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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9 00:13
고양이는 주인인 셋째 아들을 출세시켜 영주로 만들어주는데, 이때 필요한 물건은 장화였다. 주인의 출세와 장화, 무슨 관계였을까? ‘의인화’를 위해서였다면 아무 신발이나 신어도 되는데 왜 하필 장화였을까?
샤를 페로가 1697년에 발표한 초판본 동화책을 보자. 귀스타프 도레가 그린 삽화 속 고양이는 위로 갈수록 폭이 넓어져 무릎에서 접어 신는 긴 부츠를 신고 있다. 비 오는 날 신는 장화가 아니다. 프랑스 루이 13세의 근위대인 총사들이 즐겨 신어서 눈에 익은 승마용 부츠다. 총사들은 깃털이 달린 모자, 망토, 승마용 부츠를 착용했다. 그래서 그 시절 유럽의 멋쟁이 귀족 청년들은 총사 패션을 흉내 내어, 말을 타지 않으면서도 승마용 부츠를 신고 다녀서 어른들에게 잔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고양이가 셋째 아들에게 승마용 부츠를 달라고 한 것은 총사의 자격을 요구했다는 뜻이다. 즉, 고양이는 활동하기 전에 자신을 주군에게 헌신하는 총사로 임명해주기를 원한 것이다. 만화영화 <슈렉>에 등장하는 장화 신은 고양이를 보면 더 이해하기 쉽다. 고양이는 모자에 망토, 칼까지 갖춘 완벽한 총사 차림을 하고 있다.
샤를 페로는 태양왕 루이 14세가 프랑스를 다스리던 시절에 「장화 신은 고양이」를 썼다. 루이 14세는 1682년부터 베르사유 궁전에 거주한다. 귀족들은 지방의 영지에 있는 성을 떠나 베르사유 궁전의 배정받은 방에 입주해서 살며 왕의 관료가 되어야 했다. 유럽의 궁전은 정부종합청사 겸 주거용 아파트였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전통적인 귀족 외에 다른 귀족도 있었다. 교육받은 평민이 귀족의 비서가 되거나 관직에 진출하기도 했고, 부유한 시민이 관직을 사기도 했다. 원래 전사였던 ‘칼 찬 귀족’인 대검귀족帶劍貴族과 달리 고등법원 판사 등을 임명받아 후천적으로 신분 상승을 이룬 이들은 ‘법복귀족法服貴族’이라 부른다. 17세기에 이르러 법복귀족도 귀족 지위를 세습하게 된다.
루이 14세 시대에는 법복귀족이 부쩍 늘었다. 많은 법관에게 귀족임을 인정하는 특허장을 주었기 때문이다. 미성년자로 왕위에 오른 루이 14세는 이런 식으로 자기 세력을 만들어 왕권을 강화했다. 1750년 이후 일부 도시의 행정관도 귀족 자격을 얻는데, 이들은 ‘종루귀족鍾樓貴族’이라 부른다. 이어서 군 장교도 귀족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원래 귀족 혈통이든 아니든, 궁정에 출입하려면 귀족다운 겉모습과 에티켓을 갖춰야 했다. 촌스러운 차림새는 조롱거리가 되었다. 가난한 귀족들은 빚을 내서라도 유행에 따라 멋진 옷과 구두, 장신구를 마련했다. 귀족다운 차림새를 갖추어야 왕 앞에 나설 수 있고, 왕의 눈에 띄어야 관직이나 연금, 선물을 얻고, 좋은 상대와 결혼할 기회를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양이는 일단 총사의 부츠를 신은 후 영주의 가신 자격으로 왕 앞에 나아간다. 다음 단계에서는 주인인 셋째 아들을 직접 내세워야 하는데, 주인이 입을 귀족 의상을 마련할 돈이 없다. 고양이는 강에서 멱을 감다가 옷을 도둑맞았다는 거짓말로 왕의 의상을 빌려 입힌다. 가난한 셋째 아들은 호화로운 옷을 입자 진짜 후작으로 보인다. 옷이 사람을 만들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엘리아스의 명저 『문명화 과정』은 루이 14세의 구체제를 모델로 삼아 권력과 지배력을 유지하는 사회적 장치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설명한다. ‘문명화 과정’이란 권력을 쥔 집단이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 규범이나 관습, 규칙, 예의범절 같은 문화 코드를 주입하는 것을 말한다. 귀족이 칼과 포크를 사용하고, 위생적인 생활습관을 보이고, 복잡한 궁정 에티켓을 익혔던 것은 그들을 다른 계급과 구별하여 위계질서를 굳히기 위해서였다.
귀족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 궁정에서 성공하고 싶은 사람은 먼저 격에 맞는 의복을 갖추고 궁정 에티켓을 배워야 했다. 그래서 장화 신은 고양이는 촌스러운 주인을 치장하고 가꿔서 궁정 사회의 일원으로 만든다. 그렇다면 고양이는 왕의 근위대인 총사이면서 훗날 법복귀족으로 성장하는 부르주아gourgeois의 비서라고 하겠다.
-<고양이는 왜 장화를 신었을까> (박신0 지음)
-드림웍스의 장화 신은 고양이는 스페인 배경으로 변경함
장화 신은 고양이를 보면 스페인어가 많이 나옴
샤를 페로가 1697년에 발표한 초판본 동화책을 보자. 귀스타프 도레가 그린 삽화 속 고양이는 위로 갈수록 폭이 넓어져 무릎에서 접어 신는 긴 부츠를 신고 있다. 비 오는 날 신는 장화가 아니다. 프랑스 루이 13세의 근위대인 총사들이 즐겨 신어서 눈에 익은 승마용 부츠다. 총사들은 깃털이 달린 모자, 망토, 승마용 부츠를 착용했다. 그래서 그 시절 유럽의 멋쟁이 귀족 청년들은 총사 패션을 흉내 내어, 말을 타지 않으면서도 승마용 부츠를 신고 다녀서 어른들에게 잔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고양이가 셋째 아들에게 승마용 부츠를 달라고 한 것은 총사의 자격을 요구했다는 뜻이다. 즉, 고양이는 활동하기 전에 자신을 주군에게 헌신하는 총사로 임명해주기를 원한 것이다. 만화영화 <슈렉>에 등장하는 장화 신은 고양이를 보면 더 이해하기 쉽다. 고양이는 모자에 망토, 칼까지 갖춘 완벽한 총사 차림을 하고 있다.
샤를 페로는 태양왕 루이 14세가 프랑스를 다스리던 시절에 「장화 신은 고양이」를 썼다. 루이 14세는 1682년부터 베르사유 궁전에 거주한다. 귀족들은 지방의 영지에 있는 성을 떠나 베르사유 궁전의 배정받은 방에 입주해서 살며 왕의 관료가 되어야 했다. 유럽의 궁전은 정부종합청사 겸 주거용 아파트였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전통적인 귀족 외에 다른 귀족도 있었다. 교육받은 평민이 귀족의 비서가 되거나 관직에 진출하기도 했고, 부유한 시민이 관직을 사기도 했다. 원래 전사였던 ‘칼 찬 귀족’인 대검귀족帶劍貴族과 달리 고등법원 판사 등을 임명받아 후천적으로 신분 상승을 이룬 이들은 ‘법복귀족法服貴族’이라 부른다. 17세기에 이르러 법복귀족도 귀족 지위를 세습하게 된다.
루이 14세 시대에는 법복귀족이 부쩍 늘었다. 많은 법관에게 귀족임을 인정하는 특허장을 주었기 때문이다. 미성년자로 왕위에 오른 루이 14세는 이런 식으로 자기 세력을 만들어 왕권을 강화했다. 1750년 이후 일부 도시의 행정관도 귀족 자격을 얻는데, 이들은 ‘종루귀족鍾樓貴族’이라 부른다. 이어서 군 장교도 귀족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원래 귀족 혈통이든 아니든, 궁정에 출입하려면 귀족다운 겉모습과 에티켓을 갖춰야 했다. 촌스러운 차림새는 조롱거리가 되었다. 가난한 귀족들은 빚을 내서라도 유행에 따라 멋진 옷과 구두, 장신구를 마련했다. 귀족다운 차림새를 갖추어야 왕 앞에 나설 수 있고, 왕의 눈에 띄어야 관직이나 연금, 선물을 얻고, 좋은 상대와 결혼할 기회를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양이는 일단 총사의 부츠를 신은 후 영주의 가신 자격으로 왕 앞에 나아간다. 다음 단계에서는 주인인 셋째 아들을 직접 내세워야 하는데, 주인이 입을 귀족 의상을 마련할 돈이 없다. 고양이는 강에서 멱을 감다가 옷을 도둑맞았다는 거짓말로 왕의 의상을 빌려 입힌다. 가난한 셋째 아들은 호화로운 옷을 입자 진짜 후작으로 보인다. 옷이 사람을 만들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엘리아스의 명저 『문명화 과정』은 루이 14세의 구체제를 모델로 삼아 권력과 지배력을 유지하는 사회적 장치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설명한다. ‘문명화 과정’이란 권력을 쥔 집단이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 규범이나 관습, 규칙, 예의범절 같은 문화 코드를 주입하는 것을 말한다. 귀족이 칼과 포크를 사용하고, 위생적인 생활습관을 보이고, 복잡한 궁정 에티켓을 익혔던 것은 그들을 다른 계급과 구별하여 위계질서를 굳히기 위해서였다.
귀족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 궁정에서 성공하고 싶은 사람은 먼저 격에 맞는 의복을 갖추고 궁정 에티켓을 배워야 했다. 그래서 장화 신은 고양이는 촌스러운 주인을 치장하고 가꿔서 궁정 사회의 일원으로 만든다. 그렇다면 고양이는 왕의 근위대인 총사이면서 훗날 법복귀족으로 성장하는 부르주아gourgeois의 비서라고 하겠다.
-<고양이는 왜 장화를 신었을까> (박신0 지음)
-드림웍스의 장화 신은 고양이는 스페인 배경으로 변경함
장화 신은 고양이를 보면 스페인어가 많이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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