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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0 10:29
원제목은 뭔지 까먹었음 몰라 백업돼있어서 걍 올림 ㅈㅇ






둘은 유캔비마윙맨 사건 이후로 살짝 어색해졌겠지. 정확히 말하면 매버릭 쪽이. 당시에는 아드레날린 폭발하고 분위기 타서 얼떨결에 유캔비마인!! 해버렸지만 이게 시간 좀 지나니까 그렇게 쪽팔릴 수가 없는 거야. 밤에 자려고 누웠다 이불 뻥뻥 찬 적 여러 번일 듯. 근데 머쓱해서 영 데면데면하게 대하는 매버릭이랑 다르게 아이스는 그런 거 하나도 없고 만나면 자연스럽게 인사하고 싱긋 웃어주고 하겠지. 그 때 이후로 확실히 부드러워진 태도에 놀랍고 낯설기도 하면서 저 새끼는 쪽팔리지도 않나...낯짝도 두껍네... 하고 괜히 화끈거리는 얼굴로 혼자 꿍얼대는 매버릭일거야. 예전처럼 시비걸듯 잔소리하는 것도 싹 없어졌고 가끔 사소한 걸로 도움받을 때도 있을 듯.


별로 대단한 건 아니지만 강의실에서 하나뿐인 샤프가 고장나서 인상 찌푸리고 있을 때 뒤에서 어깨를 톡톡 두들겨오는 손길에 돌아보면 뒷줄 대각선에 앉은 아이스가 조용히 이거 써. 하고 속삭이면서 여분의 펜을 건네준다던지 뭐 그런 식이겠지. 당장 필요하니까 어쩔 수 없이 받긴 했지만 그 작은 호의 하나에도 뭔가 불편하고 부담스러웠던 매버릭이 다시 곁눈질로 힐끗 아이스를 쳐다봐도 아이스는 바르고 곧은 자세로 칠판만 응시하고 있을거야.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바로 한 매버릭은 그 날 무슨 정신으로 필기를 했는지 알 수 없겠지. 그냥 앞으로는 이런 일 없게 잘 준비해서 다녀야겠다, 그 생각밖에 안 들었어. 왠지 엄청나게 창피했거든. 이게 뭐라고 감춰야 할 치부라도 들킨 것처럼. 그 완벽하다는 No mistake한테 보여져서 그런가. 어쨌거나 그 이후로 매버릭은 꼭 펜을 두 세개씩 챙겨다녔지. 수석 자리를 놓고 다투던 사이인만큼 아이스에게만은 작은 결점이나 헛점 하나라도 보이기 싫었던 것 같아.


그런데 사람 일이라는 게 그렇게 맘처럼 잘 되기만 하는 게 아니잖아. 항상 변수가 있기 마련이지. 본인만 잘 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고. 재수 옴 붙은 날도 있잖아? 그러니까 그 날도 그런 날 중에 하나였을 거야. 매버릭이 잘못한 건 아무것도 없지만 단지 일진이 조금 사나웠던 날. ​쉬는 시간의 시작과 함께 옆자리에 앉아있던 선다운이 일어나다가 종이컵에 담겨있던 커피를 쏟았지.



"와악!"



둘 모두의 입에서 외마디 비명이 터짐과 동시에 매버릭의 노트가 걸쭉한 연갈색 액체로 엉망이 되었지. 반사적으로 피한 덕에 옷과 교본은 무사했지만 오전 내내 필기한 노트는 커피에 푹 젖어서 글씨도 죄다 번져버리고 아무튼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어. 너 때문이니까 네가 필기한 거 보여달라는 매버릭에게 선다운은 흔쾌히 알겠다고 했지. 그러나 선다운의 노트를 본 매버릭은 눈살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어. 왜냐하면 선다운의 글씨체는 구스에 버금갈 정도로 극심한 악필이었거든.



"됐다, 다른 데 알아볼게."



이것만큼은 구스한테 부탁할 수도 없으니 다른 사람을 찾아봐야 했어. 할리우드나 울프맨한테 부탁해볼까... 뭐 급할 건 없으니 천천히 물어보자 싶었던 매버릭은 다음 날 아침 제 앞에 와서 어제분 필기 내용을 복사한 A4용지 몇 장을 내미는 아이스를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을 거야.



"어, 어떻게..."



그러자 아이스는 살짝 웃고는 선다운이 부탁했어. 라고 말하겠지.



"아, 그래..."



고맙다고 말을 해야 하는데 어째 입이 떨어지질 않았어. 그 사이에 아이스는 그럼 좋은 하루 보내. 하고 담백하게 말하고 가버렸지. 약간 멍해진 매버릭은 아까 순간 얘가 우리 말을 엿들었나, 했던 제 생각이 지나쳤다는 걸 인정해야만 했을 거야. 그리고 제가 아이스에게 좀 과민하게 반응한다는 것도 느꼈겠지. 쟤는 아무 생각도 없는데 혼자만 북치고 장구치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실제로 아이스가 매버릭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유해졌고 이것저것 소소한 도움들을 받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둘 사이가 크게 바뀐 건 없었거든. 아이스는 여전히 슬라이더와 가장 친했고 거의 모든 것을 슬라이더와 함께했지. 말로는 윙맨이라고 했지만 아이스와 매버릭은 한 쌍이 되어 날지 못하는 날이 더 많았어.


그제서야 매버릭은 아이스와 저의 관계가 최악에서 보통 정도로 나아졌을 뿐이라는 걸 깨달을거야. 서로의 윙맨이라는 건 허울뿐인 말에 불과하고 이제야 겨우 다른 동기들과 같은 대접을 받는거라 보는 게 더 정확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웃는 얼굴로 인사하거나 별로 어려울 것도 없는 작은 도움을 주는 것쯤이야 누구에게나 베풀 수 있는 친절이니까. 그동안 서로 으르렁거리느라 무시했을 뿐 아이스는 리더십도 좋고 대인관계도 원만했지. 모두와 두루두루 잘 지냈고 당연히 평판도 좋았어. 매버릭에게만 유독 까칠했던 것인지 다른 이들에게는 냉철하고 이성적이지만 관대함과 너그러움도 함께 갖추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었지. 그쯤되니 매버릭은 좀 억울해졌어.


아니, 나는 그렇게 쥐잡듯이 잡더니 딴놈들한테는 다 잘해준거야? 아이스가 워낙 기본 매너가 좋다는 건 이제 매버릭도 알아. 그래서 더 서운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어. 다른 놈들하고는 다 잘 지냈으면서 나한테만 툭하면 시비걸고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었던 것도 그렇고...간신히 사이가 좀 좋아졌으면 잘됐다, 다행이다 뭐 그런 감정이 들어야 되는데 아이스의 그 호의가 순수하게 동료로서 잘해준 거라는 생각이 드니까 왠지 너무...실망스러운 거야. 도대체 왜 이런 감정이 드는지 매버릭 스스로도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실망스러워. 애초에 다른 놈들하고 동일 선상에 놓인다는 것 자체가 기분 나빠.


내가 아니라 다른 누구였더라도 똑같이 대했을 거 아니야. 아니, 내가 아니라 다른 놈이었으면 더 잘해줬을 수도 있지. 그렇게 생각하니까 속에서 부아가 치밀어서 견딜 수가 없었어. 진짜 이유도 모르고 속이 얼마나 꼬이던지 매버릭 한동안 자기가 왜 이러는지 심각하게 고민하겠지. 내가 아이스한테 특별 취급을 받고 싶은 건가? 왜? 평생 헤테로로 살아온 터라 '그런' 쪽으로는 생각도 못해보고 기껏 내놓은 결론이 저거겠지. 그마저도 아직 의문형임.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에 골몰하다보니 저도 모르게 예민해진 매버릭은 날이 갈수록 신경질적으로 변해가겠지. 옆에서 보다못한 구스가 매브, 요새 무슨 일 있어? 하고 물어볼 정도임. 그제사 아, 하고 약간 멍청한 소릴 내는 매버릭이겠지. 요즘 뭐에 홀린 듯 똑같은 생각만 계속 하고 있었어. 온통 아이스에 대한 생각뿐이었지. 처음 바에서 만났을 때, 락커룸에서 싸웠을 때, 미그기 때문에 위험했던 아이스를 구했을 때, 아이스가 저한테 너 내 윙맨이 되라고 당당히 외쳤던 그 때. 그리고선 몇 백명 앞에서 둘이 끌어안고 생난리를 쳤잖아. 그것만 생각하면 매버릭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어. 미쳤어, 미쳤어 진짜. 윙맨은 무슨, 그딴 새끼 어디가 이쁘다고. 미친놈처럼 저 혼자 지 머리를 쥐어뜯는 매버릭의 눈치를 살살 보던 구스는 이내 심히 맛이 간 듯한 친구의 손목을 잡고 이끌었어. 마시자! 뭔지 모르겠지만 마시고 잊자!




그 때까지만 해도 그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을 거야.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를 계속 붙들고 있는다한들 머리만 아프지. 매버릭의 친구답게 다소 꼴통같은 해결책을 내놓은 구스였지만 매버릭은 역시 구스는 현명하다고 생각했어. 잘 마시지도 못하는 독한 술을 연거푸 입 안에 털어넣다가 빙글빙글 도는 시야에 그 빌어먹을 톰 카잔스키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그의 옆에는 처음 봤을 때처럼 금발 미녀가 수줍게 웃고 있었지. 쟤는 블론드가 취향인가. 금발 아니면 상대를 안 하나. 매버릭은 저도 모르게 입술을 삐죽였어. 얼어죽을 가오는 죽어도 포기를 못하는지 실내에서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것마저도 완벽히 그 날과 똑같았지. 매버릭은 묘하게 배알이 꼴리는 것을 느끼며 술을 홀짝였어. 그는 제가 아이스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다는 것조차 몰랐어. 그저 요상한 모양의 선글라스조차 까리하게 소화하는 그 잘난 낯짝이 재수없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다시 휙 고개를 돌린 매버릭은 에라 모르겠다, 하며 보드카와 데킬라를 콸콸 섞었어. 저 놈이 여자를 만나든 남자를 만나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


...응? 순간 매버릭은 그대로 뻣뻣하게 굳어버리고 말았어.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은 이 느낌은 착각일까. 눈알만 간신히 굴려 바라본 톰 카잔스키 옆에는 어느새 웬 놈팽이 하나가 달라붙어서 수작질을 부리고 있었어. 멀리서 봐도 그 의도가 상당히 불순해 보이는데 별로 기분 나빠하거나 떨궈버리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 같은 모습에 매버릭은 큰 충격을 받았어. 둘은 몇 마디 주고받는가 싶더니 웃으며 같이 펍을 나섰거든. 뭐야, 저 새끼 남자도 되는 거였어? 씨발, 호모새끼. 어떻게 같은 거 달린 새끼랑 같이 뒹굴 수가 있어? 도저히 맨정신으로는 있을 수가 없어서 매버릭은 무식한 비율로 섞어놓은 폭탄주를 연신 물처럼 들이켰어. 식도가 불타는 듯 했지만 멈출 수 없었어. 뱃속에서 불덩이가 회오리치고 있는 느낌이었어.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와중에 떠오른 것은 더럽다거나 혐오스럽다거나 하는 감정이 아닌 이유모를 서운함과 묘한 배신감이었지. 원인을 알 수 없는 기묘한 감정에 가슴은 더욱 답답해졌어. 동시에 그동안 자신을 심란하게 했던 아이스의 그 '사소한 친절'들이 마구잡이로 한꺼번에 떠올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지.



"야, 꼴통아. 받아라."

"?? 뭐야, 슬라이더?"

"엉, 우리 PX 갔다왔어. 간 김에 네 것도 하나 샀다."

"? 어쨌든 고맙다 잘 마실게."

"인사는 아이스한테 하고~ 계산 걔가 했으니까."



슬라이더가 휙 던지고 간 건 초코우유였어. 내가 초코우유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고...? 그런 의문도 잠시 이내 아이스가 산 거라는 말에 의문은 배가 됐어. 사다 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거니와 그렇다고 동기들 모두한테 돌린 것도 아닌 것 같았거든. 아, 혹시 이게 윙맨의 특권인가? 그렇다면야 사양 않고 받아주지. 그렇게 킬킬대며 마시는 초코우유의 맛은 나쁘지 않았어. 아니, 사실은 아주 달콤했지. 생각해보면 그게 시작이었어. 그때까지만 해도 매버릭은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공교롭게도 그 후로 매버릭이 곤란을 겪고 있을 때마다 아이스는 늘 그의 근처에 있었지.



"어..."



마침 똑 떨어진 쉐이빙 폼의 용기를 꾹꾹 눌러 짜봤자 푸슉푸슉 바람 소리밖에 안 나올 때, 무심한 듯 옆에서 건네지던 코코넛 향 쉐이빙 폼. 다른 누구도 아닌 그 아이스맨이 코코넛 향 제품을 사용한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었지. 우연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어. 어느 날 구스와 유치한 장난을 주고받던 매버릭은 계단에서 발을 헛디뎠지. 몸이 중심을 잃고 넘어가는 순간 붕 뜨는 느낌과 함께 눈앞에 주마등이 스쳐지나갔지만 눈을 질끈 감고 다가올 충격에 이를 악무는 매버릭에게 느껴진 건 적당히 푹신하고 단단하고 따뜻한 품이었어. 꼴사납게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대가리가 깨질 뻔한 저를 아이스가 받아준거야. 이루 말할 수 없는 쪽팔림에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매버릭에게 아이스는 씨익 웃으며 말했지.



"우리 이제 비겼네. 서로 한 번씩 목숨 빚졌으니."



야! 그게 이거랑 같냐!!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싶었지만 아이스는 이미 매버릭을 곱게 평지에 세워놓고 사라져버린 지 오래였지. 그 뒤로도 동절기에는 늘 동상으로 고생하는 매버릭에게 동상에 바르는 연고를 챙겨준다던지 하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섬세한 호의가 계속되었어. 인정하긴 싫었지만 그런 아이스는 꽤 자상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 하지만 그뿐이야. 누구에게나 베풀 수 있는 친절이잖아. 애초에 이런 것 하나하나에 신경쓰고 있는 내가 이상한 거라고. 저 새끼는 분명 기억도 못 할 텐데 괜히 나 혼자 쓸데없는 의미 부여하고...개뿔 아무 의미도 없다고. 없는 게 당연하잖아. 빠른 속도로 원샷을 계속했더니 어느새 눈앞이 핑 돌았어. 주억거리는 고개는 금방이라도 테이블에 처박힐 것처럼 보였지. 그 때 매버릭의 옆에 누군가가 와서 앉았어.



"매버릭, 왜 이러고 있어? 구스는?"

"어? 이게 누구야아- 토옴 아이스맨 카잔스키 아니셔어-"



대답은커녕 완전히 술에 꼴아서는 제 얼굴을 무슨 찰떡 주무르듯이 하는 매버릭의 손을 떼어내며 아이스는 재차 물었어.



"구스 어디갔냐고."

"구스? 구스...? 아, 구스..."



한참이나 기억을 되짚는 듯 꾸벅거리며 혼잣말을 계속 하는 매버릭을 아이스는 참을성있게 기다려주었어.



"구스느은...브래들리가 아프다고 연락와서어...일찍 갔지이..."

"그럼 너도 그만 일어나자. 너 너무 많이 마셨어."

"싫은데에? 더 마실 건데에...아이스맨 님이 무슨 상관이셔......"



매버릭은 아이스를 흘겨보며 고집 부리는 아이처럼 아직 따지 않은 새 술병을 집어들었어.



"매버릭! 그만해, 너 술 잘 하지도 못하잖아."



그 말에 매버릭은 흠칫 굳어진 것처럼 멈추더니 이내 아이스를 원망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며 말했지. 커다란 녹색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차서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아 보였어.



"넌... 어떻게 다 알아? 내가 가르쳐 준 적도 없는데 어떻게 나에 대해서 잘 알아? 왜 나한테 잘해 줘? 내가 네 윙맨이라서?"

"...매버릭. 많이 취했다. 데려다줄게."



진실을 구하는 듯한 눈동자 앞에서 아이스는 슬쩍 시선을 피했고 매버릭은 제 말엔 대답도 않고 말을 돌리며 제 팔을 잡아오는 아이스의 손을 뿌리쳤어.



"싫어! 안 가! 너나 가!!!"



도대체 얼마나 마신 건지 무슨 유치원 안 가겠다고 고집 부리는 어린애마냥 떼를 쓰는 매버릭에 아이스는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었어. 펍 안의 모든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게 느껴졌지. 아이스는 하는 수 없이 매버릭의 입을 텁 막아버리고 다시 자리에 주저앉혔어. 그리고는 숨이 막히는지 읍읍거리는 매버릭에게 낮게 속삭였어.



"소란 피우지 않고 조용히 한다고 약속하면 놓아줄게. 아니면 이대로 기절시킬거야."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매버릭은 고개를 끄덕였어. 과연 말뜻을 제대로 알아듣고나 이러는 건지 영 못미더웠지만 아이스는 천천히 손을 떼었을 거야. 그런데 악을 쓸 땐 언제고 금방 혼나서 풀죽은 것처럼 시무룩해지는 모습을 보니 약간 어이 없기도 하고 맥이 풀려서 웃음이 나오겠지. 그러고도 아직 정신을 못 차려서 또 슬금슬금 술잔으로 향하는 손을 보고 아이스는 매섭게 그 손등을 찰싹 때렸어.



"아야!"

"그만 마시래도."

"어...? 어...? 너 왜 여기 있어...?"



또 헛소린가.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지는 매버릭의 얼굴은 진짜 아이스가 어떻게 여기 있는 건지 놀라워하고 있는 얼굴이었지만 아이스에겐 주정뱅이가 횡설수설하는 꼴로밖에 안 보였겠지. 하, 이 고주망태를 어쩐다. 아이스의 미간에 약하게 주름이 잡혔지. 난제를 마주했을 때 저절로 드러나는 아이스의 버릇 중 하나였음.



"너 아까...나갔잖아......다른 사람이랑."



음? 아이스는 더욱 미간을 좁혔어. 아까? 잠깐 나갔다 오긴 했지. 담배 한 대 태우고 왔는데.



"......"



이 멍청이가. 무슨 생각을 한 거야?













매브아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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