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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7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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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나온 건데 쌀국 드라마 업계에 대해 자세히 나와있어 추천하는 책임
(내돈내산)



지옥의 스태프

(효과음으로 늑대 울음과 번개 치는 소리)
스태프로 일해 본 사람은 누구나 전쟁을 겪은 경험이 있다. 스태프로서 집필하는 가운데 빚어지는 인간관계가 전투 중의 참호 풍경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가까운 벗을 만들거나 등 뒤를 조심해야 하거나, 아니면 둘 다이거나다.



실수 1: 스태프와 떨어져 있지 말라
새 시리즈였기 때문에 스튜디오 구역에서 빈 사무실들이 늘어선 층이 배정되었다. 쇼러너는 스태프 전원을 데리고 다니면서 각자 원하는 사무실을 선택하도록 했다. 나는 글을 잘 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므로 냉큼 구석진 곳에 자리 잡은 방을 골랐다. 반면 눈치 빠른 사람들은 쇼러너 사무실의 주변 자리를 차지했다. 그들은 쇼러너가 사무실에서 나올 때마다 그의 시야에 확 들어오고 빨리 글을 수정해야 할 때 얼른 눈에 띄는 사람들이 되었다. 쇼러너가 의지하는 멤버들이 된 것이다. 또한 그들은 가십—선호되거나 배척당하는 배우들이 누군지, 네트워크에서 어떤 압력이 들어오는지, 제작상의 문제나 스토리 전개의 결함은 무엇인지 등—도 맨 먼저 엿듣고는 그에 맞춰 원고를 살짝살짝 고치곤 했다.




실수 2: 공과 사를 혼동하지 말라
모든 스태프는 가족이 된다. 서로 반목하건 화목하건, 당신의 가족 구성원들이 6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한 방에 내내 갇혀 있다고 상상해 보라.
작가의 테이블에서는 냉랭하게 굴더라도 점심 식사 자리에서, 정수기 앞에서, 일터 내 모든 곳에서 ‘우호적인 직업 정신’을 잃지 않도록 정신 바짝 차려라. 다른 작가들이 당신과 경쟁을 벌이고 있을지 모른다.



실수 3: 다른 계획을 갖지 말라
시리즈 스태프로 일하는 것은 당신의 시간 대부분과 에너지 전부를 먹어치운다.
시리즈 스태프에 합류하기로 결정한 이상 당신의 생활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친구들과 점심 식사를 차분하게 즐길 수 없다. 스튜디오 매점이나 책상머리에서 끼니를 대충 때우고 말 가능성이 크다. 아침 스태프 미팅과 오후 스크리닝 사이에, 캐스팅과 데일리스 사이에, 혹은 긴급한 대본 다듬기와 다음 에피소드를 위한 스토리 설계 사이에 겨우 한 시간의 여유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점심 먹으러 다른 데로 나갔다가는 오후 미팅에 늦고 말 것이다. 그럼 다른 시나리오 작업들, 반려묘 유튜브 영상 만들기, 데이트하기, 장문의 이메일들에 답신하기, 기타 등등은 언제 하느냐고? “여보세요, 그런 건 휴방기에나 하세요.”




실수 4: 사무실 대신 집에서 일하지 말라
낮에는 한 줄도 못 쓰고 집에서 밤샘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항상 연락이 닿는 곳에 있을 것.






실수 5: 본인의 대본을 너무 애지중지하지 말라
애착을 품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자신이 쓴 대본이 얼마나 근사한지 한번 보라.
하지만 스태프에게 이메일로 당신의 대본이 배포되고 모두가 그것에 대한 토론을 하기 위해 노트북을 챙겨 작가실로 모여드는 날은 오고야 만다. 나는 ‘토론’이라고 했지 ‘삭제’라고는 하지 않았다. 피해망상에 빠지지 말자. 지금은 어떻게든 그 대본으로부터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당신의 자존심을 세워 주는 게 무엇인지를 생각하지 말고, 프로그램을 위해 좋은 게 무엇인지를 생각하도록 노력하라. 얼마나 열심히 작업했는지, 어떤 대사나 액션의 바탕이 되는 추론에 어떻게 도달하였는지, 특정 순간을 얼마나 지키고 싶은지 등은 사실 중요하지 않다.





실수 6: 스태프의 문화를 비난하지 말라
고등학교 생활을 떠올려 보라. 저마다 속한 패거리가 있는데 당신은 이제 막 전학 온 상태다. 어떤 식으로 비집고 들어가겠는가? 아마 한 가지 관심사를 가지고 시작할 것이다. 누군가가 그것에 흥미를 보이면, 첫 친구가 생기는 것이다. 중요한 교훈이다.




실수 7: 본인에게 맞지 않는 시리즈는 피하라
그 프로에 그럴 만한 가치가 있고 안 좋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글을 잘 쓸 수 있다면, 계속 남아서 경력을 쌓아라. 하지만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쇼러너와 상의한 후에 미련 없이 떠나라.

- <넷플릭스 시대의 글쓰기> (패멀라 더글러스 지음, 이은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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