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aep.club/549171085
Code 9fec
view 349
2024.07.08 15:02
IMG_1042.jpeg
태섭이가 좋아하는 밴드의 노래를 들어보는데 진심 뭐가 좋은지 1도 모르겠지만 그냥 걔가 좋아하니까 듣고 듣다보니 정이 가서 계속 듣는 머글 아아니 정대만.


야 니가 말한 노래 계속 들으니까 나름 괜찮던데?
! 그쵸? 그 밴드 제가 진짜 좋아하거든요. 특히 베이스가_


태섭이한테 나름의 감상도 얘기해주면 농구 제외하고 처음으로 신나서 그 밴드에 대한 정보를 와르르 쏟아내는데 솔직히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고 걔 얼굴이 밝으니까 귀엽다고 생각하는 정대만. 드물게 길게 얘기한 태섭이 말 속에서 겨우 기억한 건 그 밴드의 새 앨범이 나오는 날짜였음.

그리고 걔가 좋아하는 밴드의 새 앨범이 나온 날 짤처럼 테이프 사갖고 자기 나름 이쁘게 포장하고 리본까지 붙여놨는데 하필 그날 뒤지게 싸워서 홧김에 포장 다 뜯고 그냥 자기가 들어버리고 며칠 뒤에 태섭이한테는 새로 사서 주겠지. 태섭이가 얼마나 환하게 웃던지 주길 잘했다싶음.


진짜 진짜 고마워요 선배. 엄청 사고싶었거든요. 제가 꼭 보답할게요.
선후배 사이에 굳이 그럴 필요없다.
그래도요.
고마우면 그거 들을 때마다 내 생각이나 하던가.
그럴게요.


그 네 글자가 얼마나 예쁘게 들리던지 걔 인생에 내가 언제나 존재했으면 마음이 불쑥 들었음. 이미 정대만 인생은 송태섭이 내내 존재하고 있었으니까. 포장지를 뜯어버린 테이프를 들을 때마다 대만이는 태섭이를 생각했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도 태섭이가 생각나면 그 밴드의 노래를 듣곤 했음. 이젠 고등학교를 졸업을 해서 못 봐도, 걔가 미국으로 유학을 가버렸어도 그 밴드를 보기만 하면 태섭이가 생각났지. 걔가 8년 만에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너무 많이 들어서 늘어질 대로 늘어난 테이프를 떠올렸음. 그래서 오랜만에 걔를 만났을 때 늘어진 그 테이프를 포장해서 주었음.


이게 뭔데요?
나중에 집 가서 뜯어봐.
지금 뜯으면 안돼요?
맘대로 해.
농담. 집 가서 뜯어볼게요.


이제 늘어진 테이프는 대만이의 손을 떠났음.

걔에 대한 마음이 어떤 건지는, 대만이는 당연히 알았지만 이걸 걔한테 얘기하는건 몹쓸 짓 같았음. 그래서 그냥 흘러두게 두었지. 언젠가 끝날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했지만, 그래서 다른 사람도 만났지만 자그마치 8년이 지나도 끝내질 못해서, 늘어진 테이프처럼 걔를 향한 마음이 자꾸만 늘어나기만 해서 그 테이프를 걔한테 줬음. 그걸 주면 조금이나마 걔에 대한 마음이 덜어질까봐.

헤어지고 얼마 안 되서 걔한테 전화가 왔음.


선배 이거 예전에 저한테 선물해준 테이프 아녜요?
맞아.
근데 이걸 왜 또 저한테 줘요?


너한테 내 마음을 준 거야.


네가 그 밴드를 좋아하니까.
요즘 테이프 듣기가 얼마나 힘든데.
그러냐.
처리하기 귀찮아서 준 거에요?


이제 내가 감당하기가 벅차서.


엉.
진짜 나빴네. 오랜만에 만난 후배 짬처리나 시키고.
봐주라.
봐줄게요.
집에는 잘 들어갔고?
네. 근데요 선배.
엉.
이거 줬을 때 한 말 기억나요?
뭔데?
테이프 들을 때마다 선배 생각하라면서요.
내가 그랬나.
네. 그래서 전 그렇게 했거든요.
어?
그 테이프도 아직 갖고 있어요.
그러냐.
그건 너무 들어서 늘어났거든요.
응.
근데 이것도 그러네요.
테이프 듣기 힘들다며.
힘들다고 했지 안 들어봤다는 얘기는 아니니까요.
그러네.
선배 테이프는 왜 늘어났어요?


대만이는 대답하지 않았음.


나랑 똑같은 이유에요?


걔가 대신 말해주니까.


똑같으면 좋겠어요.

나는 선배 생각 많이 했어요.

선배가 졸업하고도 그랬고 미국에 있었을 때도 그랬어요.

선배는요?

선배도 내 생각 많이 했어요?


마음을 멋대로 줘버려서 그런가 그 마음이 꼭 걔한테도 옮아버린 것 같았음. 그렇지 않고서야 이럴수는 없잖아. 대만이는 한 손으로 두 눈을 덮었음. 전화기를 쥔 손은 떨렸지만 절대 놓치지는 않았음.


많이 했어.

내가 졸업해도 네가 미국을 가도.

나는 계속 네 생각을 했어 태섭아.


이건 정대만의 일생일대의 기회고 이걸 놓칠수는 없었음.


보고싶어요.
나도.
우리집으로 와요.
그럴까.
우리 할 말 많을 것 같지 않아요?
응. 많지. 지금 갈게.


그러니 잡으러 가야지.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
등록된 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