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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8 11:36
대충 고전물로 조혼 풍습 있어서 꼬맹이 매브랑 결혼하게 된 아이스 보고 싶다. 그런 아이스도 기껏해야 열일곱 정도밖에 안 됐음. 매브가 너무 어릴 뿐...


아무튼 내가 보고 싶은 건 아홉살 짜리 꼬마신랑이랑 결혼해서 이게 신혼인지 육아인지 모를 결혼생활 하다가 몇 년 지나서 매브가 열다섯쯤 됐을 때 이혼해주려고 마음 먹는 아이스임. 어릴 때는 톰, 톰! 하며 졸졸 따라다니고 앵기기 바빴으면서 쫌 커서 사춘기 들어서자 내외를 하는 건지 뭔지 갑자기 거리를 두기 시작한 매브의 행동에 아이스는 씁쓸해하면서도 혼자 체념하고 마는 거지. 그래, 이제 저 애도 다 알 나이가 됐지. 하면서.


왜냐면 조혼이 흔하긴 해도 매브랑 아이스처럼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는 잘 없었거든. 기껏해야 서너살, 많게는 다섯살 정도 차이가 나곤 했는데 아이스의 경우에는 그러거나 말거나 가문의 이득을 위해 아이스네 집안에서 강하게 밀어붙여서 성사된 혼사였어. 그러니까 이제는 알 거 다 알 나이가 된 매브가 나이 많은 저를 부끄럽고 창피하게 여겨 멀리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아이스인 거지. 어릴 때야 멋모르고 쫓아다녔어도 이제 다 컸으니 제가 싫을 테지. 하면서. 하지만 그게 당연하지, 생각하면서도 어릴 적 해맑게 웃으면서 톰!! 하고 제 이름을 부르던 매브의 모습이 떠오르면 입맛이 쓴 건 어쩔 수가 없겠지. 정말 지겨울 정도로 안아달라고 업어달라고 매달리곤 했는데.


그런 생각이 떠오르자 아이스는 이를 악물고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저었어. 그건 다 옛날 일이야. 곧 성년을 앞두고 있는 매브는 누가 봐도 근사하게 자랐어. 아직 조금 앳된 티가 나긴 하지만 곧 목소리도 굵어지고 키도 훌쩍 자랄 거야. 그런 아이에게 제가 눈에 차기나 하겠어? 아이스는 매브에겐 저보다 어리고 가녀린 매브 또래의 아리따운 규수가 어울릴 거라 생각했어. 또한 어릴 적 혼인하여 제대로 된 초야조차 보내지 않았으니 아직 늦지 않았다고도 생각했지. 지난 6년간 취할 수 있는 이득은 다 취했을 테고 이쯤에서 이연하여 재가하겠다고 말씀드리면 아버지께선 충분히 허락하실 거라고. 약간 흠집이 나긴 했지만 그래도 결혼시장에서 아이스는 여전히 꽤 비싼 값에 팔아넘길 수 있는 자식이었으니까.



결국 그리 하기로 마음 먹고 적절한 시기를 가늠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겠지. 하루하루 시간은 흐르는데 맘처럼 쉽게 이혼하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어. 그 단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왠지 가슴이 욱신거렸지.


'....아.'


그제서야 아이스는 매브에 대한 제 마음을 확실히 깨달아. 하지만 이혼하겠다는 그의 생각엔 변함이 없었지. 사랑하는 이가 진심으로 행복하기를 바랐기 때문이야. 요즈음 매브는 밤늦게 들어오기 일쑤였어. 그마저도 제가 깨어 있으면 화들짝 놀라며 안절부절 못하다가 도로 나가버리곤 했지. 그래서 먼저 자는 척 하고 있으면 몰래 살금살금 들어오는 기척이 느껴졌어.


"......"


금방 곯아떨어지리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매브는 침상에 눕지도 잠들지도 않았어. 그저 느낌으로 알 뿐이었지만 매브는 아이스의 옆에 앉아서 한참 동안 아이스의 얼굴을 빤히 내려다보기만 했지. 뚫어져라 쳐다보는 그 시선에 아이스가 실수로 속눈썹을 움찔거리기라도 하면 매브는 후다닥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는 척을 하거나 황급히 방을 나가버리거나 했어. 휑하니 비어버린 옆자리를 보고 아이스는 쓸쓸한 표정으로 ...내일이야말로 꼭 말해야지... 하고 속으로 다짐하겠지. 사실 매브는 아이스가 싫어서 그런 게 아닌데 말야.


언젠가부터 아이스만 보면 얼굴이 화끈화끈 달아오르고 요상하게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가는 느낌에 아이스를 피했던 거야. 그러면서 어릴 때는 아무 스스럼없이 안아달라고 떼쓰고, 목에 매달려서 네가 제일 좋다고 말하고, 뺨이고 입술이고 할 거 없이 조그만 입술로 작은 새가 쪼듯이 쪽쪽 뽀뽀해댔던 기억이 떠오르면 목까지 확 달아올라 창피해지고 아이스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가 없었지. 아이스의 자는(척 하는) 모습을 훔쳐보다가 뛰쳐나가버렸던 것도 아랫도리 사정 때문에 그랬던 거고. 분명 아무렇지 않았는데, 아이스의 체향은 세상에서 제일 포근한 냄새였는데, 심지어 어릴 때 그의 품에 안겨 새근새근 낮잠자던 것까지 기억하는데-


"으......"


아직 완전히 어른이 되지 못한 매브는 갑작스런 제 몸의 변화가 당황스러웠던 거야. 또 갑자기 변해버린 저를 아이스가 징그럽게 여기거나 경멸하진 않을까 두렵기도 했어. 자꾸만 아이스를 만지고 싶은 충동을 누르기도 힘들고 옛날과는 다르게 그 몸을 으스러지게 껴안고 잡아먹을듯이 입맞추고 싶은 걸 참느라 아예 그를 피하는 길을 택했던 거지. 그 때문에 아이스가 저랑 이혼하기로 마음 먹을 줄 알았더라면 절대 그런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았을 거야.


어느날 아버지로부터 카잔스키 가에서 정식으로 이연할 것을 청해왔다는 말을 들은 매브는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지. 그럴리가 없...까지 말한 매브에게 듀크 미첼은 전적으로 톰 그 아이의 뜻이었다는구나. 하고 말을 잘랐어. 쿵, 하고 심장이 내려앉았지. 관자놀이를 타고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어. 무슨 소리야? 톰이 나를? 이혼? 내 곁에서 떠나겠다고? 나를- 버리겠다고? 톰 네가, 나를-? 순간 어린 제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더러워진 인형을 안고 우는 저를 안아올려 어르고 달래고, 품에 안겨 훌쩍이던 제가 울음을 멈추자 세상 그 무엇보다 환하게 웃어주던 아이스의 얼굴이 떠올랐어.


"...안 돼."


그렇겐 못 해. 매브는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몰랐어. 그저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에서 한 걸음, 두 걸음 뒷걸음질치다가 이내 본능이 이끄는 대로, 아버지의 처소를 뛰쳐나가 둘의 방을 향해 달렸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아이스를 보내줄 수는 없었으니까.











색창 장작용으로 재업이라도 올려본다...

매브아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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