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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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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SD


'변호사님, 마음은 감사하지만 제가 알아서 할게요. 모르셨나 본데 저는 성인이고 제 앞가림 정도는 알아서 할 수 있어요. 솔직히 말해서 좀 불쾌해요. 장난은 이제 그만해주세요.' 허니가 빠르게 쏘아붙이곤 공동 현관의 문을 쾅 닫았어. 스완은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한참을 멍하니 허니가 들어간 공동 현관만 바라보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돌려 사무실로 갔어. 어쨌든 허니를 위해선 무조건 승소해야 했으니까.

스완은 사무실 책상 위에 엎드려 허니의 말을 계속 곱씹었어. 금요일 밤이라 야근하는 사람 하나 없이 모두 칼같이 퇴근해서 다행이었어. 스완의 니트 소매가 살짝 축축해지기 시작했거든. '어디서부터 잘못한 걸까. 불쾌하다니…. 난 그냥 이번엔 계속 웃게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역시 내 존재는 그녀에게 괴로움만 가져다주는 걸까? 애당초 내가 남작의 환생인 이상 그녀에게 다가가선 안 되는 걸지도 몰라.'





사흘 전, 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등장한 그 여자의 환생의 이름은 허니 비였어. 물론 그냥 정말 닮은 사람일 수도 있지만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와 살짝 미소 짓는 하나와 눈이 마주친 스완은 꿈속에서 그 여자와 눈이 마주쳤을 때처럼 누군가 심장을 으깰 기세로 짓누르는 듯한 그 통증을 똑같이 느꼈기에 허니가 꿈속 그녀가 맞다고 확신하고 있어. 솔직히 허니와 눈이 마주친 순간 사무실에서 벌떡 일어나 그녀를 끌어안지 않기 위해 스완은 손바닥에 손톱자국이 깊게 남을 정도로 주먹을 꽉 쥐고 있어야 했어.

허니는 유학생인데 세 들어 살던 플랫 주인과 계약 문제로 마찰이 생겨 스완의 사무실로 찾아온 거였어. 어느새 사무실 한켠에 앉아 마담 블랑제에게 차를 대접받는 허니를 반쯤 넋이 나간 채, 하지만 시선은 집요하게 바라보던 스완의 귀에 '유학생의 플랫 계약 문제라…. 이 사건은 마담 블랑제가 맡으시겠군요.'라는 옆자리 무슈 클로드의 말이 얼핏 들렸어.

스완은 이번엔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섰고 스완의 의자는 우당탕탕 큰 소리를 내며 요란스럽게 뒤로 넘어갔어. 하지만 초조함과 흥분으로 반쯤 이성을 잃은 스완은 의자 따위에 신경을 쓸 수가 없었어. '그 사건은 내가 맡도록 하죠!' 생전 큰 소리를 내는 걸 본 적이 없는 그들의 보스가 정신 나간 사람처럼 구는 걸 신기하게 쳐다보는 사무실 직원들의 시선도 느껴지지 않았지. 스완의 온 신경은 큰 소리에 놀라 눈이 동그래진 채 자신을 바라보는 허니에게 집중되어 있었거든.





스완은 그날 3시간 동안 꿈속의 20년보다 허니에 대해 더 많이 알아냈어. 허니는 프랑스어가 서툴렀기에 영어로 말하는 걸 더 선호했고 (영어로요? 그럼요, 영어 괜찮아요!) 파리에 온 진 1년이 채 안 됐는데 그림을 더 배우고 싶어서 프랑스까지 유학 온 거였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구나…. 스완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퐁피두 미술관에 허니의 그림을 걸어 허니를 화가로 성공적으로 데뷔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으로 계산하느라 바빴어. 허니가 학비와 생활비를 위해 카페에서 일하고 있단 말엔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허니에게서 변호사 수임료를 받지 않고 역으로 허니에게 돈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하느라 바빴지.

그러니까 스완은 저 혼자만 허니에게 일반적인 친밀함을 넘은 30년 정도 숙성된 과도한 관심과 죄책감과 애정이 뒤섞인 괴상하고 음침한 감정을 가졌다는 사실을 망각했어. 자기가 행동이 허니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전혀 생각하지 못한 거지. 요약하자면 혼자 북 치고 장구 쳤다는 거야. 그래서 스완은 제대로 핑계조차 대지 못하면서 억지로 허니의 학교와 일하는 카페에 꼬박꼬박 데려다주고 데리러 가는 짓을 하고, 자꾸 레스토랑으로 차를 몰아 자연스레 저녁을 사주고, 그러면서도 수임료는 이쪽에 문외한인 허니가 느끼기에도 터무니없이 낮은 금액을 부르곤 그마저도 받는 걸 미루는 기행을 벌인 거지.

결국 이 모든 사단은 허니가 현재 대학 친구 집에 잠시 머물고 있는데 친구가 헤어진 연인과 재결합해서 계속 머무르기 눈치가 보인단 말을 듣고 스완이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가 고장 1t 트럭마냥 '우리 집으로 와요.'라고 질러버렸기 때문에 발생한 거야.






급발진 변호사 백조. 시발짓은 전생의 남작이 했는데 현생의 변호사님이 급발진해서 후회닦개되어벌임;; 지금 스완은 허니한테 뭐든 다 해주고 싶어서 안달 난 상태임. 당연하지만 허니 입장에선 당황스럽조;;심지어 스완이 왕감자조;;허니 입장에선 미친 변호사가 들이대는거처럼 보이조;;



스완아를로너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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