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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6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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펍 안을 들여다보니 그가 의자를 정리하고 있었다. 나는 창문을 두드리며 들여보내 달라고 손짓했다.

"일찍 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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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줄 알았는데 좀 늦었나 봐요."

"펍은 11시 반에 닫아요. 뒷정리하고 나면 1시쯤 되고요."

도와줄 게 없나 둘러보던 나는 설거짓거리가 꽤 쌓여있는 걸 발견해 바를 넘어가려다가 그에게 제지당했다.

"어허, 비전문가는 물러서시죠."

"나도 돕고 싶은데요?"

"어, 그럼 힘든 거 시켜야지."

그는 개구지게 웃더니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건네며 홀을 쓸어달라고 말했다. 이미 의자가 다 정리되어 있는 데다가 먼지도 거의 없어서 나는 맡은 일을 끝내고 바에 앉았다. 설거지를 마치고 나온 그는 나를 보고 품삯으로 칵테일을 만들어주겠다 했다.

"어떤 거 좋아해요?"

"새콤한 것도 좋아하고, 드라이한 것도 좋아하고. 너무 달지만 않으면 괜찮아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셰이커에 술을 이것저것 따랐다. 아무리 연습해도 그 능숙한 솜씨를 따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셰이커를 흔든 뒤 잔에 따라 준 칵테일은 달콤쌉싸름한 게 내가 좋아하는 맛이었다.

"맛있어요."

"다행이다."

"이 칵테일은 이름이 뭐예요?"

"내가 만든 건데 아직 이름이 없어요. 그쪽이 붙여줄래요?"

"....내 이름을 따서 폭스라고 부르면 어때요?"

"폭스.... 좀 평범한데."

내가 입술을 막 삐죽이려던 참에 그가 덧붙였다.

"F가 두 개인 폭스로 할래요. 당신 이름이 프레디니까."

"내 이름도 기억해요?"

"바텐더잖아요."

그는 별 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당신 이름은 뭐예요?"

"내 집까지 바래다주면 알려줄게요."

나는 'F가 두 개인 폭스'를 단숨에 들이키고 겉옷을 집어들었다.

"그 술 생각보다 센데."

"길에서 쓰러지면 당신이 도와주겠죠."

"버리고 갈 거예요."


생각보다 세다는 게 빈말이 아니었는지 머리가 살짝 어지러웠다. 최대한 멀쩡해보이려 애쓰며 걷다 보니 그가 한 건물 앞에 섰다.

"여기예요."

"이제 이름 알려줄 거예요?"













여기까지만 기억한 채로 눈을 떴다. 안 돼, 술에 취해가지고 이름도 하나 기억 못하다니! 나는 전기 포트에 물을 올리고 찬장에서 티백을 꺼냈다. 찬장을 닫으려다가 티백 옆에 놓인 꿀을 보고 그의 이름이 불현듯 떠올랐다.


'내 이름은 허니예요. 허니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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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디폭스너붕붕 프레디여우너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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