아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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