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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0 22:59
생일파티를 하는 사람도 있고, 간단히 목을 축이는 사람도 있고, 늘 그렇듯 비관에 젖은 사람도 있다. 며칠 전까지 나는 세 번째 부류였다. 하지만 지금은 글쎄, 그 무엇도 아니다.



며칠 전 또 오디션에 떨어진 나는 대낮에 펍에 들어가 가장 센 술을 주문했다. 몇 잔을 연거푸 들이키고 손을 까딱하자 바텐더가 술을 가져다주며 말했다.

"알코올로도 지울 수 없는 게 있죠. 이제 그만 보내줘요. 마지막 건배를 하고 잊어버리는 거예요. 축하의 의미로 이 잔은 내가 살게요."


한 번 보고 말 사람에게 들은 그 말이 어찌나 충격이었던지 나는 술이 다 깼다. 아니, 지금 생각해보면 술이 덜 깼던 것 같다. 그 말에 홀라당 반해 지폐 사이에 명함을 끼워두고 왔으니까. 하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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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이 더 지나 더이상 연락을 기다리기 힘들었던 나는 오늘 다시 이 펍에 왔다. 맨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클럽소다만을 홀짝이던 나는 한가해진 바텐더에게 물었다.

"왜 연락 안 했어요?"

그는 잘 안 들리는지 얼굴을 찡그리며 되물었다.

"네?"

"왜 연락 안 했냐고요!"

"무슨 연락이요!"

"내가 명함 두고 갔잖아요."

바텐더는 신물이 난 듯 바 아래에서 작은 통 하나를 꺼냈다. 통은 온갖 명함으로 반 이상 차 있었다.

"일주일마다 한 번씩 비워요. 아직 수요일인데도 이만큼이면 얼마나 추파를 많이 받는지 알겠죠?"

바텐더는 통을 다시 내려놓고 행주로 바를 닦으며 궁시렁거렸다.

"맨날 이 자리에 있으니까 만만해 보이나. 지겨워 죽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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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동시에 억울했다. 자기가 먼저 꼬셨으면서! 나는 입을 꾹 다물고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지갑을 꺼내려 주머니에 손을 넣었을 때 바텐더가 나를 불렀다.

"저기요."

"네?"

나는 또 혼이 날까봐 은근히 긴장했다.

"명함 하나 주고 가봐요. 그쪽은 잘생겼으니까 내가 연락할지도 모르죠."

나는 금세 기분이 풀려 내 명함을 정중하게 건넸고, 바텐더는 명함을 대충 훑어본 뒤 셔츠 앞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술이라도 한 잔 마실 걸 그랬나, 가슴이 떨려 잠을 잘 수 없었다. 이래놓고 또 연락이 없으면 어떡하지? 다른 남자들한테도 다 던지는 작업멘트인가? 진동이 울리는 폰을 확인했더니 광고 알림이었다. 나는 폰을 집어던지고 이불을 끌어안았다.

"으악!"

이불에 얼굴을 묻고 소리를 지르다 의미없이 폰을 다시 확인했다. 드디어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왔다!


- 내일도 올 거예요?
- 내 퇴근시간은 1시예요.



프레디폭스너붕붕
프레디여우너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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