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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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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아나토미>는 내가 TV 방송국에서 맨 처음으로 맡은 정식 프로젝트였다. TV 방송국에서 맨 처음으로 맡은 정식 작업이 내 이름으로 내보내는 프로그램이었다니 그 말인즉 TV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일을 시작했다는 뜻이다. 나는 아무 TV 작가나 붙잡고 이게 어떤 일이냐고, 지상파 방송 드라마의 한 시즌을 책임진다는 게 어떤 의미냐고 물었다. 무수히 쏟아진 훌륭한 조언들을 종합하건대 모든 프로그램이 저마다 상당히 다르고 특수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딱 하나 공통적인 부분이 있었다면 만나는 작가마다 TV 작가의 역할을 쌩하게 달려오는 열차가 지나갈 수 있게 선로를 까는 작업에 비유했다는 것이다.


이야기가 바로 선로였고, 선로를 계속 깔아야 하는 이유는 달려오는 열차가 있기 때문이었다. 달려오는 열차는 드라마 제작이었다.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계속 대본을 쓰고 계속 선로를 깔아야 했다. 스태프들은 8일마다 새로운 에피소드 준비에 돌입해야 했다. 알맞은 촬영지를 물색하고, 세트를 설치하고, 의상을 제작하고, 소품을 준비하고, 촬영 계획을 짜야 했다. 그러고 나면 8일마다 새로운 에피소드를 촬영해야 했다. 8일마다. 준비하는 데 8일. 촬영하는 데 8일. 8일, 8일, 8일, 8일. 그러니까 8일마다 새로운 대본이 있어야 한다는 말인데, 내 역할이 바로 재깍재깍 대본을 써서 넘기는 거였다. 겨우 8일마다 작품 제작이라는 열차가 달려오고 있었다.


스튜디오 스태프들은 촬영할 장면이 있어야 했다. 제작 중단이나 연기라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면 전 스태프가 기다리는 동안 수십만 달러의 손실이 생긴다. 이것이 그냥 TV 작가가 망한 TV 작가로 바뀌는 수순이다.


그래서 나는 잽싸게 선로를 까는 법을 터득했다. 정교하게, 독창적으로, 하지만 빛의 속도만큼 빠르게 까는 법을 터득했다.

- <1년만 나를 사랑하기로 결심했다 : 완벽해 보이지만 모든 것이 불안한 그녀의 인생 새로고침> (숀다 라임스 지음, 이은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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