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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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레티랑 프램튼은 어릴 적 골목길에서 강도한테 붙잡힐 뻔 했던 프램튼을 체레티가 구해주면서 만났던 사이면 좋다. 뭔가 체레티는 집안 그럭저럭 사는데 그리 넉넉하진 않았을 것 같고 프램튼은 돈 많은 귀족 집안일 것 같음. 거기다 체레티는 동생 여럿 있는 집안의 장남일 것 같은데 프램튼은 누나 한명 있는 막내일 것 같음.

체레티 한 18살 정도에 어두운 골목에 삥 뜯기는 건지 목숨 뜯기는 건지 위협 받고 있는 귀족차림의 어린애 보고 돈이나 받을 수 있을까 싶어서 구해준 게 두 사람의 첫만남. 강도 쫒아내고 아직도 파들파들 떨고 있는 애 가까이서 보니 저보다 한 세네살 정돈 어려보였음. 15살 정도 되었나? 집에 있는 제 동생과 비교하면서 언듯 주늑든 눈동자가 비슷해 보여 계획했던 것보다 더 다정하게 대하는 체레티. 괜찮냐, 다치진 않았냐, 집에 잘 찾아갈 수 있냐 물어보는데 자기 말이 안 들리는 건지 계속 떨고만 있는 프램튼 보고 그땐 그저 많이 놀랐나보다 가볍게 생각하면서 옆에 있어주는 거. 자기 존재 알아챌 수 있게 간간히 어깨 꾹 누르는데 그러고도 한참 뒤에서야 프램튼이 정신 차리겠지. 아까보다 더 당황한 표정으로 고맙, 고맙습니다.... 말 흐리는 프램튼에 돈 받긴 글렀다 싶은 체레티. 그래도 이제야 혈색 도는 얼굴 보곤 뭐, 해야 할 일을 했던 것 뿐인데. 가요. 집까지 대려다 줄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말 놓곤 프램튼 끌면서 골목 벗어나는 거.

그냥 두었다간 또 어디가서 강도나 당할 것 같기도 했고, 파들파들 떠는 모습이 제 양육자가 술 마시고 고함지를 때 이불 속에서 떨던 동생들과 닮아있기도 해서 꽤 친절하게 대하는 체레티였으면. 천천히 걸으면서 프램튼네 집에 가는데 둘 사이에 대화 하나도 없어라. 그래도 체레티 말 많은 귀족 도련님보단 없는 도련님이 더 편해서 아무생각 없이 프램튼 집 대려다 줬겠지. 모두가 자길 깨지기 쉬운 도자기 취급하느라 옆에서 같이 걷는 사람 하나 없던 프램튼한텐 그게 얼마나 새로운 일이었는지도 모르고.

집 도착하고 나서야 다음엔 골목길로 가지 말아요. 아니 그냥 저쪽 동네엔 내려오지 마. 당신같은 도련님이 다니기엔 위험한 동네야. 하는데 눈도 못 마주치고 바닥만 꾹 바라보는 프램튼 모습에 그럼 그렇지, 속으로 생각하곤 가려고 함. 그때 까딱했다간 놓치기 쉬운 작은 목소리로 ....이름 알려줄 수 있어요? 하는 말에, 싫다고 말할려고 뒤 돌았다가 마주친 순한 눈동자에 저도 모르게 월리엄 체레티. 하고 마는 거. 그럼 프램튼 살짝 웃으면서 체레티. 당신같은 이름이네요. 전 프램튼 너틀이에요. 바람소리보다 작은 목소리인데 귀에 이토록 선명하게 울릴 수가 없어서 체레티 처음으로 말도 못하다가 그래, 그래요. 하고 서둘러 프램튼 집 벗어남.

근데 나중에 또 처음 만났던 동네 돌아다니는 프램튼 보고 네가 왜 여기있냐, 너처럼 순한 놈은 여기 있을곳이 못된다 하는 체레티에 그래도... 당신이 보고싶은데 찾을수가 없어서 왔다고 하는 프램튼에 다음부턴 프램튼네 집 근처에서 만나자고 얼떨결에 약속을 해 버려서 어쩌다가 친해지는 둘. 나중에 체레티 동생들도 허구한날 술마시고 주먹 휘두르는 양육자 피해 프램튼네 집으로 놀러올 정도로 친해졌으면 좋겠다. 프램튼 부모는 애가 이렇게 마음 열면서 친구 사귄 적은 처음이라 체레티 가족들 오는 거 반대 안했음. 그리고 프램튼 소심하지만 뭔가 하나 자기 주장이 세워지면 꿋꿋하게 밀고 나가는 성격 있어서 체레티와 친해지고 싶다는 목표 정해지면 조심스럽고 시간 오래걸릴지라도 조금씩 다가가겠지. 체레티는 처음엔 동생 닮아서+부자집이니까 얘랑 친해지면 얻는 게 있을까봐 다가갔지만 시간 지날수록 프램튼한테 스며들어서 결국 좋아하게 되었으면. 약한 신경증이 있어 몸이 약해도 아는 건 많은 프램튼한테 역사나 교양 같은 지식 배우기도 하고 글자는 알고 있었어서 날 너무 더울 땐 그 집에 있는 책 읽으면서 시간 보내기도 함. 그래도 가장 많이 바뀐 건 폭력적인 양육자한테서 동생들 지키느라 부러 큰 소리로 다니던 체레티가 신경증 때문에 큰소리 못견디는 프램튼을 위해 조용히 다니는 게 습관이 된 것이었으면.


근데 이렇게 지내다가 체레티 돈 벌기 위해 군에 입대하고 간간히 프램튼과 편지 주고받다가 프램튼이 치료법 새로 나왔다고 가족들 성화에 저 먼 시골로 이사하면서 연락 끊기게 됨. 그리고 시간이 흘러 진급 거치다가 유물 관리국 스파이까지 가게 된 체레티와 치료법이 소용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모르겠어서 쭉 시골에서 평화롭게 지내던 프램튼이 스파이 일로 찾아온 체레티와 만나면서 인생 챕터가 새롭게 시작되었으면 함.


체레티는 프램튼을 동생이랑 비슷하게 봐서 챙기려는 감정이 더 컸는데 자라면서 계속 생각나는 게 동생들보단 프램튼이라 이게 동생처럼 여겨서 생각나는 감정인지 아님 어린시절 유일한 친구라서 계속 생각나는건지 모를 마음으로 지냈으면. 와중에 동생들은 체레티 따라 하나둘 입대하더니 군인으로 잘 지내고 있었으면. 그리고 프램튼 첫사랑은 체레티였는데 군대로 떠나고 자기도 이사가서 가슴에 묻은 첫사랑 되었으면. 근데 신경증 때문에 많은 사람 못 만나니까 시간 지나도 자주 생각했겠지. 군대에서 잘 지내고 있나, 혹시 다치진 않았나 걱정도 되는데 연락할 수가 없으니까 어쩔 땐 군대 따라가지도 못하는 제 몸이 싫었을 듯.

그러다 스파이 일로 프램튼 있는 지역에 내려온 체레티 프램튼 다시 만나면서 애매했던 마음 점점 자라났으면. 원래 프램튼한테 가진 감정이 사랑보단 동생 생각하는 마음이었던 게 더 크긴 했는데 분장해도 자기 알아보는 프램튼에 가슴 간질거리는 거. 그래서 후딱 임무 끝내고 처음으로 휴가 내곤 프램튼이랑 몇달 같이 지냈으면. 프램튼 근처에 있는 빈집 잠깐 빌려서 거기서 지내고. 프램튼 신경증 치료하러 떠났다는 것 까진 알았어서 지금은 좀 나아졌나 궁금해서 옆에서 붙어 지내는데 그러다가 점점 사랑에 빠지게 되었으면.


그리고 휴가 끝내고 복귀할 때 이미 프램튼이랑 결혼한 체레티여라. 신경증이 완전히 좋아지진 않았지만 제 옆에선 그래도 많이 웃고 많이 얘기하는 프램튼이라, 자꾸 신경쓰이고 그 희미한 웃음을 계속 보고싶고 무슨 일 당하지 않도록 지켜주고 싶어서, 프램튼 옆에 제 자리를 만들고 싶어서 먼저 청혼하는 체레티. 유물 관리국 일 하면서 사람들 감정 파악은 이미 능숙하게 할 수 있게 된지 오래라 프램튼이 자기 사랑하는 것도 빠르게 알아챘겠지. 그래서 며칠동안 데이트 아닌 데이트 하다가 휴가 끝나는 날 가까워지니까 저도 모르게 조급해져서 계획에도 없던 청혼 급하게 하는데 프램튼 그거 받아줬겠지.

프램튼도 체레티가 하는 일 다 말해주진 않아도 위험한 일이라는 건 알아서 체레티가 언제든 돌아올 수 있게, 그게 아니더라도 무슨 일 있으면 자기한테 연락이라도 올 수 있게 법적으로 묶여있고 싶었는데 체레티가 자신과 같은 마음이고 또 청혼하니까 바로 받는거. 체레티 표현 안하는 사람은 아니라 자기가 사랑에 빠졌다는 거 바로바로 표현해서 체레티가 저 사랑하는 건 당연히 알고 있었겠지. 마침 가을이라 화려하게 물든 나무들 사이 둘만의 조용한 결혼식 올렸으면 좋겠다. 규모는 아주 작아도 행복한 마음은 그 지역 누구보다도 거대했겠지. 다만 체레티가 결혼반지를 끼고 다니기엔 임무 때문에 위험해서 결국 타협한 게 한쪽 귀걸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체레티 언제든지 그 귀걸이 끼고 다녔으면. 프램튼은 같은 디자인 반지라 체레티 휴가 끝나고 다시 임무하러 갔을 때 보고 싶으면 손 만지작거리면서 체레티 생각하고.


근데 체레티가 너무 유능한 바람에 휴가 아무리 자주 낸다고 해도 서로 만나는 시간은 짧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프램튼 체레티가 임무 길게 맡으면 밤 늦게까지 잠들지 못하고 거실불 켜고 한참을 앉아있는 시간 늘어나기도 했으면. 그리고 체레티 그거 알고 나서는 혼자서 무리해서라도 임무 빠르게빠르게 끝내려는 방식으로 임무 스타일 바뀌었으면. 너무 바쁘면 미리 편지 한뭉텅이씩 써 놓고 유물관리국에 맡겨서 하루에 하나씩 보내기도 함. 안심하라고. 그래도 프램튼 불안해하는 걸 없앨 순 없어서 세계 여러나라 돌면서 기념품 하나씩 사 왔으면 함. 쌓여가는 세계 여러 물건들 보면서 그동안 보낸 시간들이 이렇게 많아도 난 늘 당신 곁에 선물도 사서 돌아올 거라고. 이건 내가 안전하게 돌아왔던 시간들의 증거라고 하면서. 그래서 너무 먼 지역은 가지 못하는 프램튼이 체레티가 사온 각국의 물건들 보면서 불안했던 거 천천히 가라앉히고 체레티가 사 준 취침등에 그간 보내온 편지 읽으면서 잠드는 거.


그렇게 두 사람 연애도 길게 못해봤고, 결혼하고 나서도 같이 지내는 시간 짧은데 또 서로에게 행동하는 게 조심스러워서 결혼한지 10년 지나도 신혼부부 같은 분위기 돌았으면. 같이 있으면 뭔가 가슴이 간질간질하고 설레는데 상대 행동 하나하나에도 크게 집중하게 되고, 작은 움직임이라도 상대에게 보내는 것이라면 사랑이 가득 담긴 거. 뭐 그렇게 지내다 체레티 은퇴하면 신혼부부에서 결혼 50년차 부부같은 분위기 풍길 때까지 붙어 지내겠지. 프램튼에 관해서라면 사소한 일이라도 눈치 더 빠른 체레티와 스파이 일 하면서 약간 인간불신 생긴 체레티에게 부드러움으로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는 프램튼은 잘 지낼 것 같음. 은퇴하면 자기가 맡은 임무 중에서 제가 죽을뻔한 거 빼고 흥미진진한 부분만 순하게 편집해서 프램튼에게 조곤조곤 말해주는 체레티와 저녁에 체레티를 기다리며 읽은 소설을 침대에서 차분한 목소리로 읽어주는 프램튼은 행복하게 지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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